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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친이랑 헤어지고 우울증, 어떡하죠?" 스님의 답변

19일, 안양 아트센터에서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오후 7시가 되자 안양 아트센터에는 1200여명의 대중들이 1층과 2층까지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모두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법륜 스님이 무대에 올라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든지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라고 말하자, 많은 사람들이 손을 번쩍 들고 법륜 스님에게 질문할 순서를 기다렸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총 10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했다. 



[질문자가 법륜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묻고 있다. / 이하 사진=희망플래너]

 

대중 앞에 서는 게 두려운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사람, 아내가 힘들어하는데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사람,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난 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괴로운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 외국인 신랑과 결혼해서 이민을 가려고 하는데 친정엄마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 고민이라는 사람,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를 많이 내게 되는데 욱하는 성격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묻는 사람, 딸이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조울증을 앓고 있는데 엄마로서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 묻는 사람, 임신을 하고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다시 직장에 복직하자니 두려움이 앞선다는 사람, 철학을 전공했지만 먹고 사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람, 친정아버지가 여러 소송과 빚들이 생기고 술주정 하는 게 짐스러워 고민이라는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법륜 스님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답변했다. 청중들은 때론 박수 치고 때론 환하게 웃으며 스님의 답변에 빨려들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자세히 소개한다. 20대 여성이 울먹이며 이렇게 질문 했다.

 

"키 크고 훤칠한 남자가 이상형이었는데 정반대인 남자를 만났어요. 순수하고 깨끗한 면이 좋았어요. 그런데 그 남자 분은 저를 만나기 전부터 여자들로부터 피해의식이 많았어요. 작년 12월에 만나서 올해 7월에 결국 헤어졌어요. 저는 그 남자 분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 남자 분은 저의 마음 자체를 의심하면서 저도 결국 떠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가 봐요. 저는 지금 우울증이 올 정도로 많이 힘들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다른 남자도 못 만나겠어요"



[청중들의 질문에 법륜 스님이 답변하고 있다]

 

질문을 듣고 법륜 스님은 "자기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 남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라고 물었다. 질문자는 "그 남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변해 주었다.

 

"그 남자가 자기 결정에 대해서 책임지도록 하세요. 그렇게 괴로워하고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불쌍하긴 한데 남편으로서 썩 좋은 건 아니에요. 결혼하면 이 문제가 계속 반복돼요. 사는 게 좀 피곤해져요. 그냥 친구로서 불쌍하니까 돌봐주는 건 괜찮은데,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서로가 애정이 좀 부족하더라도 정신력이 건강해야 되거든요.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니고 만날 의심하고 상처 입은 이야기 하느라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되면 같이 살기가 힘들어 지거든요.

 

감정적으로 끌리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이성적으로 딱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습니다. 동정을 보내지 마세요. 동정을 보내면 과보가 따릅니다. 아니면 자기가 이 사람을 치료해줘야 되겠다고 완전히 딱 마음을 정하고 수녀님들이 불치병 환자 돌보듯이 이렇게 접근하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키도 크고 멋있는 남자를 찾고 있잖아요. 동정심으로 만났다가는 곧 서로에게 상처가 됩니다. 결혼해서 애기를 갖고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일이 더 복잡해집니다. 지금 좀 마음이 아프더라도 하나의 경험으로 삼고 상처로 남기지 마세요. 남자라는 게 이렇구나 경험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음 번에는 남자를 더 잘 만날 수 있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한 세 명 정도 남자를 더 만나보고 결혼을 하세요. 알았지요?(청중 웃음)

 

몇 명 더 연습으로 만나봐서 인간 심리도 이해하고, 내가 너무 한 남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구나,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구나 이런 것을 터득해서 결혼하세요. 좋은 남자를 찾기 위해서 연습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남자들을 만나보면서 인생을 터득하는 겁니다. 


한 사람한테 너무 목매달지 말고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세요. 이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 다섯 명 정도의 남자는 만나봐야 안 되겠어요? 그런데 자기가 알아서 이렇게 떨어져 주니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겁니다. 떨어져 주었으니 이제 내가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도덕적으로 흠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 사람도 만나보고 저 사람도 만나보면 인생이 터득되어지는 게 좀 있어요.(청중 웃음)

 

그 남자를 자꾸 고쳐서 다시 만나려고 하지 말고 자기나 고치세요. 남 고치는 건 어려워요. 생긴 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고칠 생각은 말아야 됩니다. 생긴 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요것만 고치면 같이 살겠다, 이런 미련이 낚시 밥이 되어서 평생 고생을 하게 돼요."

 

질문자가 밝게 웃었다. 청중들도 큰 박수를 쳐주었다. 스님께서 재미있게 비유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해주니 강연이 끝날 때까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질문자 모두 한쪽 면만 보고 괴로워했는데 법륜 스님은 다른 쪽 면도 이야기해 주니, 괴로움은 금세 없어지고 어느새 모두들 마음이 가벼워져 있었다. 강연을 마치고 출구로 나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오늘 너무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들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법륜 스님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다]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법륜 스님에게 직접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스마트폰을 꺼내 법륜 스님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사람들이 모여 들어 잠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법륜 스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