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갈등, 법륜스님의 해법은?

 

 

요즘은 아침에 신문을 펼치면 ‘왜 이리 사회가 혼란스러울까’ 하며 걱정부터 앞선다. 서로 합심해서 노력해도 세계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데, 같은 사회 안에서도 이렇게 서로 다투고 있으니 이 얼마나 낭비적인 일인가. 이런 갈등들을 해결해줄 묘안을 가진 지도자를 우리는 왜 갖지 못할까? 이런 답답한 마음에 공감하시는 분이라면 <쟁점을 파하다>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쟁점을 파하다>는 즉문즉설을 통해 개개인의 인간관계 갈등을 해결해 온 법륜스님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갈등들에 대해서 즉문즉설을 펼쳐놓은 이야기다. 즉문즉설의 명쾌함이 사회문제를 푸는 해법에 대해서도 투영된 것이다. 즉문즉설 사회문제편이라고나 할까.

 

책의 서문에서 법륜스님은 이렇게 강조한다.

 

“나를 따르라는 방식의 성장시대 리더십도, 단결투쟁을 외치는 민주화시대의 리더십도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이제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합리적으로 통합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안정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 꼭 변화만이 옳은 것도 아니고 안정만이 옳은 것도 아니다. 이걸 함께 이끌어가는 게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경쟁할 때는 경쟁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서로 대화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간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민주화를 일군 386 정치인들에게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은 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결국 수용해내지 못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며 번번히 실망을 시켰다. 책을 계속 읽어가다보면 이제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이 정말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확신이 점점 들게 된다.

 

특히 사회적 쟁점들, 서로 싸우고 풀지 못하는 문제들, 서로 상처받고 손해를 보면서도 풀지 못하는 현안들에 대해 그 해법의 실마리가 구성지게 펼쳐진다. 법륜스님이 제시하는 해법은 ‘화쟁’의 원리다.

 

“‘화쟁’이란 서로 부딪치고 있는 쟁점을 조화롭게 화합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미 불거져 있는 갈등만을 보면 일견 서로 이기고 지는 문제 혹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편을 들어야 하는 문제 같아 보이지만, 서로가 공존의 토대 위에 있다는 것을 알면 갈등은 해소되고 진정한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존만을 강조하다 보면 결국 논의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채 이상론에 빠지게 되고, 반대로 경쟁만이 현실이라고 강조하다 보면 본질을 잃고 큰 이익을 놓치게 된다. 한쪽만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탈피하여 양쪽을 다 아울러야만 유의미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정치란 바로 그 답을 찾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옳고 그름은 각각의 사람들이 처한 위치나 이해관계, 사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절대선이나 절대악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단적으로 내 입자에서는 옳은 게 상대 입장에서는 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기준을 내려놓으면 옳고 그름은 본래 없는 것이 된다.”

 

본래 절대선과 절대악이 없다고 현실 속에서 옳고 그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법륜스님은 또 구체적인 지역 사회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시비를 가릴 수 있음을 강조한다. 4대강 개발의 대표적인 예다.

 

“홍수가 빈번하거나 강이 범람할 우려가 있다면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농업용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면 댐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물을 좀 아껴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개발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댐을 만든다면, 이것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사안에 대한 검토와 평가 없이 절대선과 절대악의 관점에서 문제를ㄹ 바라보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쟁적 통합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법륜스님은 특히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대한 첨예한 갈등을 보며 ‘화쟁’의 원리에 입각해 그 해법을 내어놓는다. 먼저 갈등하고 있는 사람들 각각의 입장을 그들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살펴본다. 해군의 입장, 정부의 입장, 제주도민의 정서, 주민들의 입장을 세세하게 훑는다. 강정마을에 대해 찬반 대립되는 주장은 난무했지만, 이 모든 입장을 아우르며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갈등하고 있는 각각의 사정들을 충분히 헤아리고 난 후 그 해법을 말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공사를 강행하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종북좌파라고 몰아붙여선 안 된다. 물론 정부로선 지금까지 나름의 절차를 거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 한 만큼 갑작스레 공사를 중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고 여야가 해군기지 건설 관련 합의안을 새롭게 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강정마을이 아닌 다른 지역에 군항을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하고, 그곳에서는 제대로 주민투표를 거쳐 민심을 살피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 다음에 정부와 논의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한 후 다시 해군 기지를 건설할 곳을 선정해서 군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어떤 곳도 안 되고 강정마을이어야 한다면 국가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주민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민의 동의를 얻어 추진해야 한다. 해군으로선 해군기지 건설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위치 변경을 위한 설득이 가능하다.”

