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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에게 묻다 "꿈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어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안철수 교수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돌풍이 지나가고 난 뒤에는 고요한 정적이 남습니다. 정치계도 잠시나마 숨고를 여유를 갖게 되겠지요. 안철수 교수의 양보와 박경철의 아름다운 눈물이 모든 언론 매체의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한국 정치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국민들의 염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성원해주신 분들을 잊지 않고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더불어 경쟁으로 시달리며 지쳐가는 우리 미래 세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고민을 일단락 짓고 지금껏 늘 그래 왔듯이 이제는 미래 세대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에 다시 전념할 듯합니다. 숙명여대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희망공감 청춘캠프’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 바쁜 시간에도 틈을 내어 청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안철수 교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청춘캠프는 전국에서 청춘콘서트를 위해 자원봉사 했던 희망서포터즈 친구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자원봉사를 하다보니 직접 강연을 듣지 못했는데, 이를 딱하게 여긴 안철수, 박경철, 법륜스님이 이들을 위해 마련한 강연 캠프였습니다. 청바지 차림에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온 안철수 교수와 청춘들의 일문일답입니다.

- 질문 : 인천 청춘콘서트에서 자원봉사(이하 희망서포터즈)를 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지?

- 안철수 :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하고 넘어가면, 마음은 편한데 교훈은 얻지 못한다. 내가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감정소비하지 않는 건설적 후회를 하면 삶에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 후회는 필요악인 것 같다. 안하면 좋은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인데 어떻게 후회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감정소비만 하고 잊어버리고 가는 것도 옳지 않고, 생각 안하고 아무런 후회를 안 하는 것도 옳지 않다. 하다보면 실수도 있기 마련인데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벤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망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최대한 cost effective learning 하면서 성공확률을 높여가느냐가 생존원칙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 질문 : 창원 청춘콘서트에서 희망서포터즈를 했다. 지금 대학교 4학년이고 졸업을 앞두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스펙을 쌓거나 취업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원에 가서 깊이 있게 공부도 해보고 싶고 해외에 나가서 해외봉사도 하고 싶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다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부모님 생각하면 취업해야 할 것 같고, 내 자신을 생각하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만약 안철수 선생님이라면 어떤 것을 하실지 궁금하다.

- 안철수 : 해보고 싶은 일과 취업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하셨는데, 만약 대학교 2,3학년 정도 된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하라고 권하고 싶다. 저의 경우도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는 기억은 없다. 오히려 제가 해오던 일 열심히 하면서도 집에 들어가면 항상 지치고 했지만 새로운 일을 위해 투자를 했다. 백신 만드는 일을 틈틈이 하다 보니 그쪽에 전문성이 쌓였고 나중에는 의학과 백신 사이에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 선택을 했던 것이지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저는 제 인생에 한 번도 도전해본 기억은 없고 선택해 본 기억만 있다. 대신 선택을 하려면 두 배로 노력해야한다. 대학 2,3학년인 경우는 전공도 공부하지만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함께 해봐라. 단 두 가지 다 하려면 두 배 고생할 각오를 해라. 보통은 욕심은 있는데 노력은 안 따른다. 그리고 자기 상황 탓만 한다. 그러시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직장 생활 하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다. 해보고나서 자기가 상상한 것만큼 안 맞거나 재미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가도 된다. 자기와 안 맞는 일인데도 한번 시도해 본 것은 값진 경험이다. 안 가 본 길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을 수 있는데 차라리 속 시원히 한번 도전해보고 넘어가면 안 맞는 길이라는 것을 확연히 깨닫기 때문에 미련이 없어진다. 그럼 지금 하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여러모로 시도해 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 질문 : 저는 22살이다. 흔히들 꿈을 가지라고 하는데 전 솔직히 제 꿈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 안철수 : 열정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은 열정을 가질 수 있는데 열정의 대상을 못 찾았을 뿐이다. 열정의 대상을 못 찾은 사람들이 자신은 열정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꿈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꿈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 그것을 못 찾아서 내 꿈이 뭔지 방황하는 것 같다. 강의실에 앉아서 고민만 하면 안 찾아진다. 스님들 면벽 수련처럼 깊은 생각을 통해 도가 트일 수 있는데 그건 극소수 같고, 저를 포함해 대부분 사람들은 주위의 자극을 받고 대화를 하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도를 통해 우연히 접하는 것 같다. 편안한 일상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꿈과 열정의 대상을 찾을 확률이 떨어지는 것 같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그 과정에서 열정의 대상을 찾을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 질문 : 올해 30살인데 학부생이 됐다. 안 교수님이 항상 제 멘토 역할을 해주셨는데 막상 학부생이 되니까 두려움이 많이 생긴다. 나이가 있다 보니 잘 할 수 있을지 적성에 맞을지 걱정된다. 안철수 교수님께서는 그런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 안철수 : 처음 시도할 때는 저도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 저의 경우도 책 읽는 걸 좋아해서 43살에 와튼 스쿨 석사과정 들어갈 때 별로 안 어려울 줄 알았다. 근데 나이 들어서 학생들과 공부하니까 상상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학생들 따라잡는데 한 학기 걸렸다. 어느 정도 해봐야 정말로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고 처음의 어려움은 모든 사람들이 겪는 것 같다. 좋은 마라토너는 마라톤 할 때 다른 생각 안하는 사람이다. 견디기 힘든 고통도 직면하면서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은 마라토너가 된다. 새로운 일에 뛰어들 때는 고통을 감수할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 질문 : 안 교수님께서도 살면서 슬럼프나 힘드셨던 일이 많이 있으셨겠다. 전 이번 여름방학이 그랬다. 슬럼프,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 안철수 : 저 같으면 창업하고 나서 고생과 슬럼프가 많았다. 고생하다 보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저의 경우 무조건 걷기. 육체노동자 같으면 정신적인 것 즉 바둑이나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고, 정신노동자는 육체적 노동, 즉 많이 걸으면 낫다고 한다. 저도 견딜 수 없으면 막 걸었다. 목표도 세분화해서 나누는 것이 좋다. 원대한 목표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연 단위, 월 단위로 쪼개고 일일 단위도 좋다. 그리고 목표만 쳐다보지 말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한 번씩 돌아보면 내가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를 얻는다. 물 컵에 반은 이미 차 있음을 알게 된다.

