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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 스님이 말하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방법

어제 저녁 7시30분, 평화재단에서는 법륜 스님을 강사로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주제로 한 시니어 아카데미 강연이 열렸다. 시니어 아카데미는 나이 든 60대, 70대가 어떻게 하면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것인가 하는 주제로 총 5회의 걸쳐 마련된 강연인데, 이날은 그 마지막 시간으로 법륜 스님과 함께 즉문즉설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분들이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을 고려하여 법륜 스님도 평소와는 달리 말을 아주 천천히했다. 세 명이 질문했는데, 그 중에 한 분은 "퇴직 후 자원봉사를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며 고민을 말했다. 법륜 스님은 왜 자원봉사를 하면 좋은지 자세히 설명했다.


"자원봉사, 가장 좋은 노년의 길"



▲ 법륜 스님이 평화재단 시니어 아카데미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있다.


"저는 강의할 때 강사료를 안 받습니다. 강사료를 받으면 많이 줬다 적게 줬다를 갖고 따지게 됩니다. 돈을 많이 준 곳은 더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고, 돈을 적게 준 곳은 가능하면 강의를 안 해 줄려고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돈을 안 받고 강의하기 때문에 많이 주든 적게 주든 전혀 신경을 안 쓰니까, 내 시간이 되느냐 안 되느냐 그것만 고려할 수 있습니다. 누가 요청했는지 어디서 요청했는지 이건 거의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에서 내가 갑이 되는 이치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돈을 받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이 목적이에요? 돈이 목적이에요? 돈이 목적이지요. 돈을 받기 위해서 춤을 파는 거예요. 자기가 돈에 종속이 되는 겁니다. 자기가 주체적으로 행위를 하는 게 아니고 돈을 받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자기 행위가 주체적이지 못하고 종속적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돈을 주고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이 목적이에요? 돈이 목적이에요? 춤이 목적이에요. 자기가 바로 춤을 실현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행위가 바로 자기실현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돈을 받고 하는 행위는 돈을 위해서 자기를 파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사랑과 같습니다. 자원봉사는 자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자원봉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역사가 노예에서 노동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제는 자원봉사로 나아가야 합니다. 돈을 내고 일하면 놀이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노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면 노동을 하세요. 돈 벌 수 있는 만큼 버세요. 그러나 나이가 들어 돈 벌 일이 없어졌다고 너무 낙담하지는 마세요. 나이가 들어서 돈 벌 일이 없게 되었을 때야말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고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재능이 남아 있다면 세상을 위해서 한번 사랑을 해보시라는 겁니다. 


봉사라고 하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찾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이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랑으로 마무리 짓는 방법입니다. 억지로 그렇게 할 필요는 없고요. 직장 다니면서도 주말에는 봉사를 할 수 있잖아요. 선택입니다. 배부른 돼지가 되겠느냐? 배고픈 사람이 되겠느냐? 저는 배고픈 사람이 되는 쪽을 선택했어요."


자원봉사야 말로 남은 인생을 사랑으로 마무리 짓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답변에 모두가 공감을 표현했다. 특히 돈 받고 춤추는 사람과 돈 내고 춤추는 사람을 비교해준 덕분에 왜 자원봉사야 말로 인생의 주인되는 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하얀 70대 할아버지 한 분은 남은 인생을 어떤 기준으로 살아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동안 몰라서 실수하고 볼품없는 삶을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선택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아주 의미 있게 효과적으로 살려면, 순간순간 무엇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으면 좋을지요?" 


행복한 노년, 이것만 지켜보세요


법륜 스님은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5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안 죽고 산 것만 해도 대성공이에요. 과거를 좋게 생각해야 미래가 좋아집니다. 과거를 자꾸 나쁘게 생각하면 자기 인생이 비참해져요. 제일 간단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까지 잘 살았다. 앞으로도 잘 살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나는 오류 투성이로 살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지금까지 내가 산 것은 대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입가에 미소가 돕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 합니다. 


