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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박경철-이범 "교육문제 이것부터 바꿔보자"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가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표가 매진되는 인기 절정을 누리고 있지요. 오늘은 일산에서 열렸던 청춘콘서트 소식을 전합니다. 일산에서는 특별하게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열렸고요. 그래서 ‘교육’문제를 주제로 한 대담이 이뤄졌습니다. 교육을 주제로 하다보니 교육과 관련한 특별 초대손님이 나오셨는데요. 사교육계 최고의 스타 강사였지만, 돌연 사교육계에 환멸을 느낀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이범’ 선생입니다. 지금은 서울시에서 공교육 개혁을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있지요. 일산 고양아람누리 홀을 가득메운 1500여명의 일산시 학부모님들은 안철수, 박경철, 이범 3명이 쏟아내는 교육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흠뻑 몰입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즉석 청중질문을 받았는데, 안철수 박경철 두 분에게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와서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 청중 질문 : 세 분께서 ‘대한민국 교육 이것부터 한번 바꿔보자’ 하는 게 있으시다면?

- 이범 : 첫째, 초등학교 때는 방학 때 선행학습을 절대 시키지 말자. 4번씩 반복되는 수동적 학습으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둘째, 중학교 때는 절대로 종합반 수업이나 스스로 종합반에 넣지 말자. 하나 덧붙인다면, 부모와 사교육 업자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사교육 업자는 아이의 리스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우리 학원에 맡기면 황금길을 따라서 결국 스카이로 간다는 식으로 안내를 한다. 그런데 부모라면 그들과 달리 아이의 리스크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교육자는 아이가 무기력감에 빠지거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등 인성적인 문제를 가질 리스크를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부모는 아이에 대한 애정을 가진 존재이지 않은가. 그런데 사교육자와 다를 바 없는 부모가 너무 많다. 그런 부모가 가장 집중되어 있는 곳이 강남이다. 부모는 사교육 업자와 달라야 한다. 이게 진정을 아이에게 애정을 가진 존재로서 취해야할 태도이다.

- 박경철 : 첫째, 스카이 독식 구조를 과감하게 깨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카이 정원을 1/10로 축소해야 한다. 정원이 많다보니 조금만 노력하면 내 아이도 스카이 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아이들을 줄을 세운다. 실제로 미국의 10대 상위 명문대 정원 다 합해도 우리나라 스카이 정원의 반도 안 된다. 그런데 스카이가 탐욕을 부리면서 엄청난 양을 뽑기 때문에 모두가 내 아이도 조금만 하면 저기 집어넣을 수 있고 생각하고 전 국민이 매달리게 된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경우에는 학부폐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둘째, 파격적인 affirmative action. 이게 뭐냐면 미국에서 소수인종에게 특별혜택을 주는 것인데, 서울대로 치면 지역균형 선발제와 같은 것이다. 이것을 사회 전면적으로, 예를 들면 공무원 선발, 대학생 선발 등 모든 분야에서 출발부터 뒤처지거나 여건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affirmative action을 통해 차별을 주어 독식구조를 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각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서 쓸데없이 4대강 파는데 돈쓰지 말고 그 돈을 가지고 저소득층 자녀나 여건이 어려운 지방의 청년들에게 사교육이 제공할 수 없는 정도의 파격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심지어 해외 유학까지 보내주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니 지자체 하나가 학생 1000명을 교육시켜도 다리 하나 만드는 정도의 돈도 안 든다. 그런 식으로 사회적 교육을 함으로써 대구시라면 대구의 아들, 고양시라면 고양의 아들 하는 식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아들로 키우는 그런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 안철수 : 우선, 교육문제라는 것이 사회구조 문제의 종속변수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인력을 선발하는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 대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관행 때문에 지금 일자리가 안 생기는 거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중소기업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자리들이 생길 수 있다. 덧붙여서 새로운 창업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길들도 열려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들이 대접받는 이유가 거기서는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하면 우리나라 의대, 법대 가는 것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거기서는 의사나 변호사가 성공한 벤처사업가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대학 선택 기준이 바뀐다. 그래서 첫째,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 게 장기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둘째, 지금의 대학은 도저히 교육기관으로 부를 수 없겠다는 점이다. 오히려 연구기관과 비슷하다. 교수님들의 모든 평가가 연구실적에만 맞춰지다 보니 괜히 자신의 시간을 내서 학생들 교육에 애정을 쏟지 않는다. 면담 많이 하면 교수가 손해다. 그래서 학생들을 자신의 연구를 도와주는 값싼 노동력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교수들이 성공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연구기관으로 전락한 대학을 교육기관으로 재정립 시키는것이 대학개혁의 중요한 축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대학선발기준에서 소수 우대 정책의 효과는 입증이 되었다. 성적순으로만 뽑으면 법대에는 백인들만 입학한다. 그런데 10%를 성적이 나쁜 흑인을 뽑는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굉장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10년 20년 후에 보았더니 흑인들도 백인들과 차이 없이 대법관도 되고, 그 사람들이 사회의 다양성과 인종 간 화합에 굉장한 공헌을 한 것이 입증되었다. 흑인들의 여건이 안 좋고 기회가 부족해서 성적이 나빴던 것이지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회가 전체적으로 잘 가려면 기회를 못 가진 사람들도 같은 출발선에 서게 만들고, 또 다시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면 다시 출발선에 서게 해야 한다. 사실 그게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이다.


