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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노희경 “인세액 전액 기부 후, 간이 철렁했었다”

노희경 작가님과 맹호부대 장병들과의 대화마당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수년간 빈곤퇴치 봉사활동을 열정적으로 해오고 계십니다. 6년 전부터 매년 명동에서 거리모금을 하시며 손수 모은 기금으로 인도의 천민마을과 필리핀의 분쟁지역에 학교를 짓고, 영양식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필리핀 민다나오 분쟁지역에 직접 가셔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돌봐주시기도 하셨구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선행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지금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고 있으며 <길벗>이라는 방송인 사회공헌모임으로 발전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한지민씨, 김여진씨, 배종옥씨 등등 많은 연기자들과 함께 하고 있고요. 오늘은 맹호부대 장병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질문과 노희경 작가님의 애정어린 대답, 그 생생한 현장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봉사하는 삶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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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간 빈곤퇴치 봉사활동을 해오고 계신 노희경 작가님(거리모금).

▶ 병사 질문 : 최근에는 필리핀 민다나오 분쟁현장에 직접 가서 그 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셨죠. 거리모금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빈곤퇴치 활동도 수년간 해오고 계시고요. 지금 하고 있는 봉사 활동들이 작가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 노희경 : 재미있어요. 재미있지만 부담감으로 일을 할 때도 있어요. 요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까 입니다. 지금도 계속 연구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기부 다이어리>를 만들었어요. 아이들 도와주는 재미 외에도 판매하는 재미가 있잖아. 일단 영업하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모은 돈을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쓸 때는 돈 쓸 재미를 느끼면 되죠. 순간순간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거 같아. 나 혼자 가는 길이라면 못 갔을 거 같아.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있어야 돼. 봉사활동을 하는 원동력은 계속 바뀌는 거 같애. 어떨 때는 “같이 하는 친구들”, 어떨 때는 “굶주리는 아이들”, 어떨 때는 “내 양심”, 또 어떨 때는 “그냥 단순한 재미”... 그 때 그 때 바뀌는 것 같아요. 

만약에 이런 봉사하는 재미를 모른다면 여러분은 인생의 큰 재미를 모르시는 거예요. 그것은 사랑을 모르는 것과 같아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특히 젊은 남자들이 할 일이 너무나 많아요. 저희는 팜플렛 같은 것을 들어도 여자들은 힘이 없으니까 못 들어요. 제가 들어봤자 박스 하나를 못 들어요. 여러분 같은 남자 친구들은 번쩍번쩍 들죠. 다음 생으로 태어난다면 힘 있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봉사활동은 의무감으로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의무감이랄 것도 없죠 뭐. 어차피 죽을 때 다 놓고 가야 하는데... 

가끔 기부할 때 간이 철렁할 때가 있어요. ‘어유 이번에 너무 많이 기부했나? 조금만 덜 할 걸’ 정말 그래요. 얼마 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도서 인세액 전부를 기부하기로 했는데(관련 기사), 맨 처음엔 얼마인 줄을 모르고 기부한 거에요. 나중에 보니까 생각보다 액수가 너무 많은 거야. 어느 날 그것을 놓고 우리 가족이랑 한번 검토해 봤잖아. 이거 진짜 다 보내야 될까? 근데 결국 기부하기로 합의를 해요. 죽을 때 이 돈 가지고 가지도 않을 거잖아. 기껏 너가 이 돈 가지고 하고 싶은 게 옷 한 벌, 좋은 신발 더 사는 거지. 반나절을 고민해요. 그러다가 기부하자 그렇게 내려놓고 나면, 가족들하고 웃으면서 “아 또 한 번의 유혹을 넘었구나” 그래요. 그렇게 유혹을 넘는 재미가 있어요. 

우리가 봉사 안하고 별로 할 일이 없어요. 여러분 봉사 안하고 뭐할래요? 여자 친구 만나요? 여자 친구랑 맨날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영화 한 번? 그 다음 날은 뭐?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사실 별거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봉사활동을 통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거지. 1주일에 1000원이면 굶주리는 어린이 7명에게 이유식을 줄 수가 있지. 그 아이가 삼 년 동안 먹고 살 영양식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요. 그 돈으로 한 생명을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거지. 정말 재미있어요. 나중에 저에게 오세요. 일감 많이 있어요.  

△ 질문하는 병사들과 답변하는 노희경 작가님. 

▶ 병사 질문 : 봉사라는 것, 해보고는 싶은데 하기가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 노희경 : 맞아요. 이게 문제에요. 저도 요즘 매일 고민하는 게 이거야. 일주일에 2시간 정도만 봉사하라고 하는 데, 우리가 봉사해 보면 2시간 가지고는 절대 안 돼. 무슨 2시간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할 수가 있어요? 없어요. 그래서 제가 고민하는 것은 2시간짜리 봉사활동을 만드는 거야.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 하는 거야. 집에서 가볍게 할 수 있어야 되요. 집에 가져가서 봉투 붙이는 것이라도 집에서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것들을 연구하는 재미가 있어요. 

봉사는 크지 않아야 되고, 일상이 봉사면 가장 좋지. 우리의 걸음 걸음 모두가 봉사면 좋지만, 우리 시스템에 그게 안 된다는 거지. 정말 작은 것부터 하세요. 내가 내 어머니한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내 동생한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하루 한 번 만이라도 칭찬하기 감사하기, 난 이것도 큰 봉사라 생각해. 그런 것들이 몸에 베어야지 나중에 큰 일도 할 수 있다 생각해. 

봉사를 너무 크게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순간순간 단 한 번도 칭찬하지 않는 우리의 문제점도 있다는 거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봉사 일감들을 작게 작게 만드는 것은 전문 봉사자들이 할 일이잖아.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게 봉사야.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게 봉사잖아. 세상을 험악하게 하는 게 봉사가 아니야. 말 한 마디 좋게 해주면 좋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떤 면에서 봉사는 굉장히 어려워요. 또 꾸준히 하지 않으면 빛을 발하기 힘들어요. 매일 조금씩 하는 게 중요해요. 하루에 1가지, 말 한마디 하는 것. 이것을 한 1년만 해보세요. 버릇이 들어요. 하루에 1번만 하는 거야. 따뜻한 말을 하루에 1번 하는 것. “고맙다”, “미안하다”, “니가 있어서 좋다”, 이런 말들을 하루에 1번만이라도 하자.

△ 빈곤퇴치 봉사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표민수 PD님. 어린 아이들처럼 해맑은 표정.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분한 말씀들이 병사들의 마음을 이미 흠뻑 적셔버렸습니다. ‘봉사’라고 하면 거창한 일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그런 이야기라고 많이들 생각 하시죠. 또한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많이들 합니다. 하지만, 봉사는 “동생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하루 한번 칭찬하기” 라고 하시네요. 이렇게 쉬운 일인데, 무언가 거창한 것만 생각하며 뒤로 미루고만 살았다 싶었습니다.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해 오신 작가님도 기부를 망설일 때가 있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그 유혹을 넘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저도 오늘 유혹을 넘으며 제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해보았습니다. 진짜 재미있더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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