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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소심하고 잘 삐지는 남편 때문에 짜증이 납니다" 법륜 스님의 답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양재동 더케이아트홀에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법륜 스님은 지금 전국을 순회하며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서초구민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에 올라서자 자리를 가득 메운 900여 명의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성으로 스님을 반겨주었습니다. 스님은 봄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봄에는 땅의 기운을 좀 받으며 지내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봄날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어제 경주 남산에 갔었는데 진달래가 활짝 피었더라고요. 예전보다 1주일 내지 10일은 빨리 봄이 온 것 같아요 여러분은 봄이 빨리 온 것이 느껴집니까?”



이어서 본격적으로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소심한 남편 때문에 괴롭다고 고민하는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결혼한 지 11년 되었습니다. 남편의 성격이 많이 여리고 소심하고, 제가 무슨 질문을 하거나 걱정하는 말만 해도 순간적으로 짜증내고 잘 삐집니다. 제 말투가 부드럽지 않고 비꼬는 말투라고 하면서 화를 내거나 쓸데없는 소리라며 제가 하는 말을 잘 안 들으려고 해요. 자기는 완벽하게 잘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걱정을 하고 지적을 하느냐고 말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대화의 시도인데 남편은 이해를 못하고 화를 내니까 제가 아예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 질문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화내는 건 남편의 사정이고 묻고 싶은 건 내 사정이니까 화를 내든지 말든지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자꾸 하세요. 어려울 게 없어요. 결국은 질문자도 삐지는 거 아니에요? 결국 질문자도 소심한 겁니다. 남편이 화를 내니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걸 소심하다고 그래요. 화 내는 건 너의 사정이고 나는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버리면 되는 겁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남자가 돼서 소심하게 자꾸 화를 내니까 그렇죠.”

 

“여기에 ‘남자’라는 단어를 붙이면 그건 남녀차별입니다. 남자도 소심할 권리가 있는데, 남자는 소심하면 안 되고 여자는 소심해도 됩니까? 왜 좋은 것만 다 여자가 누리려고 그래요. 무거운 짐 들 때는 ‘남자가 그것도 못 드냐’ 그러고, 맛있는 거 먹을 때는 ‘남자가 무슨 먹는 것을 밝히냐’ 그러는데, 가만히 보면 심보가 못됐어요. 남자도 소심할 수 있어요. 왜 여자만 소심해야 돼요? 여자도 대범할 수 있고, 남자도 소심할 수 있습니다. 남자가 소심한 것은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성격이 좀 소심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짜증내는 것을 보면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남편이 짜증을 낸다고 해서 질문자도 왜 짜증을 내는데요?”

 

“궁금한데 답변은 안 해주고 짜증을 내니까요.”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지 왜 짜증을 내요?”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주고 짜증을 내니까요.”

 

“대답을 안 하면 또 물어보면 되잖아요. 짜증을 내도 다시 물어보면 되지 왜 짜증을 내요? 그냥 또 물어보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나 남편이나 피장파장이다 이 말이에요. ‘나는 물어볼 뿐인데 너는 왜 짜증을 내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그러나 상대 입장에서는 ‘내가 짜증을 낸다고 너도 왜 짜증을 내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겁니다.”

 

“네. 맞아요. 남편이 항상 그렇게 말해요.”(모두 웃음)

 

 

“그러니 ‘내가 물어볼 때 상대는 짜증을 내면 안 된다’ 라고 생각을 한다면, ‘상대가 짜증을 낸다고 나도 짜증을 내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도 생각을 해줘야 해요. 나는 ‘물어볼 뿐인데 왜 짜증을 내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상대도 ‘내가 짜증을 낸다고 너도 왜 짜증을 덩달아서 내니?’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에요. ‘저 사람이 짜증을 내니 나도 짜증이 나는 것처럼 내가 물을 때 상대도 짜증을 낼 수 있겠구나’ 하고 상대가 짜증을 내는 것을 이해를 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묻거나 대답하기 싫은 걸 물으니 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 ‘남편은 짜증을 낼 수 있겠다’ 하고 이해를 해주면서 ‘짜증내는 건 너 사정이고 나는 또 물어봐야 되겠다’ 하고 또 물어보면 되는 거예요.(모두 웃음)   

 

고집은 하지 않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냥 물어보면 되는 거에요. 나는 그냥 편안하게 물어보는데 남편은 막 짜증을 내면 누가 더 괴롭겠어요?”

