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대중들은 자신의 고민을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고 스님은 질문자가 고민에서 벗어나도록 안내해 준다. 최근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통해 동영상과 오디오로 즉문즉설이 전해지면서는 그 인기가 더욱 상승하고 추세다. 유튜브의 경우 하루 죄회수가 8만명이 넘고, 팟캐스트의 경우 하루 6만명이 다운로드를 받고 있다. 즉문즉설을 책으로 엮어낸 <인생 수업>의 경우 현재 3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즉문즉설 강연 현장을 찾아가 봤다.
어제 5일 저녁7시,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길벗(방송문화연극예술인 수행모임)에서 주관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들>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하반기 50회 강연 중 16번째 강연이었다. 강연장에는 많은 대중들이 몰렸다. 600석 좌석에 900여명이 오는 바람에 1층과 2층 좌석 모두가 꽉 찼고 복도에는 깔판을 깔고 앉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법륜 스님은 질문을 받기에 앞서 여는 이야기로 장애가 곧 복이 되는 이치를 설명해주었다.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성이 숙성되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젊을 때 3년, 5년 고생하면 그 사람은 육체적 나이는 서른 살 마흔 살이라 하더라도 몇천년 산 것과 같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면 엄청난 배움이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몇 일간 고문을 당했었는데 그 때 깨친 내용들은 10년 수도해서 깨칠 수 있는 양 이상을 깨칠 수 있었어요.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나를 성숙시켜 준 복이었어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인생을 해탈하는 겁니다. 인생에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장애가 닥칠 때 그것이 복인 줄 아셔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이라는 주제로 방송, 문화, 연극, 예술인들의 법륜 스님 초청 강연이 열리고 있다.
장애가 복인 줄 알아야 함을 말해 주었지만 그래도 인생에는 힘든 일이 많다며 법륜 스님은 청중들로부터 어떤 고민이든 가볍게 물어볼 것을 권했다. 먼저 방송문화연극예술인 모임 특성 상 이 분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 중 하나가 질문되었다.
"방송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은 99%가 스타가 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의 현실 속에서 상대적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보다 아주 많습니다. 선택할 수 없고 선택 되어져야만 하는 을의 관계에서 어떤 마음으로 이 일에 임해야 하는지요?"
▲ 자신의 고민을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는 청중. 그 자리에서 묻고 그 자리에서 답변이 이뤄지는 즉문즉설은 일방적인 강연과 달리 청중과 강연자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자리였다.
법륜 스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방송 연예인만 그런 줄 아세요? 우리 종교인들도 그래요. 불교 출가 승려들은 2500년이 넘도록 오직 한 사람 '붓다'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는데 아직 붓다가 되었다는 사람을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적어도 1년 내지 3년에 한 번 나타나는 스타가 되기를 꿈꾸잖아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그 정도는 별 것 아니죠. 하하하 (웃음)"
청중들도 한바탕 같이 웃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청중들이 위로가 되지 않아 보였는지 법륜 스님은 다시 차분하게 방송 연예인들의 마음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이 때는 잠깐 뒤로 돌아보는 것이 좋아요.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 보면 많이 왔어요. 그런데 앞을 보면 아직 까마득해요. 이럴 때 앞만 보면 좌절하기 쉽습니다. 뒤만 보면 안주하기가 쉬워요. 이럴 때는 뒤를 보면서 '이만큼이나 왔네!' 이렇게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앞을 보면서는 '아직 멀었네' 하면서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는 앞을 보고 '아무리 해도 안되네' 절망하고, 뒤를 보면서 '이만하면 됐지 뭐' 이렇게 안주하기가 쉽습니다. 자꾸 스타만 쳐다보고 나는 언제 되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뒤도 한번 돌아보세요. 여러분 보다 못한 사람도 많이 있어요. 심부름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는 많이 왔잖아요.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여러분들도 많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있으니까 앞을 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만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이 위로가 되었는지 청중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법륜 스님은 다시 강조를 하며 말했다.
"스타가 안 된 지금이 사실은 좋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스타가 되면 내려갈 일 밖에 없어요. 스타가 아닌 사람들은 아직도 올라갈 일이 남았잖아요. 사람들한테 아직도 박수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잖아요.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인생이 더 괴로울까요? 못 올라간 것이 더 괴로울까요? 주관적 충격은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가 더 큽니다. 못 올라갔다고 자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자살의 대부분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충격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인기를 나로 삼으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최선을 다하되 인기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야 합니다. 인기는 하나의 거품일 뿐입니다. 일찍 성공한 사람들은 인생이 행복하질 못합니다. 잘나갔던 때가 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항상 자기가 볼품이 없어져요.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들은 그 인기에 신경을 써서 마음이 진실해지지 못하고 자꾸 기교를 부리게 되죠. 그래서 좋은 작품이 안 나오고 더 초조해지게 됩니다. 인기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갖고 노는 것이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겁니다. 인기가 있든지 없든지 나는 내 작업에 충실 하는 자세를 가질 때 내 삶도 행복해지고 자신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해 갈 수 있습니다. 인기에 얽매이면 자칫하면 자신을 잃어버릴 확률이 많습니다. 도무지 인기가 있고 없고에 상관없이 자신에 충실 하는 사람은 그나마 인기가 오래 유지되지만 인기로 자기를 삼으면 굉장한 공허감이 오고 그 공허감을 못 이겨서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다만 자기 일에 충실할 뿐이고 평가는 세상 사람들 것이니까 거기에 내맡겨 놓고 자기 생활에 충실 한다면 여러분들의 인생이 좀 더 안정되고 행복할 것입니다."
방송, 연예, 연극 분야는 인기에 연연하기 쉬운 특수한 분야인데, 법륜 스님의 이 답변을 듣고 모두들 큰 치유를 받은 듯 했다. 이후에도 8명의 다양한 질문이 더 쏟아졌다. 때론 크게 웃기도 하고 때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된 2시간이 흘러갔다. 청중들 모두 기쁘게 웃으며 강연장을 나갔다.
청중석 곳곳에서 연예인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탤런트 박진희씨가 맨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강연을 듣고 있었다. 평소 법륜 스님을 멘토로 모시고 있다고 알려진 노희경 작가도 함께 자리했다.
▲ 청중석에서 법륜 스님의 강연에 열중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와 영화배우 박진희. 법륜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방송 연예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법륜 스님 즉문즉설의 인기 비결은 청중과 함께하는 소통이었다. 참된 나는 무엇인가 하는 식의 현실 생활과 유리된 공허한 이야기가 아니라,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식의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 증명할 길이 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대중들의 고민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에 그 힘이 있었다. 즉문즉설은 공허하고 허황된 이야기들을 모두 걷어내고 오직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개인들의 구체적인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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