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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배우 김여진 "저도 고무신 거꾸로 신어봤어요"

드라마 ‘이산’에서 정순왕후 역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이서우 작가 역할을 맡았고, 최근에는 영화와 연극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신 배우 김여진씨가 군장병들과의 솔직담백한 대화마당을 가졌습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군인들 앞에 서 보기는 처음이라는 김여진씨의 설레이고 떨렸던 군장병들과의 만남 현장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사전에 200여개의 질문들이 병사들로부터 접수되었고, 그 중에서 5가지 질문이 선정되어 재미난 답변이 펼쳐졌습니다. 군인들의 3대 고민 아시죠? 연애, 진로, 걸그룹(?)... 그 중에서 오늘은 첫 번째 질문 <군대와 연애>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5일 동안 5가지 주제에 대한 답변을 매일 연재해 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오늘은 병사들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군대’하면 ‘여자친구’를 빠트릴 수 없죠. 여자친구에 대한 걱정, 그리움, 헤어짐에 관련된 질문들이 정말정말 많았는데요. 병사들의 질문과 김여진씨의 답변입니다.

△ 병사들의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며 포스 넘치는 모습.

▶ 병사 질문 : 20대 젊은 시절 동갑내기 친구들 혹은 오빠들이 군대에 입대할 때 군대를 혹은 군인을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김여진 : 아저씨! 군인 아저씨! (웃음) 사실 지금 여러분들의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군인들이 이렇게 어리고 애 띤 얼굴을 하고 있다니요... 밖에서 보면 다 군인 아저씨로 보이지요. 제가 지금 위로를 해드리려 온 것은 아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여러분은 군인 아저씨입니다.(웃음)

△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 병사 질문 : 군에 입대한 현역 군인과 연애를 해보신 적 있습니까? 있으시다면, 기다림에 대해, 쓸쓸한 감정들, 미운 감정들, 그리운 감정들 속에서 혼란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 김여진 : 저도 고무신 거꾸로 신었습니다.

저도 군대에 남자친구 보내 봤습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요. 그리고 고무신 거꾸로 신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돌 맡을 각오하고 이렇게 고백을 합니다. 대학교 때 사귄 남자친구였어요. 남자친구는 제가 졸업할 때쯤에 미루고 미루던 군입대를 하게 되었어요. 남자친구랑 공부방 활동도 하고 야학도 나갔었는데, 여러 활동을 하며 너무 힘이 들고 마음이 지쳐있을 때, 남자 친구가 군대를 갔어요. 너무 슬퍼서 한달 동안 매일 울었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더라구요. 훈련소 때는 연락도 못하잖아요. 여러분들도 지금 많이 슬프고 그립고 쓸쓸하고 그럴 겁니다. 저도 20대 초반에는 견디기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식습니다.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러다가 제가 연극을 시작했어요. 대학교 4학년 마지막 겨울방학 때 우연히 연극을 시작했고 새로운 생활이 펼쳐진 거예요. 너무 재미있었고, 모든 것을 몰입해서 제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것이 생긴 거죠. 그러더니 저도 점점 남자친구가 잊혀지더라고요. 편지를 하루에 한통씩 주고 받았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식습니다. 아픈 이야기지만 사실이예요. 그 사랑이 다 일수가 없어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이고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니까 지금 한 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네요.ㅠㅠ
 

△ 가슴 아픈 사연을 질문하는 병사.

▶ 병사 질문 : 요새 제 여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ㅠㅠ 곧 있으면 휴가를 나가는데, 여자친구를 만나서 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려 준 여자친구가 고맙기도 하지만, 아직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사랑하지만... 놓아줘야 될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 김여진 : 20대 초반은 아직 삶의 시작일 뿐이예요. 지금의 사랑이 전부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하나의 시작이고 삶의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한가지일 뿐이예요. 물론 지금은 마음이 아프고 어떻게든 잡고 싶을 거에요. 하지만 잡지 마세요. 왜냐하면 잡으려 해도 잡아지지 않기 때문에.

