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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스님께 묻고 "아휴 답답" 주저 앉은 할머니

지난 9월28일부터 시작해서 12월 6일까지 법륜스님은 ‘희망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전국 100회 강연 대장정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저도 전국을 함께 따라다니며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제 대전에서 열렸던 강연 이야기를 전합니다. 강연을 다니다보면 연세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의 질문을 가끔 받게 되는데요. 연세가 드신 분들은 생각이 딱 고정이 되어 있어서 문답을 해도 쉽게 생각이 바뀌지가 않아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어떤 할머니가 3대가 행복하게 같이 살고 있지만 유독 쌍둥이 딸 아이가 밤마다 울어서 걱정이라는 하소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수차례의 문답을 통해 깨우쳐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중간에 대답 듣는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고요. 저도 수많은 즉문즉설 강연을 들었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 봤습니다. 대부분 대답을 끝까지 들었거든요. ㅎㅎㅎ 결국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요?

- 질문자 : 3대가 한 집에 사는 지극히 행복한 가정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 며느리 사이에서 딸 쌍둥이를 낳았는데요. 그 아이들이 밤이면 울어요. 그것도 교대로 우는 것이 밤이 되면 아주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입니다. 오늘밤은 잘 자려나 그렇게 걱정하는 날이 한 달이면 보름이 넘게 우는 것 같아요. 울음소리가 30분이고 1시간이고 몸부림을 치면서 우는데 아무도 손을 못 대게 해요. 누가 닿았다 하면 더 울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울었다 싶으면 저 엄마가 나쁜 꿈 꾸었냐고 대화하면서 아이를 달래더라고요. 이럴 때는 어떠한 기도를 해야 되며, 아이가 밤에 울면 가정이 안 좋다는데 과연 그런지요? (청중웃음)

- 법륜스님 : 그런데 뭐가 행복해요? 제가 보니까 하나도 행복하지 않구만요.(청중웃음)

- 질문자 : 3대가 지극히 잘 살고 있는데 그 우는 것 하나 때문에 걱정이에요.

- 법륜스님 : 3대가 사니까 지금 이렇게 걱정이 되잖아요? 만약에 질문자가 살림을 내 주고 혼자 살면 울든지 말든지 걱정 하나도 안 될텐데요. 왜 3대가 살아요? 3대가 안 살면 되겠네요.

- 질문자 : 살기 때문에 사는 거죠 뭐. 어떠한 기도를 하면 됩니까?

- 법륜스님 : 애가 우는 것을 할머니가 귀찮게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괴로운 거예요. 아이가 나름대로 아파서 힘들어서 우는데 그 소리 듣기 싫어서 귀찮아 하니까 할머니가 지금 괴로운 거예요.

- 질문자 : 듣기 싫은 것보다 딱하고 안타깝죠. 듣기 싫은 건 아니에요.

- 법륜스님 : 그런데 왜 괴로워요? ‘아이고 속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래 울까’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그게 왜 듣기 싫어요? 지금 애가 안 울었으면 좋겠다 이 얘기 하려는 것 아니에요?

- 질문자 : 그렇죠. 밤에 울면 집안이 안 좋다니까요.

- 법륜스님 : 애가 속이 답답하면 울어서 표현을 해야 돼요. 속이 답답한데도 할머니 듣기 싫어하니까 속을 썩이고 안 울어야 돼요?

- 질문자 : 평소에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잘 따르고 좋아요. 그런데 밤에 이상하게 울어요.

- 법륜스님 : 그러니까 지금 아이 걱정해요? 자기 걱정해요?

- 질문자 : 아이들이 밤에 그렇게 울으니까 무슨 기도를 해야 되나요? 밤에 아이들이 울면 안 좋다는데 과연 그런지 궁금해요.

- 법륜스님 : 그러니까 밤에 자는데 애가 자꾸 울어서 잠 못 자게 하니까 애를 고쳐서 내 편하려고 하는 거 아니예요?

- 질문자 : 아이를 울지 않게 하고 싶어서 기도하고 싶어요.

- 법륜스님 : 아이가 울지 않도록 하는 게 누구 좋아라고 하는 거예요?

- 질문자 : 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

- 법륜스님 : 누구 좋아라고?

- 질문자 : 아이가 안 울어야 집안이 다 편하죠. 잠을 못 자니까요. (청중웃음)

- 법륜스님 : 아이가 안 우는 것을 지금 누구 좋아라고 울지 마라는 거예요?

- 질문자 : 아휴 답답해! 내가 질문 안 하고 말지.... 

(질문자가 씩씩 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습니다. ㅠㅠ 저는 여기서 문답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애정을 갖고 친절하게 계속 문답을 이어갑니다. 결론이 어떻게 끝날까 가슴이 조마조마한 순간이었습니다.)

- 법륜스님 : 성질 더럽죠.(청중웃음) 아이가 속이 답답하면 아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울어야 해요, 울지 말아야 해요? 

- 청중들 : 울어야 돼요.

