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30분, 역삼1동 주민센터에서 "엄마가 행복하면 자식도 행복하다"는 주제로 법륜 스님의 <엄마수업> 강연이 열렸다.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에서 주관한 5번의 강연 중에 오늘이 마지막 강연이었다. 강연은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을 법륜 스님에게 직접 묻는 즉문즉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석한 200여명 모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었다.


법륜 스님이 무대 위에 올라 "아이 키우면서 어려운 점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고 질문하라"고 하니, 곳곳에서 많은 엄마들이 손을 번쩍 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7살 아이가 주의력에 문제가 있어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있어 약을 먹여야할지 고민인 사람,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랐는데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라면서 괜찮겠냐는 사람,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가 공부는 안하고 밖에서 운동하는 것만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시킬 수 있겠냐고 묻는 사람, 100일 때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엄마와도 거리감을 두는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사람 등등. 


또 딸을 연년생으로 두 명 낳았고, 현재 42살인데 남편이 아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어 고민이라는 사람, 휴직하고 3년 간 쌍둥이를 키웠는데 체력이 약해서 조금만 피곤하면 아이한테 화를 낼 것 같아 복직이 두렵다는 사람, 아이 낳고 3주 만에 일을 나가야 해서 아이한테 잘 못해줘서 죄책감이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묻는 사람,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자꾸 때려서 혼을 내지만, 그래도 말을 잘 안 듣는다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묻는 사람등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 "엄마가 행복하면 자녀도 행복하다"는 주제로 열린 엄마 수업 강연. 법륜스님이 엄마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직장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이한테 늘 미안하다는 한 어머니의 질문과 스님의 대답을 자세히 소개한다. 질문자는 이렇게 스님께 물었다.


"21개월 된 딸아이가 있는데 시어머니가 아이를 다 봐주었어요. 저는 직장에 다녔고요. 최근 직장을 그만 두고 싶어서 남편에게 이야기 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은 계속 다니라고 합니다. 아이를 볼 때면 죄의식 때문에 항상 눈물이 납니다. 저는 직장 일이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이 보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게 좋다는 스님의 말씀을 계속 들으니 제가 키우고 싶은데 이제라도 직장을 그만 두는 게 좋을까요? 직장을 그만둘 결심을 계속 못하고 있어요."  


법륜 스님은 질문을 집중해서 듣고 이렇게 답변했다.


"전 세 살까지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원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 경우는 제가 오히려 여러분들에게 고민을 준 것 같네요. 


만약 할머니가 아이를 키워주었다면 할머니한테 고마워하는 마음을 보여야 아이한테 좋아요. '제가 키웠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요. 그래야 아이의 정서가 좋아집니다. 만약 할머니를 나쁘게 생각하면 아이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과 동격이 되는 거예요. 이해가 되세요? 


아이의 모체가 할머니이기 때문에 할머니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아진다는 겁니다. 이미 할머니가 아이에게 중요한 모체가 되었기 때문에 내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할머니에 대해서 굉장히 마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애가 커서 문제가 생겼을 때 '쟤는 할머니가 키워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아이가 어떻게 되든 할머니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해야 돼요. 부족한 것은 나지 할머니가 아니에요. 내가 할머니한테 아이를 맡겼잖아요. 그러니까 할머니에 대해선 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아이의 엄마인 할머니에 대해서 늘 고맙게 생각하니까 아이도 나에 대해서 좋은 정서를 갖게 되는 겁니다. 늘 할머니에 대해서 '할머니(어머니) 저 대신 아이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해 해야 됩니다. 


아이가 크면서 나보다 할머니를 더 찾는다 해도 그걸 섭섭해 하면 안 됩니다. 항상 애가 할머니한테 가려고 하면 '그래, 할머니한테 가라' 이렇게 얘기해주고, 마음속으로 항상 아이 엄마는 할머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늘 아이가 할머니와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지 섭섭해 하면 안돼요. 그래야 아이가 정신적으로 혼란이 없이 자랍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중요하지 나와 친하냐 안 친하냐는 중요하게 아니에요. 여러분들은 항상 아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고 늘 자기를 중심에 놓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겼다고) 죄의식도 갖지 마세요.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요. 아이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기는 절하면서 '아이고 내가 제대로 엄마 노릇 못했는데도 네가 그래도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아이에게 이렇게만 생각하면 큰 문제없어요. 내가 못한 것에 비해서 잘 자라줘서 고맙다, 늘 이런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이제는 엄마 마음으로 대해야 돼요. 


옆에서 시어머니와 남편은 애기 엄마가 마음이 편해지도록 도와 줘야 돼요. 애기 엄마의 심리를 불안하게 하면 그만큼 애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애기 엄마는 애기에 대한 자기희생이 필요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애기 엄마에게 잘 하라는 것이고, 시어머니도 며느리에게 잘하라는 게 아니라 애기 엄마한테 잘해야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전부 중심을 애기에게 맞추고 그 애기가 안정되게 자라게 하기 위해 1차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애기 엄마이기 때문에 애기 엄마 스스로도 잘해야 되지만 우리 주위에서도 애기 엄마가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된다는 겁니다. 


사회적으로도 도와야 합니다. 애기를 어디 맡기면 지원해주는 그런 제도는 잘못된 거예요. 애기 엄마든 그게 누구든 애기를 키우는 사람한테 지원을 해야 되는 거예요. 가능하면 자기가 자기 애기를 키우도록 해야 하고, 애기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앞으로 사람들의 심리가 안정이 되고 정신질환이 덜 나타나게 됩니다.  


