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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청춘콘서트 “안쌤 스타 됐다, 기분 좋아요?”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벌써 전국 25개 도시 중에서 24개 도시를 순회했습니다. 24번째 도시는 바로 '구미'였습니다. 구미 금오공대 본관 강당은 구름처럼 모여든 1천여명의 청춘들로 복도와 무대위까지 가득찼습니다. 서울시장 불출마 기자회견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언론에서 모여든 기자들로 취재 열기도 한껏 고무되어 있었구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는데, 지금은 핫이슈가 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안철수’ 라는 이름만 살짝 내비쳤을 뿐인데 대한민국 정치권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정치현실이 씁쓸하기도 했고,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을 확인할 수 있어 좋기도 했습니다.

아쉬움과 기대감을 뒤로하고 다시 청춘들의 멘토로 돌아온 안쌤과 박쌤... 큰 일을 치루고 나서 그런지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두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박경철 : 안쌤 스타 됐다. 기분 좋아요?

- 안철수 : 이런 경험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

- 박경철 : 이제 청춘콘서트가 D-1이다. 한 번만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너무 너무 고생했다. 고생한 이야기를 좀 해 달라.

- 안철수 : 백일 동안 대장정을 한 셈이다. 도중에 몸이 아파서 몸살도 나고 혓바늘도 나고 입안도 헐고 그랬다.

- 박경철 : 마칠 때가 되었으니 소감을 이야기해 달라.

- 안철수 : 감계 무량하다. 처음 시작했을 때가 3년 전이었고, 백일 전에는 본격적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직장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 박경철 : 안쌤은 틀림없이 천재가 맞고 성공한 사람이다. 인정하시죠?

- 안철수 : 학생이 토 다는 것 같지만 인정할 수 없다.(웃음) 만 시간 법칙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한 사람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라고 한다. 만 시간을 채우려면 10년을 해야 한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10년간 꾸준히 하면 만 시간이 채워진다. 그래야 전문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법칙이다. 재능이 있다는 것이 과대평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진입할 때는 재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만 시간을 채우고 나면 재능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성공은 결과가 난 다음의 평가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 속단하기 어렵다.

- 박철수 : 재수없는 이야기죠? (웃음) 결론적으로 자신이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가?

- 안철수 : 성공했던 분들이 몇 년 지나서 고꾸라지는 모습들을 많이 봐오면서 교훈을 많이 얻었다. 시간이 있고 실력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실력이 직선처럼 성장한다. 그런데 주위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 실제 실력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주위 평가는 과대평가 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자기중심을 잡는 것이다. 주위에서 과대평가가 되어 있으면 ‘나는 저렇지 않다’고 판단하며 주위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 자기는 발전했는데 주위에서 과소평가 하면 그 때 실망하지 않고 ‘나는 여기에 와 있어’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음이고 그게 사람을 계속 발전하게 만든다. 주위 평가에 롤러코스터를 타시는 분들은 한순간에 나락에 떨어진다. 주위 평가에 상관없이 진짜 내 위치는 어디인가 제대로 파악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 박경철 : 절대 부인은 안 하시네요.

- 안철수 : 부인은 여기 안 왔는데요. (청중들 웃음)

- 박경철 : 썰렁하다.(ㅋ) 의사를 그만두고 기업을 세우고, 기업을 그만두고 공부하는 학생이 되고, 직업을 계속 자주 바꾼다. 정신질환자의 가장 큰 특징이 직업을 자주 바꾸는 것인데, 도대체 왜 그러는가? (웃음)

- 안철수 : 선택할 때는 대부분 많은 욕심들이 붙어 있어서 판단을 흐리게 한다. 고민을 하다가 나름의 원칙을 정한 것이 첫째, 과거는 잊어버리자. 실패뿐만 아니라 성공까지도 잊어야 한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둘째, 주위사람의 단기적인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셋째,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 미리 욕심내지 말자. 이 세 가지만 생각하지 말자고 하니까 선택의 내용이 투명해지고 본질만 보이더라. 선택의 본질은 간단하다. 첫째, 어떤 선택이 내가 더 의미를 느낄 수 있느냐. 둘째, 어떤 선택이 내가 지속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느냐. 셋째, 어떤 선택이 내가 실제로 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이다. 따져보니 의사도 좋았지만 컴퓨터 백신 쪽을 보면 제가 빠지면 우리나라에 아무도 없었다. 더 의미 있는 쪽이 백신 쪽이었다. 의미가 있다는 말의 뜻은 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을 항상 선택했다. 

- 박경철 : 안쌤의 선택 기준은 세 가지라고 했다. 항상 가치관의 길을 따라 살아왔다. 요즘 안쌤이 롤모델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롤모델이라는 것은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안철수 명언을 외쳐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걸 꼭 알았으면 한다.