이미 나에게 마음이 식은 사람을 다시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또는 나에게 마음이 식은 사람을) 다시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책들도 많고 여러 가지 이론들도 있지만, 저는 다 거짓말이라 생각해요. 한가지 팁은 알려드릴께요. 나를 덜 싫어하게는 할 수 있어요. 더 이상 붙잡지 않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보면 되요. 여러분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가 늘 좋던가요? 어머니만 보면 늘 가슴이 설레이고 좋던가요? (아니요) 왜냐하면, 어머니는 늘 간섭하시기 때문이예요. 내 마음에 대해서 어머님은 늘 간섭을 하세요. 많이 사랑하시니까.

‘나만 바라봐야 돼!’ 하는 순간 여자친구와는 전광석화와 같이 멀어집니다

여자 친구에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마음껏 표현하세요. 하고 싶은 데로 다 표현하세요. 좋아한다. 사랑한다. 얼마나 니 생각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 다 표현하세요. 그게 최선이예요.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그 여자가 내 손에 잡히는 건 아니예요. 오히려 싫어지고 도망가게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니, 너도 나를 이만큼 사랑해야돼 요구하기 때문이예요. ‘나만 바라봐야 돼!’ 라는 건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한 간섭이죠. 그렇게 되면 여자친구와는 전광석화와 같이 멀어집니다. 절대로 그 사람 마음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겠다 해야 됩니다.

△ 한명 한명 이름까지 직접 써주며 사인해 주시는 모습. 
    줄 서 있는 병사들 끝이 안보이는군요. 결국 다 못해줬다는... 

여자친구가 부담을 느낀다면 잠시 쉬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니까 열심히 표현하세요. 이 정도면 부담이 될 듯 싶다 느낌이 오죠. 전화를 안받는다든지, 문자 10통 썼는데 답장이 안온다든지... 그러면 잠시 쉬시는게 좋습니다. (웃음) 여자친구가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멀어지고 있는 중이거든요. 마음이란 게 원래 그래요. 엄마가 잔소리 무진장 할수록 하기 싫잖아요. “집에 들어와, 들어와” 자꾸 그러면 더 들어오기 싫어지잖아요... 왜 싫은지 따지고 뭐라 할 수 없어요. 그게 마음인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이래야 될까 저래야 될까 고민하고 계신 분은 결정권을 여자친구에게 넘겨버리시면 되요. 그 여자친구가 헤어지고 싶다 하면 헤어져 주세요. 마음이 아프더라도. 기다려주겠다 하면 고마운 거구요. 그걸 잡겠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집니다.

헤어지더라도 그건 절대로 여러분 잘못이 아니예요

그렇게 헤어지더라도 그건 여러분 잘못이 아니예요. 이 사실이 여러분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그게 여러분 잘못이 절대로 아니예요. 저는 첫사랑을 생각했을 때 너무 고맙고 너무 아름다워요. 그렇게까지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제 인생의 좋은 추억이 되어주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정말 고마워요. 저도 그 사람 좋아했었고, 그 사람도 저를 좋아했었고, 서로가 인생의 한때를 정말 아름답게 보낸 거예요. 그 사람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다 잘 한 거예요.

△ 사인을 받고 기뻐하는 병사들. 전역할 때까지 관물함에 붙여 놓을거라고 하더군요.

최선을 다하되, 결정은 그녀가 하도록 하세요

최선을 다하시되, 결정은 그녀가 하도록 하세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건 여러분들이 군대 있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병사들의 박수와 환호, 여기저기서 쏟아짐)
 
첫 번째 질문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병사들이 공감했다는 뜻이겠지요. 김여진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데로 해주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떠오르네요.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을 하되, 결정은 그녀가 할 수 있도록 하시라. 참 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 와서 여자친구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질문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김여진씨의 이야기가 병사들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큰 힘을 준 것 같습니다. 답변을 듣고나서 한결 가벼워진 병사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김여진씨의 이 이야기를 읽고 더이상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군인들 숫자가 좀 줄어들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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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1. 김여진씨가 사회를 보고 김제동씨가 강연자로 나오는 좋은 행사가 있어 소개합니다.
평화재단에서 주최하는 2010 청년열린아카데미 [우리 함께 꿈꾸자] 첫번째 강연. 
11.2(화) 저녁7시30분 김제동씨가 '우리세대의 엣지있는 사랑학' 이란 주제로 대화합니다.  
참가하실 분들은... [클릭]  


2. 군장병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군부대 책보내기 캠페인>에 참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