대담이 다 끝나가려는데 갑작스럽게 청중석에서 질문이 또 던져졌습니다. 최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민감한 질문이어서 많은 분들이 숨죽여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 청중 질문 :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는가? 출마하실 생각?

- 박경철 : 사람은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또 우리는 누구나 깃발만 빛난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행사도 우리 세 명이 여기 앉아 있지만 120명의 자원봉사자가 무대 뒤에 계시는데 이분들은 숨어있다. 모두가 깃발이 되려 하면 깃대는 누가 하는가? 자신의 성질이 천인 사람은 깃발이 되고, 쇠인 사람은 깃대가 되고, 흙인 사람은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깃발이 되려고 하지 않고 좋은 깃대가 되어 깃발을 매달고, 좋은 토대가 되어 깃대를 세울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부 깃발만 되려 하면 곤란하다.

- 안철수 : .......

마지막으로 안철수와 박경철 두 분의 촌철살인의 감동 마무리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 박경철 : 내 자식이 귀하다. 하지만, 여건이 어려워 부모로부터 최소한의 혜택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가슴 속에 시퍼런 칼을 품고 살아간다면 20년 뒤에 내 아이들도 거리를 편하게 걸을 수 없다. 이 사실을 꼭 생각했으면 한다. 마무리 말씀은 안선생님에게 듣겠다. 

- 안철수 : 저희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게 크게 두가지 주제였다. 첫째. 녹록치 않은 현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노력을 하면 개개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 경험을 들려드리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또 하나는 지금 사회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가 크면 클수록 ‘나 하나 움직인다고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실 문제해결은 굉장히 간단하다. 문제해결은 ‘문제인식의 공유’만 있으면 그 다음 부터는 자연스럽게 해결 방향으로 접어든다. 해결책이야 똑똑한 사람들 많으니까 다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관건은 많은 분들이 이러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공통적인 생각을 모을 때, 그 점이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다. 그런 생각으로 저희가 강연을 다니고 있다.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현재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어서 더욱 명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안철수 교수가 말한 "교육문제는 근본적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말씀이 가장 공감이 가더군요. 교육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청중석에서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느냐’는 갑작스런 질문이 올라와서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많이 궁금했는데, 제가 답변에 대해 명확히 이해를 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습니다. 깃발, 깃대, 토대를 비유하시며 각자의 쓰임새에 맞게 잘 쓰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글쎄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