 

법륜스님이 강조하는 핵심은 대화와 합의다. 정치란, 하나의 입장이 아니라 여러 가지 해법을 가지고 여야가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이들은 강정마을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거나 정부와 군을 설득하는 작업은 하지 않은 채 주민들만 비판하거나 정부만 비판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비용의 낭비다. 어느 한쪽 편을 편드는 것에서 벗어나 쟁점을 조율하고 이해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이런 작업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법륜스님은 작년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정토회 봉사자들과 함께 고향 가는 것을 반납하고 강정마을로 찾아가 수일을 머물며 찬성파와 반대파 주민들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마을 잔치를 열기도 했다.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강정마을 내부의 깊은 감정의 골을 와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봉사자들이 마련해준 술과 음식을 먹으며 “군인과 경찰이 지키지 않는 이런 행사는 아주 오랜만”이라며 기뻐하였다. 필자도 이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했었다. 노력은 들었지만 참으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법륜스님은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려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합의 마을잔치는 강정마을 뿐만 아니라 쌍용차 갈등 현장에서도, 한진중공업에서도, 현대차 철탑 농성장에서도, 상처를 빚고 있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열려야 하는 것이다.

 

법륜스님우리사회의 다양한 갈등문제에 대해 대답하는 법륜스님.

 

법륜스님은 책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펴냄)에서 우리 민족공동체의 비전의 첫발이 ‘통일’임을 분명히 밝혔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남한 내의 통합이 선행되어야 함도 강조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책 '쟁점을 파하다'를 통해 언급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령, 김대중 정부 때는 남북간 통합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남한 내의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남북 간 통합마저 금이 가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동맹이 우선인가, 민족이 우선인가’ 라는 논쟁이 일면서 남북 간 통합의 문제가 한미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었고. 이 때문에 남북 간의 문제가 뒤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미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조율했지만, 남북 간의 갈등을 비롯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갈등들을 근본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민국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바로 ‘남한 내 국민대통합' 이라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 찬반 논란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법을 제시한다. 보통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안전한 것을 택하려 한다. 반면 아직 소득이 낮은 국가는 아무리 사고가 터지더라도 싼 것을 원하기 때문에 원자력을 폐기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딱 그 중간 쯤에 있기 때문에 위험하더라도 싼 에너지를 쓰는 게 중요하다는 쪽과 돈을 더 내더라도 위험한 건 안 된다는 쪽이 팽팽한 것이다. 이에 대한 법륜스님의 해법은 이렇다.

 

“무조건 폐쇄하거나 무조건 계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물어 그에 따라야 한다.”

 

국민의 의견도 한 번만 묻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발전과 성장 속도에 비춰서 다시 또 묻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폐쇄하게 되면 당장 전기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반대는 하는데 전기는 절약하지 않는다면 혼란만 빚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나 다른 혜택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전기를 적게 쓰든지 세금을 더 내든지 국민의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문제에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정치다.”

 

현실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걸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거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쟁점을 어떻게 풀 건가가 중요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법륜스님이 말한 해법의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책 속에는 이 뿐만 아니라 쌍용차, 한진중공업과 관련된 비정규직 문제와 노사갈등을 풀어가는 지혜도 다룬다. 또 통일과 지방분권을 동시에 준비하는 방법, 조세 제도의 개선 방향, 4대강 해법, 지역개발과 님비현상, 여성들의 육아 문제, 성범죄 해법,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기초,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 다문화 사회의 갈등 문제, 북한이탈주민을 대하는 태도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지점들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다양하지만 해법은 하나로 모아진다. 해법에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씩 공존의 토대들을 만들어 가느냐, 이를 위해 갈등을 중재하는 사람들은 어떤 역할들을 해나가야 하는가에 방점이 찍혀있다. 갈등이 첨예해져 가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신문을 펼치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 문제는 이렇게 바라봐야 하는구나, 이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힘들어하는구나, 이런 갈등은 이렇게 풀어가면 되겠구나... 이렇게 하면서 오히려 각각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계기로 삼게 된다. <쟁점을 파하다>를 통해 얻게 된 큰 수확이다.

덧붙이는 글 | 법륜 지음. 2012년 11월. 한겨레출판 펴냄. 175쪽. 11,500원.

 

이 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 아래 view 추천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