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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동생이 자살했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은 살아있는 이를 참으로 가슴 아프게 합니다. 하물며 죽은 사람이 혈육을 나눈 가족이라면 그 상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겁니다. 어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을 들으러 정토회관에 갔다가 이런 처지에 놓인 한 분을 만났습니다. 남동생이 자살을 했는데, 1년이 지나도록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눈물을 글썽이며 법륜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이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지... 법륜스님의 짧은 대답은 어두웠던 질문자의 얼굴을 금세 환하게 바꿔 주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가족의 죽음으로 아파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법륜스님질문자에게 답변하는 법륜스님

 

- 질문자 : 작년에 남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자살했어요. 제가 어떻게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야 할지...

 

- 법륜스님 : 그냥 잘 죽었다 생각하고 살면 되지요. 살기 힘든데 잘 죽었다 이렇게요. 이왕지 죽었어요? 안 죽었어요?

 

- 질문자 : 죽었어요

 

- 법륜스님 : 잘 죽었다 이러면 내 마음이 편하지요. 교회 다녀요? 절에 다녀요? (절에 다녀요) 내 동생이 그동안 살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극락 가서 잘 산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극락에 갔는지 안 갔는지 그건 나도 몰라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 마음이 편하다?

 

- 질문자 :  제 마음이요.

 

- 법륜스님 : 그래요. 내 마음이 편해요. 첫번째, 잘 죽었다. 두번째 극락 가서 잘 산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안 믿어져요? 제가 보증을 서줄까요? (웃음)

 

이왕지 일어난 일은 좋고 나쁘고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이미 일어난 버린 일은 ‘잘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이걸 긍정적 사고라 그래요. 어떤 애가 물을 떠서 가다가 엎어져서 반을 쏟았어요. 이 때 세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1번은 ‘아이고, 반이나 쏟았다’ 이러면서 울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2번은 ‘물이 반이나 남았네’  이런 아이도 있어요. 3번은 ‘반 쏟고 반 남았으니, 필요하면 더 뜨러가야지’ 이렇게 되는 아이도 있어요. 적어도 1번은 안 돼야 돼요. 쏟아버린 물 갖고 울 필요가 없어요. 그나마 남은 물에 대해서 기뻐해야 되고, 부족하다면 다시 뜨러 가면 돼요.

 

동생을 도와주고 싶은데 동생이 없어 못 도와준다... 이러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되요. 이 세상에는 부모도 못 돌봐주는 아이들이 제 3세계에 많이 있어요. 그런 애를 하나 동생 삼아서 돌봐주면 되요. 울고 있으면 안 되요. 울고 있으면 동생이 살아서 돌아와요? 안 돌아옵니다. 울고 있으면 누구 손해라고요? 내 손해입니다. 동생한테 이익이 되나요? 안 됩니다.

 

종교적으로 얘기하면 손해가 되요. 동생이 영혼이 있다고 칩시다. 내가 자꾸 울면 누나 때문에 갈 수 있을까, 못 갈까요? 못 가요. 그러면 무주구혼이 되요. 동생을 무주구혼으로 만들어서 되겠어요? 그래도 자꾸 울면 이번엔 무주구혼이 아니라 나한테 붙어버려요. 영가가 든다 이 말 들어봤어요? 그러면 정신분열이 되요. 어떻게 해야 된다? “잘 가!” 이렇게 해야 돼요.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해야 돼요. 

 

- 질문자 : (환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 법륜스님 : 그 사람이 누구든 어머니든 자식이든 이미 죽었으면 뭐라고 해야 된다고요? “잘 가!” 이렇게. 잘 갔어요. “안녕, 빠빠이!” 이렇게 해야 돼요. 그럴 때 누구한테 좋다? 죽은 사람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좋고 내 가족한테도 좋다.

 

왜 장례식에서 3일장 지내는지 알아요? 사실 이치를 따지면 죽고 난 뒤에 “잘 가!” 하고 생글생글 웃어야 되는데 우리의 집착이 그렇게 됩니까? 안 됩니다. 그래서 3일은 봐 주는 겁니다. 3일은 미쳐서 울도록 놔두는 거예요. 3일이 지나면 더 이상 집착하지 마라. 이래서 3일장을 하는 겁니다. 3일장 갖고도 부족해서 불교에서는 뭐가 생겼어요? 49재가 생긴 겁니다. 49재까지는 봐주겠다는 거죠. 자꾸 생각하면 슬퍼요. 그래서 종교가 나온 거예요. 그럴 때 어떻게 생각하라고요? ‘좋은데 갔다, 천국에 갔다, 극락에 갔다’ 이렇게 좋게 생각하세요.

 

질문자가 환하게 웃는 모습에 큰 감동이 일었고 청중석에서는 질문자를 응원하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참으로 훈훈한 풍경이었습니다. “잘 가!” 이 한마디가 집착의 밧줄을 붙잡고 있던 경직된 마음을 자유롭게 툭 놓아준 것입니다.

 

무엇보다 스님의 엄청난 ‘긍정성’에 탄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모든 행위는 공(空)하기 때문에 사실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만 그렇게 인식할 뿐이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한 쪽 다리가 부러졌으면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괴로워하지 말고, 안 부러진 성한 다리를 붙잡고 '아이고, 한 쪽은 멀쩡하네' 하며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긍정적 사고’야 말로 온갖 고통 속에서도 우리에게 늘 ‘희망’을 갖게 해주는 원동력임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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