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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외국인과 결혼으로 부모님과 마찰이 있습니다

얼마 전 친한 형이 외국인과 결혼을 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외국인과 결혼한 것을 처음 본 터라 좀 당황했습니다. 저에게는 생소한 문화였으니까요. 젊은 세대인 저도 이렇게 당황하는데, 나이 지긋하신  당사자의 부모님들은 어땠을까 많이 궁금하더군요. 역시나 처음에는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결혼은 했지만 지금도 부모님과는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과의 결혼은 아직도 부모님 세대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부모님과 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어느 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하는 상황에 대한 법륜스님의 답변이 참 시원시원하고 명쾌했습니다.^^

- 질문자 :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상대가 외국인입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마찰이 좀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승낙을 하셨다가도 속상해 하시고 안타까워하십니다. ‘이제는 부모 말 안 듣는 너까지 밉다’는 말씀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결정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부모님께 죄책감이 듭니다.

- 법륜스님 :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릴 때 부모님께서 두 손 들고 환영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연애할 때 이미 ‘이 결혼은 부모님이 반대하시거나 어쩔 수 없이 허락하시더라도 마음 아파하실 거다’ 이렇게 예정된 거 아닌가요? 그걸 각오하고 외국인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한 거면 이제 와서 새삼스레 부모님이 마음 아파하시는 걸 가지고 내가 아파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내가 각오하고 시작한 일인데 말이지요.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아무런 죄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외국인과 결혼해서 우리 부모님이 나 때문에 울고불고 가슴 아파하는 건 윤리적으로 따져도 죄가 안 되고 과학적으로 따져도 죄가 안 되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따져도 죄가 안 됩니다. 그러니까 우선 질문하신 분은 쓸데없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머니께서 마음 아파하시면 그냥 이웃집 어머니 보듯이 ‘저 어머니는 딸이 외국인한테 시집간다고 저렇게 울고 가슴 아파하시네’ 이렇게 그냥 보아 넘기세요.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는 걸 보고 내가 우는 건 마음공부가 안 된 증거예요. 수행이 되었다면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내가 담담해야 됩니다. 내가 죄 지은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살인을 하거나 간음을 한 것도 아니잖아요.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마약을 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아무 죄 지은 게 없습니다.

‘우리 부모님이 가슴 아프겠다’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세요

이것은 단지 문화적인 가치 때문에 생긴 갈등입니다. 부모님이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에 집착해서 생긴 문제니까 내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 문제지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잘못한 것도 아니란 말이지요. ‘우리 부모님이 가슴 아프겠다. 부모님 연세로 봐서 문화적인 가치관의 차이로 볼 때 내 이런 결혼에 대해서 가슴이 아프시겠다’ 하는 식으로 부모님 마음을 이해하세요.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뭐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부모님께서 섭섭해 하시면 그냥 ‘죄송합니다’

부모님께서 섭섭해 하시면 그냥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돼요.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죄송한 게 아니라, 부모님 입장에서 볼 때 나를 낳아서 키운다고 고생하셨는데 내가 부모님의 뜻에 따라드리지 못하니까 부모님 마음이 아프시다는 걸 알아드리면 된다는 거예요.

나중에 잘살아서 부모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도 출가하셨을 때 부모님이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렇다고 부처님이 수행도 안 하고 울었습니까? 아니지요. 그러니 그런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내가 부모님께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외국인과 결혼해서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수행해 가면서 잘살면 부모님 가슴 아파하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나중에 잘살아서 부모님께 은혜를 갚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울면서 죄책감을 가지고 결혼하면 결혼한 뒤 부부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내가 그때 부모님 말씀 들을 걸’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건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예요. 미래의 내 책임을 회피하려고 지금 이렇게 울고 죄책감도 갖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님, 죄송합니다. 부모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건 제 인생의 선택입니다. 제가 기도 많이 하면서 남편하고 잘살아서 부모님 은혜를 갚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울고 반대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십시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부모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제가 좋은 걸 어떻게 해요. 부모님 마음에 안 들면 승낙 안 해주셔도 좋고 결혼 지원 안 해주셔도 좋습니다’ 이렇게 마음먹어야 합니다.

부모님 마음은 이해하고, 도와주시면 고맙고, 안 도와주셔도 감사하고, 이런 마음으로 기쁘게 결혼해서 잘사세요.

질문하신 분은 크게 웃으시며 ‘감사합니다’ 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많이 풀리신 것 같았습니다. 기쁘게 결혼해서 잘 사시라고 용기를 듬뿍 주셨으니 정말 힘이 되었겠다 싶었습니다. 대부분은 이런 상황에 놓이면 부모님과 이 문제로 다투거나 갈등을 일이키지요. 아니면 부모 뜻에 얽매여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포기하지요. 결국 후회와 원망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법륜스님 말씀처럼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절대 죄가 아니니까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지요. 하지만 부모님은 문화적인 차이로 가슴 아파하실 수 있으니까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면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갈 수가 있겠지요. 즉, 부모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주고, 결혼도 주체적으로 해라. 얼핏 보면 말이 되나 싶지만 짧은 답변 속에 깊은 지혜가 숨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단 결혼문제에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 의 모든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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