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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법륜스님, "북한 체제붕괴, 아직은 아니다"

어젯밤 평화재단 강당에서 평화리더십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우리사회에서 통일, 평화 문제에 관심있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반도의 미래와 국가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지리인데요, 특별히 법륜스님이 오셔서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열띤 강의를 해주셨답니다. 평소 남북관계에 있어서 궁금했던 점들이 말끔히 해소되는 뜻깊었던 시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강의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으며 2시간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내용을 소개하지는 못하고 간략히 간추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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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한반도의 민족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법륜스님 : 민족문제는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 북한에 있는 2천만 동포들의 생명을 보존하는 일이다. 혼자 있을 때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눈에 눈물이 난다. 2천만명이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외면해도 되겠는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건 양심의 문제이고 도덕의 문제이다.

둘째, 우리 문제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희생을 감수하면서 OECD 가입 국가가 되는 현재까지 경제 성장을 했다. 북한에 원자탄이 겁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안에 있는 원자력발전소가 테러를 당하게 되어 피해가 막심해 지는 게 겁난다.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위협에 대해 자각을 못하는 것 같다. 평화 문제는 무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최신 무기가 우리 안보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 공격에 대한 적개심을 없애는 길이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다. 게릴라식 공격에 대한 방어막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안보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길들여야겠다는 식의 감정적인 대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사람이 감정에 휩싸이면 상대가 칼로 찌른다 하면 무서워서 도망가야 하는데 오히려 찔러라 찔러 하며 배를 걷어내며 덤빈다. 이건 용감한 게 아니라 제 정신이 아닌 거다.

셋째, 통일 문제이다. 분단되었으니까 통일하자는 과거 청산 문제를 넘어서서, 현재까지 경제 성장을 해온 것은 고구려 발해 이후로 1천년 만에 가장 좋은 기회를 우리가 맞은 것이다. 여기서 만족을 할 것인가. 아니다. 우리의 사이즈가 너무 적고 우리 주변의 현실이 너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우리의 자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통일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통일의 관점에서 북한을 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보-보수 견해를 달리하는 두 그룹을 어떻게 통합해 낼 것인가, 남북 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이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어떻게 통일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연구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현재 통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남한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은 통일할 의지가 없다. 북한은 통일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의 요구를 과감하게 받아들여줘 버리는 게 좋다. 북한은 우리가 동경해야 할 나라도 아니고 두려워해야 할 나라도 아니다. 북한은 문제가 많은 집단이다. 그러나 민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는 문제가 많더라도 껴안고 포용해 나가야 한다. 독도 하나 안 뺏길려고 그렇게 싸우면서, 12만 제곱키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땅을 왜 버리려 하는가. 남의 것 뺏으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내 것을 갖겠다고 하는데 왜 못하는가. 게다가 북한이 합하자고 하는데, 왜 안하려 하는가. 북한이 곧 망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을 두려워한다. 모순 아닌가.

진보-보수에 서지 마시고 객관적 현실에 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남북관계를 통해 얼마나 이익을 받는지 생각안하고, 북한에 얼마나 손해를 끼쳤나 이걸 자랑하고 있다. 유엔도 인도적 지원을 하려 하는데, 오히려 한국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인도적 지원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질문 : 북한이 망해가면서 체제 논쟁은 끝이 났다. 그래서 오히려 남한 체제가 최고의 사회인양 착각을 하게 되었다. 북한의 인권과 참상 다 감안하고 계시고, 통일도 함께 고민하는 스님의 입장에서 통일 이후 사회를 고려했을 때 북측으로부터 배울 점은 없는가?

법륜스님 : 무료교육 배울 게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를 유지할 정부 예산이 안 나오니까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간다. 문맹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무료 의료도 배울 게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병원에 가봐야 아무것도 치료받을 수 없다. 현재의 북한은 모든 게 붕괴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북한은 배울 것이 많다. 옛날의 북한은 헌신성이 있었다. 중국도 개방 이전에는 헌신적이었지만 개방 이후에는 돈을 만지게 되면서 많이 타락했다. 북한도 생존 경쟁 속에서 심성이 파괴되었다. 정말 빨리 통일을 하거나 빨리 식량지원을 해야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가진 이런 심성들의 파괴를 여기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하층 주민부터 고위 간부까지 대다수가 정권에 비판적이지만, 아직 폭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층이 혁명하는 경우는 잘 없다. 항상 2등급 출신이 혁명을 한다. 조선시대 같으면 양반이 안 된 서자들이 혁명을 했다. 신라시대 같으면 6두품 출신들이 혁명을 했다. 북한의 혁명은 굶어죽는 민중이 하는 게 아니다. 민중들은 악에 바치면 폭동은 일으킬 수는 있다. 북한 김정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주성이다. 친중 쿠데카가 일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은 대부분 파괴되어 있는 상태다.

질문 : 북한체제가 붕괴되겠는가.

법륜스님 : 북한 체제붕괴, 아직은 아니다. 체제 붕괴가 되려면 지배 권력이 분열이 되어야 한다. 밖에서 반대 세력이 조직화되어 있는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체제 붕괴는 아직 안된다.

그리고 배후세력이 어떤가가 중요하다. 북한은 배후 세력인 중국이 승승장구하고 커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의 입맛에 오도록 하는 게 어렵다. 북한도 자주성을 잃어버리고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안보적 지원을 받아 나간다면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통일은 멀어진다.