연세가 들면 젊은 사람과 차이점이 있어요. 조그마한 애가 재잘재잘 말을 잘하면 말을 잘한다 해요. 그런데 노인이 말을 많이 하면 잔소리가 많다 합니다. 이렇게 평가가 다릅니다. 젊은 애가 빠릿빠릿 다니면 재바르다고 해요. 그런데 노인이 빠릿빠릿 다니면 주책머리 없다 이렇게 말해요. 젊은 애가 어떤 꿈을 가지고 뭘 하겠다고 하면 야망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노인이 이것저것 하겠다고 하면 노욕이라고 말해요. 이렇게 똑같은 행동인데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에 대한 평가가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노인이면 노인에 맞게 살아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자연스럽다는 것이죠. 


아이는 아이에 맞게, 청년은 청년에 맞게, 노인은 노인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청년답게 안 살고 노인처럼 살려고 해요. 청년의 특징은 미숙함이다. 미숙하다는 것은 실수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청년이 실수를 안 하려고 하다 보니까 결정을 못합니다. 청년의 장점은 용기입니다. 그래서 청년은 뭐든지 시도하면 됩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나가면서 지혜가 형성되어 나가는 것이거든요. 많은 시도를 하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청년이죠. 


노인의 특징은 원숙함입니다.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실수가 적습니다. 대신에 선택을 할 때 쉽게 선택을 안 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좋은 게 꼭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꼭 나쁜 게 아니더라 해서 젊은 사람들처럼 희노애락에 덜 물들고 결정을 합니다. 그래서 실수가 적죠. 그런 면에서 머리가 하얀 것은 좋은 것입니다. 검게 물들일 필요가 없다. 옛날에도 도사들은 다 머리가 하얗습니다. 젊은 도사 봤어요? 못봤지요. 도사는 다 늙었습니다. 


늙음의 특징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늙음의 특징에 맞지 않게 젊은 사람들처럼 빠릿빠릿하게 살려고 하니까 열등의식이 생기는 겁니다. 젊음을 부럽게 생각하고 늙음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첫째, 말이 좀 적어야 됩니다. 그런데 늙으면 말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그래요. 젊은이들의 미숙함을 보면 자꾸 말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 미숙함이 젊음의 특징이거든요. 자꾸 실수를 해가며 배워나가야 지혜가 느는 것이지 말로 가르쳐준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가능하면 틀리는 것을 지켜봐주는 게 좋아요. 직접 경험해 봐야 알지 얘기해 준다고 아는 게 아니거든요. 미리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너무 욕심내면 안 됩니다. 젊은이들이 시행착오 하는 것을 봐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째 입을 좀 다무는 게 좋고, 입이 잘 안 다물어지면 염불을 많이 하시라는 겁니다. 


둘째, 욕심을 좀 내려놔야 되요. 욕심 없는 사람은 없지만, 젊은 사람이 욕심 갖는 건 좀 괜찮은데 나이 들어서 욕심을 내면 좀 추해요. 젊을 때는 10가지 계획을 세우면 10가지 다 시도해보지만, 나이 들어서는 10가지 계획이 있으면 1개만 실행하고 나머지 9개는 포기해야 합니다. 인생을 미리 포기하고 낙담하라는 것과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일단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과로해서는 안 됩니다. 젊을 때는 과로해서 쓰러지면 '닝겔' 한 번 맞으면 다시 일어나지는데, 늙어서 과로해서 쓰러지면 팍팍 늙습니다. 가을 날씨 같아요. 비 한 번 오면 추워지듯이. 


과식 안 됩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절대 과식하면 안 됩니다. 젊을 때는 과식해도 소화제 먹고 토하면 되는데, 늙어서 과식하면 반드시 건강을 해칩니다. 


