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륜스님 즉문즉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자녀교육은?

아이들 겨울방학이 한참이죠? 집안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을 것 같네요. 학업에 뒤쳐질까봐 여기저기 학원을 보내보지만, 아이는 그다지 학원가는 것을 재미있어하지 않고 집에만 오면 컴퓨터 게임만 한다거나 tv에 빠져있다던가. 윽박도 질러보고 맛있는 것을 사주며 살살 달래보기도 하고. 아마 이런 풍경들이 그려지네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엄마와는 늘 그렇게 전쟁 같은 방학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이와 같은 답답함을 하소연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들 둔 한 어머님이 법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학원을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또 다시 간다고 했다가 이런 식으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고, 하루 생활도 아무 계획이나 계산 없이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숙제나 정리정돈이나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생활이 뒤죽박죽입니다. 제가 어디까지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할지, 어디까지 개입을 해서 지도를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법륜스님이 답했습니다.

 

“엄마가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엄마가 하루 시간을 계획적으로 보내면 됩니다. 아이의 생활이 뒤죽박죽이고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것은 엄마가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배우지 어디 다른 데서 배우는 게 아니에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보고 배웠으니까 고치려면 엄마를 고쳐야 됩니다. 아이가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하면 자기가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돼요. 본인이 규칙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들다면 어른도 힘든 일을 어린 아이한테 요구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 아이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다면 자기가 그렇게 하면 됩니다. 엄마는 안 하면서 아이더러만 하라고 하면 절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고치면 아이는 저절로 고쳐지는데 자기는 제멋대로 하면서 자꾸 아이만 고치려고 드니까 해결책이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교육시키고 훈련시켜봤자 이미 집에서 보고 듣고 배워서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학교 갔을 때 잠깐 되는 것 같아보여도 집에 오면 마찬가지입니다. 어른은 자기를 고치는 주체가 자신이지만 미성년자는 자기를 고치는 주체가 자신이 아닙니다.”

 

자기는 제멋대로 하면서 자꾸 아이만 고치려고 든다, 이 한 마디가 ‘꽝’ 하고 머리를 한 대 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따라 배우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아이를 바꾸려면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법륜스님은 엄마의 진정한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어른도 그럴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학원에 간다고 했다가 안 갈 수 있고, 일찍 간다고 했다가 늦게 갈 수 있고, 한다고 했다가 안 할 수도 있고. 아이가 그러는 건 오히려 정상이지요. 그런데 문제라고 생각해서 잘못한다고 윽박지르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되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가 제멋대로가 돼버리니까 야단을 쳐도 문제, 내버려둬도 문제, 어떻게 해도 다 문제가 됩니다.

 

다른 일은 좀 잘못하더라도 내가 과보를 받으면 된다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잘못한 일은 아이에게 상처로 남아서 자식이 평생 지고가야 할 짐이 됩니다. 그러니 아이를 기르는 엄마는 자기를 온통 버리고 한 생명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 뒷받침이란 학원 보내주고 좋은 학교 보내주고 좋은 옷 입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람구실을 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좋은 학원, 좋은 학교, 좋은 옷이 아이를 진정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구실’을 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구실’ 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유와 방법들을 일러주었습니다. 

 

“매일 아기를 안고 업고 대화하면서 온종일을 보내라는 게 아닙니다. 옛날에 시골에서는 예닐곱이나 되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고 마당에 그냥 버려놓다시피 하여 닭똥을 주워 먹도록 내버려두며 키웠어도 요즘처럼 마음에 병이 들고 정신이 비뚤어진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엄마 사랑을 못 받아서 사랑고파 병에 걸렸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아이가 눈을 떠서 볼 때마다 엄마는 언제나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심하게 야단을 치고 매를 들어도 엄마가 나를 위해서 온통 자기 삶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이에게 상처가 안 되는 겁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뭐라도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기 삶을 희생하고 아이를 위해 인생을 살지는 않습니다. 자기 욕구, 자기 취향으로 제 눈에 예뻐 보이는 옷 입혀 놓고 만족해하고 제 마음에 좋아 보이는 학교, 제 눈에 좋아 보이는 직업을 갖게 만들려는 자기 욕심으로 사는 것이지 아이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닙니다.”

 

따끔한 일침이었습니다. 요즘 엄마들이 제 눈에 좋아 보이기 위해 자기 욕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라는 뜻이 아니고, 엄마가 얼마나 아이를 위해 자기 삶을 헌신하고 있는지를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것이죠. 특히 옛날 시골에서 예닐곱의 아이를 거뜬히 키워낸 과거 우리 어머니들의 예를 들으니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은 마지막으로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자식이 인간이 되도록 키운다는 건 그런 식의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인생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교육이 됩니다. 그 이상으로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너무 신경 쓸 거 없어요. 내가 남편과 부부관계가 좋고 서로 이해하면서 규칙적으로 성실히 살아가면 자연히 아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아집니다.”

 

엄마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엄마의 성실한 삶, 행복한 삶’ 이라는 말에 현장에 있던 많은 엄마들이 감동한 듯 했습니다. 큰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저도 아직 아이를 키워보진 않앗지만, 제가 지금껏 들어본 자녀교육론 중에서 가장 명쾌하고 감동적인 말씀이었나 싶습니다. 남편과 부부관계가 좋고 화목하면 그 편안함이 저절로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는 것이죠. 아이의 부족한 점을 시비하고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올바르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낼 때 자연적으로 아이도 건강하게 자리를 잡아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직장생활을 비롯해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선배가 모범을 보이면 후배들이 자연적으로 그런 문화를 배워나가는 것이죠. 물론 부모와 자녀 관계처럼 그렇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말이죠. 이번 즉문즉설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확한 관점을 알 수 있었던 알찬 깨달음의 시간이었네요.

 

이 말씀은 법륜스님이 ‘엄마수업’이라는 저서를 통해서도 누누이 강조했던 부분인데, 다시한번 현장의 질문을 통해 되새겨 보게 되니 더욱 명쾌해졌네요. 법륜스님의 자녀교육에 대한 깨알같은 말씀들을 더 많이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엄마수업’ 이라는 책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아래의 view 추천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