- 질문 : 경기도에서 희망서포터즈를 했다. 올해 24살이다. 저는 사실 아직까지 별 볼 일 없는 사람인데 꼭 성공하고 싶다. 24살에 선생님은 어떤 실패, 고민, 도전을 하셨는지 그 시절이 궁금하다.

- 안철수 : 그때 저의 고민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였다. 거창한 것이 아니고 초등학교 때 책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주위에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도움을 받는 존재인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이런 자의식이 생겨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다. 그 때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이 싹텄다. 제일 먼저 눈에 띈 데가 의료봉사였다. 가톨릭 학생회를 택해서 주말마다 봉사진료를 나갔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했던 선택들도 그 씨앗은 20대 초반에 모두 싹튼 것 같다. 그 싹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오히려 많아질 수 있다. 중고등학생 때야 입시 준비로 정신 없었고, 대학 때 사회봉사 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키워서 여기까지 왔다.

- 질문 : 교수님께서는 겸손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신다. 훌륭하신 분들은 다들 겸손하시다. 그런데도 내면을 보면 자신감이 있으시다. 저는 자신감이 있고 싶어서 자신감 있게 하면 자만심이 되고, 겸손해야 겠다 하면 자기 비하가 된다.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 안철수 :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만심에 사로잡혀도 자기가 그런 줄 모른다. 진폭을 조금씩 줄이면 언젠가는 된다. 저의 경우도 진폭이 꽤 커서 고생했다. 20대에는 자기 자리를 잡아가면서 30대에 안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 질문 : 제주에서 희망서포터즈를 했다. 제가 27살인데 26살까지는 시간에 맞춰 즉흥적으로 살았다. 목표가 없었다. 27살 3월에 깨달았다. 내 방향을 잡아야겠다고 깨닫고 6월 7월 8월까지 취업을 할지 뭘 할지 고민하고 있다. 좋아하는 걸 찾아봤는데 하나는 마케팅이고, 하나는 레크리에이션이다.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이 두 가지 중에서 내가 어느 것을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안철수 : 해봐야 아는 거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3가지 요소가 talent, knowledge, skill 이다. 사람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탤런트가 있다. 그리고 knowledge가 있어야 한다. 자기 나름의 컨텐츠를 가져야 한다. 그 다음은 스킬이다. 우선 자기가 잘하는 영역을 찾고, 그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실제로 여러 가지 끊임없는 연습 과정을 통해서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 마케팅은 상식으로는 안 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마케팅 할 수 없다. 지식을 쌓고 그것으로 끊임 없는 시행착오를 하면서 성공적인 마케팅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책 보고 익히되 끝없이 연습을 해나가면서 찾아야 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다시 찾아보면 된다.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집니다. 끝나고 “역시 안샘은 우리들의 멘토!” 하며 열광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일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음 고생한 분에게 이런 개인적인 고민을 던져도 될까 하는 의아함이 있었지만, 청춘들은 전혀 게의치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고민을 서슴없이 손을 들고 질문했고 충분한 답변을 듣고 기뻐했습니다. 그 바쁜 시간을 내어서 청춘들을 위해 사소한 질문까지도 일일이 정성껏 답변해 주는 안철수 교수의 모습이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왜 청춘들이 안철수 교수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습니다. 진로고민, 창업고민 등... 청춘들의 모든 고민들에 대해 막힘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들어주며 자상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박경철 원장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멋지잖아요!’ 했듯이, 청춘들도 ‘멋지잖아요!’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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