- 법륜스님 : 애를 위해서는 우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울어야 자기를 알릴 수 있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울어야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낮에 울면 내가 자는 것하고 관계없으니까 괜찮고, 밤에 우니까 내 잠 깨우니 싫다고 합니다. 그러고 애들이야 속이 타든지 말든지 울지만 않으면 나는 괜찮다?

- 질문자 : 아픈 게 아니에요. 그냥 울어요. 어디 아파서 우는 게 아니에요.(청중웃음)

- 법륜스님 : 그래요? 그럼 그냥 자기 성질대로 살아요. (청중웃음) 아무런 이유 없이 우는 애가 어디 있어요? 뭔가 속에서 육체적으로 아프든 마음이 답답하니까 울지 왜 애가 쓸데없이 울겠어요? 그러니 내 듣기 싫어서 지금 애가 죽든지 말든지 안 울었으면 좋겠다. 심보가 더럽다 이 말이에요.

- 질문자 : 그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 법륜스님 :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집에 가서 기도를 다시 해 보세요.

- 질문자 : 무슨 기도를 해야 되요?

- 법륜스님 : ‘저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면 저렇게 울겠나. 얘야, 얼마나 가슴이 답답하면 니가 그래 우노, 할매가 대신 울어줄까?’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애 걱정은 털끝 만큼도 안 하고 ‘저게 밤에 우니 집안이 재수 없다는데 왜 자꾸 우노. 멀쩡한 애가 울기는 왜 자꾸 번갈아 가면서 우노.’ 지금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그게 무슨 할머니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같이 살지 마라는 거예요. 같이 살면 애들한테 나쁜 영향만 주기 때문에요. 도대체 돌아보는 마음이 없다니까요. 스님이 이렇게 대중 앞에서 야단을 치는 이유는 자기 때문에 애들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지금 내가 꼭 그렇게 얘기해 줘야 되겠어요? 그러면 당신 가슴에 못이 박힐 텐데요. 당신 때문에 애들이 안 된다니까요. 당신이 집 나가 버리면 애들이 괜찮아지고 병 빨리 고쳐 질 겁니다. 그러니까 기도를 할 때 애가 안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애를 위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애는 아프면 울어야 돼요. 지금 자기 생각밖에 안 하고 있어요. 애가 아프면 새벽 2시라도 울어야 되고 3시라도 울어야지 왜 밤에 우나 하는 것은 내가 귀찮아서 그런 거예요. 정신 좀 차리세요.

그러니까 애가 밤에 울든 낮에 울든 열 번 울든 스무 번 울든 애가 울 때 ‘내가 모르지만 아이가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 악을 쓰고 울겠나. 내가 대신 좀 울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이 마음으로 돌아가세요. 그렇게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내세요. 어디 가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애가 밤에 울면 집안이 재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아이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무슨 대책이 나오지 애가 속이 타는데도 안 울면 애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애가 큰 병이 나겠지요. 이제 제 말이 반은 들려요? 아직도 안 들려요?

- 질문자 : ......

- 법륜스님 : 한 고집하시네요.(청중웃음) 아이를 고치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내가 아이의 아픈 마음을 보면서 ‘아이고 얼마나 저게 속이 답답하면 저렇게 악을 쓸까’ 이렇게 마음을 쓰면 그 소리를 들어도 내가 괴롭지가 않습니다. 그러면 울음 소리는 소리대로 있어도 나는 괴롭지가 않다 이 말이에요. 그게 내가 해탈하는 길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지금 귀찮아 하면서도 애를 위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 말이에요. 진짜 아이를 위하는 마음을 내면 내 괴로움이 사라집니다. ‘어떻게 하면 애가 안 울까’ 이런 생각하지 마세요. 아픈 애는 울어야 되는 거예요. 우는 것으로 자기표현을 하니 엄마라도 애 상태를 알 것 아니에요. 안 울면 애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알아요? 애가 속이 답답하든, 몸이 어디 아프든, 안 아픈데 왜 울겠어요. 뭔가 자기는 답답하니까 지금 우는 거란 말이에요. 그것을 간절하게 아파해 주는 마음을 내면 이제 막힌 게 뚫릴 거예요.

- 질문자 :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합장)

스님의 대화법은 즉문즉답을 통해 질문자가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돌이키게 해서 자신의 내면에 문제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지요. 오늘 문답 속에서도 그런 과정들이 고스한히 담겨 있었는데 질문하신 할머니에게는 그 과정이 꽤나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ㅎㅎㅎ 법륜스님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결국 할머니도 큰 깨우침이 있으셨습니다. 할머니가 중간에 주저 앉았을 때는 이대로 그냥 끝이 나나 걱정했는데, 결국 스님은 더 큰 애정을 갖고 더 친절하게 설명을 이었갔고 마침내 할머니는 스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듣고 있던 청중들은 평소보다 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답니다.

어린 아이들이 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어린 아이들은 말은 못하지만 울음으로써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서 할머니의 괴로움이 사라졌듯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늘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먼저 내 마음에 답답함이 없어지고 힘들어하는 상대에게도 실질적이 도움도 줄 수가 있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