북한의 체제는 당분간 유지시켜주고 경제는 통합해 나가야 중국에 뒤지지 않는 개방을 이뤄낼 수 있다. 통일 문제는 우리를 위해서도 북한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거다. 하지만 북한이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책을 세워져야 한다. 한국은 학생 수가 계속 줄어서 선생님들이 남아돌게 된다. 그러므로 교대 인원을 확 줄여야 하지만 기득권 때문에 이것을 알아도 실행을 못한다. 그러니 하물며 북한이라는 나라의 기득권 세력을 기득권 버리도록 할 수 있겠는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의 권력이 적어도 중도 보수까지 아우르는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정권이 출현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질문 : 스님은 식량지원 많이 하셨는데, 북한 식량 지원했을 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궁금하다. 전달하는 실상이 명쾌해 진다면 국민 모금운동도 대대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법륜스님 : 97년부터 북한인도적지원 했다. 처음에는 나진선봉 지역의 탁아소 유치원에 급식을 지원했다. 나진선봉 지역에 공장을 지어서 영양식 가루를 만들어서 나눠줬다. 동네마다 보건소를 지원할 때도 방문이 허용된 곳에 한해서만 의료품을 지원했다. 또 중국에서 식량을 살 것이 아니라, 비닐과 비료, 농자재를 지원해서 농업 생산량을 높여서 아이들 영양식 공급을 하려했다. 그런데 증산된 것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중단이 되었다.

이후에는 함경북도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4천여명을 지원했다. 현재는 북한 전역 53개 지역 고아원, 양로원, 장애자 시설에 지원을 하고 있다. 자강도는 군수산업기지여서 못가고, 이를 제외한 북한 전역에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비디오도 찍고 다 확인을 해서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대해 모니터링이 어려웠던 이유는 차관으로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무상으로 줘야 모니터링을 높일 수 있는 협상이 가능해진다. 적어도 항구에서 군청소재지까지 들어가는 것 까지는 확인이 가능해진다.  

현재로선 북한에 연간 200만톤 정도 들어가야 식량난이 해결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연간 40만톤 정도 주었다. 이 정도로는 바닥에 있는 사람들까지 돌아갈 게 없다. 탈북자들은 바닥 하층민들인데 이 사람들은 식량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국가 기간 산업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주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군대도 굶고 있으니까 당연히 군대도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연간 200만톤 정도의 옥수수를 지원해주면 바닥 하층민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게 가능해진다. 옥수수는 1년 이상 묵힐 수 없기 때문에 분배되게 된다. 지원방식은 자립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에는 비료와 식량을 함께 지원하고, 다음에는 식량은 계속 줄이고 비료는 늘여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렇게 3년만 계속해 나가면 식량난은 해결 가능해 진다.

북한주민들은 우선 당장 먹을 게 없으니까 자기에게 떨어지는 게 없는 문전옥답은 내팽겨 치고 저 멀리 뙈기밭만 자기 것이라고 정성껏 가꾼다. 또 조기 수확을 해서 악순환이다. 그래서 예전에 중앙일보랑 예산1%를 대북인도적지원기금으로 만들자는 운동을 했었다. 국제사회에서 유엔에서 권장하는 ODA 원조(제3세계 지원) 형태로도 충분히 북한 지원이 가능하다. 권장치가 GDP의 0.7%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북한 지원 가능하다.

질문 : 북한이 봤을 때는 남한 사회가 굉장히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재 남북한은 너무나 취약하다. 남한이 북한을 껴안을 수 있는 수준도 아직 아닌 것 같다.

법륜스님 : 맞는 말씀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우리가 모인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만들 수 있다. 남의 역사를 보고 우리도 안 된다고 이야기할 필요 없다. 서독이 동독을 통일했다고 하는데, 독일 통일은 동독이 한 거다. 서독이 기반을 닦은 것은 맞지만, 통일을 결정한 것은 동독 주민이 했다. 결국 북한주민들이 남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 북한 민심을 잡는 최고의 수단이며, 도덕적이며, 외교적 효과가 나오는 인도적 지원이 그래서 필요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남북의 갈등이 있지만 사람이 굶어죽는데 돕자 하면 국민들을 동의시킬 수 있다. 연평도 사건 일으키고 천안함 사건 일으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이 없어서 사람이 굶어죽으니까 돕자 하는 게 인도주의다. 국격은 이런데서 나오는 것이지 평창에 올림픽 한다고 국격이 나오는 것 아니다.

김정일을 설득할 수 있으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데 김정일을 만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을 설득해야 하는데, 미국 가서 설득해 놓아도 한국이 안 움직이니까 소용이 없다. 결국 한국 정부다. 한국에 정당한 권력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통일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국가 권력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 되겠는가.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마지막 힘은 여러분 같은 사람이 각계 각층에서 여론을 주도해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길 밖에 없다. 시간이 더디더라도 이렇게 가고 있다. 무언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 몸부림을 쳐야 한다. 여론을 조성하고 무료 강연을 하면서 어떻게든 해야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5월 22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김제동, 안철수, 박경철, 조국, 김여진, 노희경, 한지민과 함께 젊은 사람들에게 청춘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되겠냐 이러지 말고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예지를 가지고 변화를 주도할 만한 그룹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법륜스님의 답변이 끝나고, 큰 박수 소리가 쏟아져 나옵니다. 스님께서는 의견 차이가 있는 지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을 해보자고 제안하셨는데, 다들 스님의 답변에서 허점을 찾지 못하시겠다며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통일 문제에 대해 스님께서 얼마나 연구하고 계시며 열정을 갖고 계신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듣는 내내 한줄기 소나기가 휘몰아쳐 내린 기분마냥 스님의 말씀에 확 빨려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다들 강연장을 나서며 ‘나도 통일에 무언가 기여를 해야겠다’ 한 말씀 하시네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혹시 반론을 제기하고 싶으신 분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우리들도 함께 논쟁해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