걱정 말고 시어머니한테 감사하고, 항상 아이한테 '그렇게라도 자라줘서 고맙다'이런 마음을 내야 해요. 자꾸 아이한테 시비를 하면 안돼요. 어쩌면 이런 사람이 이걸 깨달으면 좋은 면도 있어요. 자기는 그동안 엄마 노릇 못했으니까 앞으로 엄마 노릇을 잘한다는 것은 이런 겁니다. 아기를 잘 입히고 잘 먹이는 게 엄마 노릇 잘하는 게 아니라, 항상 아이에게'아이고 내가 부족했다 그런데도 네가 그 정도여서 다행이다' 이렇게 품어주는 것이 엄마 노릇을 잘 하는 겁니다. 이것만 분명하면 어쩌면 엄마 역할을 더 잘 할 수도 있는데, 애만 보면 죄의식 때문에 운다 하면 그건 엄마로써 빵점이에요. 엄마가 슬프면 아이는 슬픔을 가슴에 안게 되거든요. 항상 아이를 좋게, '내가 제대로 노력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네가 제대로 잘 자라 주는구나' 이런 마음을 내야 아이 보는 앞에서 내가 늘 밝은 정신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그동안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 책을 읽고 즉문즉설 강연을 들은 엄마들 중 세 살까지 아이를 잘 돌봐주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죄책감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법륜 스님은 절대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히려 나 대신 아이를 돌봐준 할머니에게 항상 감사하고, 아이에게도 미안해하면서 아이를 포용해 내는 힘을 가지면, 오히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된다고 일러 준 것이다. 스님의 진의가 다소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다시 정리해주니 청중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즉문즉설을 모두 마치고 강연을 갈무리하면서 법륜 스님은 엄마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애기 키우느라 힘들죠? 엄마 수준이 안 되는데 아이를 낳아 키워서 그런 겁니다. 엄마 수준이 되는 나도 아이를 안 낳아 키우는데, 왜 엄마 수준도 안 되는 사람들이 일을 벌려가지고 힘들어 해요? (청중 웃음) 



▲ 법륜스님의 재치 있는 답변에 크게 웃음을 터뜨린 엄마들. 자신들의 고민을 묻는 자리이기에 모두가 법륜 스님의 답변에 금방 집중했다.


아기 키우는 걸 힘들게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아기 키우는 걸 힘들어하는 게 아기에게 가장 잘못하는 겁니다. 아기 키우는 걸 기쁨으로 여겨야 아기가 엄마로부터 사랑받는 거예요. 엄마가 아기 키우는 걸 힘들어하면 아기는 엄마에게 내침을 받는 존재가 되잖아요. 엄마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요. 엄마로부터도 천대 받는데 애가 어디 가서 귀여움을 받겠어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부부 지간에 행복하게 살고 그저 약간 일이 많을 뿐이라고 생각해야지 애한테 너무 많은 신경을 쓰면 안돼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지치잖아요. 애기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지치니까 애기를 내치는 게 된단 말이에요. 애기한테 너무 많은 것을 해주고 무거운 짐을 느끼는 것은 애기를 제대로 못 키우는 것에 속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애기한테 해주는 걸 최소로 하세요. 무거운 짐으로 지지 말고 여러분들의 생활을 즐겁게 하세요. 


엄마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이 아이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매사에 스트레스가 없으면 애는 저절로 행복해요. 엄마가 늘 울고 화내고 걱정하면,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애에게 무엇을 사주고 무엇을 입힌들 어떻게 애가 행복하겠어요? 아이는 여러분의 분신과 다름없습니다. 여러분들을 그대로 이어받아요. 그러니까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행복하셔야 된다.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라는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행복하셔야 된다. 그럴 때 우리 아이가 가장 건강하게 자란다. 이렇게만 이해하시면 애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드는 게 아니에요. 애가 있음으로 해서 여러분 생활에 더 활력이 되고 직장 생활도 더 활력이 되어야지, 애 때문에 직장생활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돼요. 부부가 화목하면 이사를 열두 번 다녀도 애한테 문제가 없습니다. 이사를 다니면서 엄마가 힘들어하면 애기는 적응을 못해요. 여러분들의 삶이 즐겁고 괴롭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 이런 말씀을 꼭 드립니다. 


여러분들 개인적 욕망을 이루는 데 아이를 수단으로 만들지 말고 항상 아이가 부족하면 부족한 것에 맞춰서 내가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자꾸 내 기준에다가 애를 끌어올리려고 하면 아이들은 다치게 됩니다. 항상 있는 그대로, 검으면 검은 대로, 장애는 장애대로, 그대로 존중해줘야 된다. 이것이 기독교로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하나님의 아들이다'가 되고, 불교로 말하면 '모든 사람은 다 부처다'라는 정신입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한 사람의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어미 된 책임으로 정성을 기울여서 도와주되 스무 살이 넘으면 정을 딱 끊어줘야 됩니다. 큰 틀에서만 감독해주지 너무 간섭하면 안 된다. 그리고 어릴 때는 모범을 보여줘야 된다. 세 살까지는 정성을 다해서 희생도 각오해야 된다. 그렇게만 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답변이 끝나자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무엇이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것인지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다.



▲ 강연이 끝나고 법륜 스님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강연장을 나오자 많은 엄마들이 수첩과 볼펜을 가져와서 법륜 스님에게 사인을 청했다. 스마트폰으로 스님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로비가 북적거렸다. 엄마들의 법륜 스님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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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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