 

“남편이요.”

 

“남편도 정 괴로우면 대답을 하든지 답답해서 죽든지 무슨 수가 생기겠죠. 그러면 질문자는 시집 한 번 더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에요? 그 때는 좀 더 대범한 남자를 구해서 결혼하면 되잖아요.(모두 웃음) 

 

그런데 대범한 사람을 구해서 결혼하면 질문자는 또 숨막혀서 못 살아요. 지금 남편은 물으면 짜증을 내는데 대범한 사람은 아예 독재를 해요. 그렇게 되면 구관이 명관이라고 숫제 짜증을 내는 게 낫지 이건 진짜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말입니다. 칼은 날카로워서 좋지만 손을 베이는 것처럼, 솜은 부드러워서 좋지만 줏대가 없는 것처럼 사물에는 늘 양면성이 있습니다. 아버님이 성격이 좀 강해요?” 

 

“네.”

 

“아버님의 강한 성격이 싫었기 때문에 질문자는 유약한 남자를 좋아했을 거예요. 유약한 남자는 친구하기가 참 좋잖아요. 그런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소심하고 줏대가 없죠. 자업자득에요.(모두 웃음) 


 

그러니 남편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대범하길 원하고, 어떤 때는 소심하길 원하고, 어떤 때는 부드러운 걸 원하잖아요. 그런데 친구처럼 부드럽고 사근사근한 남자를 구해서 살아보면 줏대가 없어 답답하고, 카리스마 있는 남자를 구해서 살아보면 완전히 자기 마음대로 삽니다. 그래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내가 원하는 것은 줏대가 있어야 할 때 줏대가 있고, 사근사근해야 할 때 사근사근한 것인데 그것을 ‘욕심’이라고 그래요. 사람이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스님이 이렇게 자상하게 대답해주니까 너무너무 좋아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면 냉정해요. 찬바람이 쌩 하게 난단 말입니다. 강연장 안에서는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강연장 밖에 나가서 ‘스님, 사진 같이 찍어요’ 부탁해 보세요. 눈도 하나 깜짝 안 해요.(모두 웃음) 사인할 때도 ‘내 이름 써주세요’ 라고 부탁해 보세요. 안 써줘요. ‘내 이름은 내가 쓸테니 니 이름은 니가 써라’ 이럽니다.(모두 웃음)   

 

그래서 꽃도 멀리서 보면 예쁜 꽃이 있고 가까이서 보면 예쁜 꽃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고 좋아서 덥석 물었다가 매이는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질문자가 좋아서 한 행동인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니까 받아들여야 해요. 남편의 성격이 그런 거에요. 남편도 안 그러고 싶은데 안 고쳐지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릴 때 자란 환경과 카르마로 인해서, 즉 프로그램이 그렇게 짜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편을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소심하다’, ‘나쁘다’ 이러지 말고 ‘남편은 저런 성격이 있구나’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맞춰줄 수는 없습니다. 남편이 성질내도 물어볼 것 있으면 또 물어보면 됩니다. ‘그걸 왜 물어봐’ 하고 화를 내면 ‘몰라서 물어보지’ 라고 대답하고, ‘그만 물어’ 하면 ‘또 물어보고 싶은데’ 이러면 됩니다.(모두 웃음) 

 

그런데 질문자는 남편이 ‘그만 물어’ 이러면 ‘알았다. 다시는 안 물을거야’ 이런 성질이기 때문에 서로 성질이 똑같은 겁니다. 남편은 그런 성격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물어볼 것이 있으면 생글생글 웃으며 또 물어보면 됩니다. 서로 다를지라도 그것을 이해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남편을 고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죽을 때까지 못 고쳐요. 천성은 못 고친다는 말 들어봤죠? 천성을 고치려면 죽어야 해요. 그래서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천성이 변하는 것을 보니 죽을 때가 다 됐구나’ 이런 말도 있어요. 고치면 죽어요. 명 대로 살게 그냥 놓아 두세요. 왜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죽일려고 그래요?(모두 웃음) 

 

성질내면 ‘알았다’ 하면서 또 묻고, 지풀에 지가 죽는 건 내가 상관할 바가 없어요. 그렇게 좀 대범해야 합니다. 아이고, 쫀쫀한 사람 둘이 만나서 참 고생이네요.(모두 웃음) 


