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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결혼할 사람 정하지 못해 고민입니다, 어떻게?

결혼의 계절 가을이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청첩장이 날아오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결혼식 다니다 보니 주머니에서 돈 나갈 걱정만 태산이군요. 이렇게 결혼에 성공한 친구들도 있는 반면에 아직도 결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만납니다. 물론 저도 후자에 포함됩니다.^^ 특히 결혼할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는 부모님들의 허락까지 고려하면 복잡해집니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고르는 과정이다 보니 회사 면접볼 때 보다 더 꼼꼼히 따지게 되지요.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결혼할 사람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여성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결혼에 숨겨진 솔직하고 적나라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는데 참 재미있었네요.

- 질문자 : 오랜 세월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서 이런 상태로 결혼하면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들고, 또 제가 지나온 시간에 너무 얽매여서 결혼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서, 서로 합의하에 헤어져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냅니다.

얼마 후 다른 친구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직장 생활하고 있는 친구이고, 제가 보기에는 성격도 좋고 배울 것도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예전 남자 친구의 좋은 조건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셔서 지금 친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람들과 선을 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어머니와 다투는 것도 싫고, 어떤 면에서는 제가 아직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부모님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만나는 친구가 있더라도 좋은 인연이 생길수도 있으니까 한 번 만나보라는 말씀에 몇 번 선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고, 지금 만나는 친구한테 죄짓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너무나 불편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판단을 잘못하고, 이 사람한테 빠져서 더 조건 좋은 사람을 거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혼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법륜스님 : 부모가 반대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첫 번째 사람과 성격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두 번째 사람이 성격은 좋으나 재산이 없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선 본 남자가 직장이 좋은 것도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내 욕심’입니다.

부모가 권유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것이 아닙니다. 인물, 성격, 재산, 학벌이나 집안 배경 등을 모두 갖춘 남자가 있다면 질문하시는 분에게는 번뇌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 보통 한 눈에 반했다고 하지요. 그러나 한눈에 반한다는 것은, 실은 여러 가지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얼굴에 화상을 입어 일그러진 사람이나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 돈이 하나도 없는 노숙자를 보자마자 한 눈에 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욕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우리가 친구를 사귈 때는 상대가 의리 있는 사람인가를 보고, 동업을 할 때는 신용이 있는 사람인가를 봅니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까이 사람을 사귀어야 할 때, 우리는 그 분야에 필요한 특정한 한두 가지 특징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데, 결혼을 할 때는 사람도 좋아야 하고, 인물도 좋아야 하고, 재산도 있어야 하고, 성격도 좋아야 하고, 나만 사랑해야 하고, …… 이렇게 최대한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사람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성격은 좋은데 재산이 없고, 저 사람은 재산은 괜찮은데 성격이 문제고, 또 다른 사람은 부모가 반대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부모의 반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부모님 슬하에서 살아왔으니 부모님과 등지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겠지만, 사실은 부모가 찬성을 해야만 결혼식도 제대로 할 수 있고 또 다른 도움들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모든 것들이 모두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살피지 못하고 부모의 반대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돈이 없는 것에 대해서 부족감을 느낄 때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지위가 있는 사람을 소개받으면 이쪽과 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망설이는 것은, 성품과 경제력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사람 좋은 쪽을 선택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어떤 재벌이 와도 아무 번뇌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성격이 좋다고 하는 것이 무슨 말이겠습니까? 나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대는 나를 이해해야 하고, 나는 바람을 피워도 상대는 나만 바라보고 살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대가 내 방식에 맞춰 준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성격이 나쁘다는 것은, 내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 생각과 고집을 놓아버리면 성격이 좋고 나쁘다는 분별이 사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살아보면, 나에게 잘 맞추어주는 성격 좋은 남자는 결국 줏대가 없어 문제가 되고, 강단 있고 멋있어 보이는 남자는 항상 자기 방식에 대한 고집이 강해서 결국 남편을 상전 섬기듯 해야 합니다. 솜은 부드러워서 좋지만 단단함이 없고, 칼은 날카로워서 좋지만 때로는 손을 베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이니 여러 사람 중 누가 제일 나은지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한 사람을 두고, 칼 같은 날카로움과 쇳덩어리의 단단함, 솜 같은 부드러움과 물처럼 모양 없음을 모두 구하고 있으니, 이것은 그 사람에게 전지전능한 신이 되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나를 깊이 돌아보고 참회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무엇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든지 나중에 엄청난 고통이 생겨 후회하게 됩니다. 사랑을 보고 결혼하면 사랑은 잠깐이고 역시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돈을 보고 결혼하면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돈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지위가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밖에 나가서는 으스댈 수 있을지 몰라도 집에서는 남편을 상전 모시듯 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사람하고 결혼해도 불행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남자를 잘못 만나서 그 남자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나와 결혼한 그 남자가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망설이지 말고, 잠시 모든 걸 놓아두고 먼저 백일기도부터 하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이것저것 다 놓아버리고 백일기도를 하면 기도하는 동안 마음 정리가 되고, 자기 까르마를 자기가 보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결혼하면 불행을 자초하겠으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결혼을 한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잡힐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외부와 단절한 상태에서 자기를 살피는 길이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상생활을 하되 마음에서는 모든 상황을 떠나버리는 것입니다. 만나겠다든지 만나지 않겠다든지 생각할 필요도 없고, 오는 인연은 오도록 가는 인연은 가도록 그냥 내버려두고 다만 기도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도하는 동안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그가 오든지 내가 가든지, 그가 떠나든지 내 마음이 떠나든지 저절로 해결의 길이 열립니다. 그런데 누구를 선택할까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반드시 후회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 남의 덕을 보려고 하는 욕심, 상대에게 도움을 받기만 하려는 욕심, 이해받으려고만 하는 욕심, 그러한 나의 욕심과 잘못된 생각을 깊이 참회해야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정진을 하면 정리가 저절로 되지만,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욕심으로 기도를 하면 어디 가서 기도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내 욕심’입니다” 라는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는데요(ㅠ;;),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인물도 좋고 돈도 많고 성격도 좋고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씁쓸하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네요. 나의 이해관계만 생각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 질문하신 분도 결국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면 끊임없이 망설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마지막에 말씀 하신  욕심을 내려놓는 기도를 해보라는 처방이 무척 공감이 되었습니다. 남녀가 서로 덕을 보려는 마음으로 만난다면 서로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불만족스런 부분만 발견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스님 말씀처럼 덕을 보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오히려 상대에게 맞추어 주려는 마음을 내고 결혼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