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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군대가는데 기다리라고 하면 나쁜 놈일까요?"

6일 오후 7시 30분,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공연장에서는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신나는 노래 공연으로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로 강연이 시작되었고, 법륜 스님이 무대에 오르자 청년 대학생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 갈채를 보냈다.


법륜 스님이 "많이 힘들지요? 고민이 있으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하자, 열댓 명의 청년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법륜 스님은 차례 차례 손을 든 청년들의 질문을 받고 정성껏 답변해 주었다. 


사명감 없이 일하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교사, 사는 것이 즐겁지 않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청년, 직장을 다니며 얻는 행복과 아이를 보며 얻는 행복을 다 얻을 수 있는지 묻는 4살 아이를 둔 어머니,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우울해 하지 않는 법을 묻는 사회 초년생,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싫은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묻는 취업준비생, 연로하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랜 습관을 자식이 고치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묻는 중년 남성분, 공부가 귀찮고 지루한데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 중 하나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여기 소개한다. 손을 번쩍 든 스무 살의 대학생은 두 가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군대 갈 날이 10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이 잘 안 잡힙니다. 제 친구들도 한 명씩 가고 하니까 내가 늦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여자 친구가 있는데 군대있는 동안 그 친구를 기다리게 하면 제가 나쁜 놈이 될까요?"



▲ 한 청년이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고 있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변했다.


"100일 후에 군대 가면 되는데요. 뭐가 걱정일까요? 군대는 시험 칠 일도 없고 공부할 일도 없고 가서 그냥 밥 주면 밥 먹고, 가라 하면 가고 오라면 오고 아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게 하나가 없는 곳이 군대예요. 그리고 자기가 여자 친구에게 기다리라고 한다고 그 여자 친구가 기다릴까요?(청중 웃음) 


그걸 왜 자기가 걱정을 해요? 본인이 필요하면 기다릴 것이고, 필요 안 하면 기다리라고 해도 다른 남자한테 갈 것이고, 그건 자기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요. 걱정 안 해도 되요. 그건 그 여자 문제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 여자가 2년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어요? 가는 게 당연한 거지요. 그러니까 여자 친구한테 미안해할 것도 없어요. 자기가 군대를 가야 그 여자도 다른 남자를 사귀어 보지요.(청중 웃음) 


또 자기도 걱정할 것 없어요. 이 여자가 떨어져줘야 자기도 다른 여자를 사귀어 볼 기회가 생길 수 있지요. 여자 친구 있는데 다른 여자 사귀면 욕 얻어 먹잖아요. 떨어져줘야 새 여자를 사귀어 볼 수 있지요. 그게 왜 걱정이에요? 붙어 있을까봐 걱정해야지요. 아무것도 걱정거리가 아니에요.(청중 웃음)


군대를 가면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가면 머리 굴릴 일이 없어요. 자라 하면 자고, 일어나라 하면 일어나고, 밥 먹으라 하면 밥 먹고, 뛰라 하면 뛰고, 그것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 많이 하고, 골치 아픈 생각 안 하고, 그래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다 건강해져요. 거기다가 용돈도 주지요. 끝내주는 곳입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군대 간다고 미리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하는 것도 바보 같은 행동입니다. 군대 가기 전날 까지 일 하다가 아침에 그냥 가면 됩니다. 군대에서 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 갔다 왔다고 따로 시간 보낼 필요 없이 다녀와서 이튿날 공부하든 직장에 가든 바로 하면 됩니다. 군대 갔다 오는 것도 일상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잠시 주말 휴가 갔다 온다 이런 마음으로 갔다 오는 것이 제일 좋아요.


여자 친구는 떠나줄수록 더 많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서 그것도 괜찮아요. 있어도 좋고 떠나도 좋아요. 어차피 내가 있어라 해도 있을 여자가 아니고 떠나라 해도 떠날 여자가 아니에요. 요새 여자가 자기 말 듣는 줄 알아요? 다 자기 알아서 하지요. 그것도 쓸데없는 생각이에요."


법륜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질문자와 청중들이 한바탕 크게 웃음 지었다. 9명의 질문을 모두 답해 주고 나서 강연을 갈무리하며 법륜 스님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항상 그 시절은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때가 좋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군대 싫어하지만 지나고 나면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하지요. 지나고 나서 좋아하는 바보가 되지 말고 그때가 좋은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부탁드립니다. 각각 자기 시절의 장점을 잘 알고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으로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 현장.


강연이 끝나고 최근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는 책 <인생 수업>의 사인회가 열렸다. 법륜 스님은 한명 한명에게 정성껏 사인을 해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청년들의 얼굴에도 함박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번 강연은 청년들의 자원봉사와 법륜 스님의 재능 기부로 무료로 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