 

남편이 쫀쫀하면 질문자가 좀 대범해야 합니다. 나사 못도 암나사가 있고 숫나사가 있잖아요. 하나가 들어가면 하나가 받아줘야 하듯이 하나가 소심하고 하나가 대범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소심한 두 사람이 같이 붙어 싸우니까 문제가 되지요. ‘남편이 소심해요’ 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벌써 질문자가 소심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모두 웃음) 질문자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진짜 소심하거든요.”(모두 웃음)

 

“만약 남편이 저한테 질문을 한다면 이럴 거에요. ‘우리 마누라는요 진짜 소심해요. 여자가 왜 그렇게 소심해요? 엄마처럼 좀 푸근해야 하는데...’. 그러면 제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그런 것처럼 남편이 소심하다고 얘기하는 건 질문자도 소심하다는 걸 반증하는 거예요. ‘아이고, 우리 남편은 너무 고집이 세요’ 이렇게 말하는 건 아내도 고집이 세다는 것을 말해요. 그러니 남편이 대범해지면 좋겠다 싶으면 질문자부터 먼저 대범해지세요. 남편의 짜증에 대해서 크게 시비하지 말고 좀 받아주라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막상 집에 가면 또 안 될 거에요. 안 되지만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알았죠?” 

 

“네.” 

 

스님의 답변에 청중들은 자지러지듯이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습니다. 청중들은 ‘코메디보다 더 웃기다’ 며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질문한 여성 분도 고민이 해결되었다며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청중들도 질문자를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8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며 울고 웃고 하다보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강연을 마치면서 스님이 “강연이 어땠어요?” 라고 물으니 청중석에서는 “좋았어요!” 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면서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보면 온갖 일을 겪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서 기쁠 때도 있고, 꼭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믿는 사람에게 발등 찍히는 일도 있고, 이렇게 온갖 일을 겪게 됩니다. 나만 그렇게 겪는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겪게 됩니다. 우리는 그걸 갖고 좋았다 나빴다 즐거웠다 괴로웠다 하면서 파도타기를 합니다. 그런데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사실은 별 거 아닙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를 돌아보면 월말고사 성적이 그때는 굉장히 중요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때 성적이 더 올라갔다고 내 인생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이런 파도타기를 이제는 그만 해야 돼요. 인생이란 건 늘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미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원래 사람들의 성질이 그래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너무 빠지면 나중에 더 큰 낭패가 되고, 싫어하는 것 때문에 너무 괴로워하면 그게 고통이 돼요. ‘저런 사람도 있네’, ‘이런 사람도 있네’ 하고, 내 뜻대로 되었다고 흥분해서 즐거움에 빠지지 말고, 내 뜻대로 안 되었다고 괴로워서 너무 침잠하지 말고 그냥 담담하게 ‘인생은 이런 거구나’ 이렇게 보는 거예요. ‘이런 경우도 있네’, ‘저런 경우도 있네’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지금보다 훨씬 인생살이가 가벼워져요. 

 

여러분들은 인물이 예쁘니 못생겼니 하는데 늙어보면 다 마찬가지예요. 예쁜 사람이 늙는 게 견디기 힘들까요? 못 생긴 사람이 늙는 게 견디기 힘들까요? 누가 더 힘들 것 같아요?”(모두 웃음)

 

“예쁜 사람이요.” 

 


“잘생긴 사람이 힘들겠죠. 그러니 잘생긴 사람이 잘난 척 하거든 ‘아이고, 늙으면 너가 더 고생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재산이 많은 사람이 집착을 내려놓고 죽기가 힘들까요? 없는 사람이 집착을 내려놓고 죽기가 힘들까요?”

 

“재산이 많은 사람이요.”

 

“재산이 많은 사람이 힘들겠죠. 그러니 ‘저 사람은 죽을 때 힘들겠구나. 가져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생각을 가지면 그게 특별히 부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니 피부가 검든 희든, 인물이 잘 생겼든 못 생겼든, 재물이 많든 적든, 인기가 있든 없든, 이런 것에 너무 매달려서 흥분하면 인생살이가 피곤해요. 조금만 길게 보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러니 행복하게 사세요. 감사합니다.”

 

잘생긴 사람은 늙으면 더 괴로워진다는 비유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만으로도 이렇게 울고 웃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질문한 모든 분들이 스님 말씀처럼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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