과음 안 됩니다. 젊을 때는 술먹고 토해도 다음날 아침에 약 먹으면 괜찮은데, 늙으면  절대 과음하면 안 됩니다. 술 먹는 것은 괜찮은데 딱 조절해서 드셔야 합니다.



▲ 평화재단 시니어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법륜 스님의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셋째, 항상 모으는 것보다는 베풀어 주는 게 좋습니다. 천 원을 내든 오백 원을 내든, 무슨 모임이 있든 어디 가든, 다만 십 원짜리라도 하나 넣고 오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종교적으로 예기하면, 손자를 위해서 내가 거름을 주는 겁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지은 복이 손자에게 간다는 말이 있어요. 어떤 모임이든 어떤 행사든 뭘 하든, 큰 돈 내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쓰는 용돈에서 천 원이든 오백 원이든 항상 돈을 넣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서 돈을 받으면 그 중에 일부를 또 보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나를 위해서도 자손을 위해서도 복 짓는 행위가 된다. 돈이 생기는 대로 자꾸 베풀어야 됩니다.


넷째, 유산을 상속할 때 자식에게 다 주면 안 됩니다. 제가 볼 땐 사회로 환원하는 게 가장 좋은데, 사회로 환원을 하든 유산을 주든, 항상 자기 용돈 쓸 것과 자기 잠 잘 방 하나와 자기 음식 사먹을 수 있는 정도는 남겨둬야 합니다. 아무리 자식이 부도가 나고 죽는다고 해도 이건 남겨둬야 합니다. 왜냐하면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길바닥에 나앉아도 다시 복귀가 가능하고 괜찮아요. 그러나 늙어서 길바닥에 나앉으면 추해 보여요. 절대 자식에게 상속을 다 주면 안 됩니다. 한국 사람은 자식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이게 잘 안 지켜집니다. 그래야 앞으로 자식과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인간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돈이 조금 있어야 아파도 병문안도 오고 죽을 때 장례도 치러 줍니다. 인간의 이런 심리를 이해해야 해요. 내 살기 위해서도 내 먹을 건 있어야 되고 조금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삶을 자식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다섯째, 거동이 불편해서 몸저 눕기 전까지는 가능한 자식들과 같이 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같이 살자 해도 같이 안사는 게 좋습니다. 이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몸을 끌고 가서 밥을 헤먹더라도 자식과는 따로 사는 게 좋습니다. 생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건 모든 생명체가 다 그렇게 하죠. 그런데 자연생태계에서는 어미가 병들었다고 새끼가 돌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간 빼고는 없습니다. 이것은 생태적으로 원래 안 맞는 겁니다. 늙어서 죽는 건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누가 도와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누구한테 부탁할 일은 아니에요. 


노후에는 너무 물질적으로 잘 해 놓고 살려고 할 필요도 없어요. 시골에서 농사짓고 지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자꾸 삐까 번쩍하게 해놓고 살려고 하니까 노후 자금이 필요하다고 걱정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한국의 복지 제도 수준이 밥 얻어먹고 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져요. 노후 보장 걱정하지 마세요. 밥만 먹고 살겠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기본만 딱 간직하고 나머지는 봉사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이렇게 툭 놓고 살면 길이 열립니다. 앞에 다섯 가지만 잘 지키고 살면 자식과도 아무 문제가 없어져요."


참석자들은 노트에 스님의 답변을 또박또박 필기 하면서 열심히 경청했다. 답변 내용에는 다양한 비유와 법륜 스님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 들어갔다. 강연을 끝까지 들은 임춘삼씨(67세. 무직)는 "스님이 다섯 가지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니 명쾌한 느낌이 들었다. 때론 스님이 자신의 경험담을 자세하게 들려주기도 해서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노후 불안, 노후 걱정 등 많은 이들이 늙음에 대해 걱정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법륜 스님이 말하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5가지 원칙'을 지침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한 노후 생활을 위해 이보다 더 명쾌한 지침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