- 안철수 : 제가 한 말 중에서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떠도는 문구 중에 하나가 “말과 글이 그 사람이 아니고 삶과 행동이 그 사람이다.” 이다. 행동할 때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속인다. 세상 살기 힘들다 보면 자기가 자기 기억을 왜곡시킨다. 방어 논리와 자기 합리화를 갖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정말로 중요한 선택을 할 때 행동으로 드러난다. 행동하는 순간 깨닫는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즐거운 대담이 끝나고 즉석에서 청중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제 서울시장 기자회견과 관련해서 폭풍 같은 쓰나미가 지나고 간 뒤여서 어떤 질문들이 오갈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 청중질문 : 안쌤의 꿈은 무엇인가?

- 안철수 : 꿈은 존재의 의미를 말하는 것 같다. 저의 꿈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제가 열심히 쓴 책이 죽고 나서도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던지, 제가 만든 조직이 좋은 일들을 많이 한다던지... 사람이 태어나서 그런 좋은 흔적들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젊을 때는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의미와 그와 연관된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청중질문 : 20대에 꼭 해봐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 박경철 : '뭘 할 것인가' 생각하지 말고 '뭘 안 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러분 어깨 위에 모래주머니가 가득 쌓여있다. 너무 무거우니까 힘들어서 주저앉는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벗어던져라. 모래주머니는 나쁜 습관들을 말한다. 내게 붙어 있는 나쁜 습관을 버려서 무엇인가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진짜 성공을 위해 필요한 건 당장 내일 5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청춘이라고 술 먹고 클럽 가고 잔디밭에서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건 좋은 추억이 아니다.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나태를 변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나를 뒤로 가게 하는 것을 버려라. ‘지금부터 뭘 할거야!’ 하지 말고, ‘이것만은 버릴 거야!’ 해보시라.  

- 청중질문 : 혹시 구미 시장 출마할 생각 없으신가? (청중들 웃음)

- 박경철 : 정말 신선한 질문이다. 시장은 이미 기자회견 했으니까 좀 그렇고, 구미 명예 시장은 어떠신가?

- 안철수 : 시켜주시면… (웃음)

- 청중질문 : 안쌤의 어머니는 어떠셨는가?

- 안철수 : 어머니는 불자셨는데 부처님 같은 분이셨다. 저한테 아주 어릴 때부터 존댓말을 쓰셨다. 심지어는 어머니가 저한테 존댓말을 쓰신다는 것을 고등학교에 가서 알았다. 지각을 할까봐 급하게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항상 하시듯이 어머니가 ‘안녕히 다녀오세요’ 했다. 기사님이 형수님이냐고 물으시더라. 어머니인데요 했더니 기사님이 차를 세우시고 “학생 어머니한테 잘해줘라. 어떤 어머님이 아들에게 존댓말을 하는가?” 하시더라. 그 때 어머니가 존댓말을 써오신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절대 반말을 못한다. 가장 고생한 것이 군대 가서였다. 반말을 못하겠더라. “이것 좀 해줄래요?” 그랬다. (웃음) 

- 청중질문 : 시장선거와 관련되어 최근 일어난 일들을 우리 청춘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 박경철 : 제가 볼 때는 안쌤은 자기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비유를 들자면, 깃대에 깃발이 펄럭 날린다. 깃발이 날리게 한 것이 바람이면 풍도라고 하고, 깃발을 날리게 한 것이 마음이면 심도라고 한다. 깃발은 그 자리에 있는데 그것을 날리게 한 것은 바람일 수도 있고 내 마음일 수도 있다. 저에게 안쌤은 존경하는 형님이자 존경하는 선배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깃발은 그대로 있었지만 내 마음에 따라서 날렸던 것이고 바람에 따라서 날렸던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

- 청중질문 : 지금 현재 젊은이들이 잘하는 점과 못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 안철수 : 잘하는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도전정신 측면에서도 저희 세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구조적인 조건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안쓰럽다.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가슴이 조마조마해지고 자꾸 안전한 쪽으로 가려 해도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안전과 전망은 덧없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이라고 몰려가는 곳이 사실 가장 취약한 곳일 수 있다. 누군가 미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면 대부분 틀리다고 보시면 된다. 예측은 불가능하다. 치열하게 스펙을 쌓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그 회사가 10년 후에 망할지 아무도 모른다. 전망만 보고 스펙 쌓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좀 더 도전적인 선택도 해보면 좋겠다. 

열렬한 환호와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집니다. 지난 일주일 간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심적으로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왕의 귀환이라 할까요. 돌아온 두 멘토님을 바라보는 청춘들의 마음은 아쉬움과 기대감, 반가움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두 분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청춘들 앞에 나타날지 무척 설레였는데, 보시다시피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상하고 편안하게 다가와 주셨네요. 강연을 들으며 '한국 사회에서 이 두 분만큼은 올곧게 잘 가셨으면 좋겠다, 왠지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더군요. 물론 두 분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우리사회가 아직 마음껏 도전하기에는 사회구조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죠. 그래도 안정과 전망이 아닌 새로운 길이 많다는 것을 알고 도전해보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두 분을 포함하여 사회지도층에서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일에도 많은 힘을 써주셨으면 하구요.^^ 두 분의 앞으로 행보에는 청춘들의 간절한 열망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ㅎㅎㅎ

청춘콘서트가 이제 마지막 한 번을 남겨두고 있어요. 다음 포스팅은 마지막 청춘콘서트 [대구편]이 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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