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의 낮기온이 36.7를 기록하며 18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열대야가 계속되고 찜통 더위가 그 어느때보다 대단합니다. 인천공항에는 사상 최대 14만명이 모여들어 이 찜통 더위를 벗어나고자 출국했다고 합니다. 동해안을 비롯 전국의 유수한 혜수욕장과 계곡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사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여름 휴가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8월초입니다.

 

모두들 휴가 어디로 갈까 검색하느라 웹사이트를 돌아다니고 있을 텐데요. 무더위는 우리랑 가까이 살고 있는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는 늘 남한 소식만 듣기 때문에 바로 휴전선 너머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죠. 북한 기온도 8월 초에 가장 높은데, 평양과 남포지방은 최고 36~38도까지 기록할 때도 있습니다.

 

식량난으로 인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남한과 똑같은 무더위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도 문뜩 북한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휴가란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저랑 절친한 새터민 친구에게 북한의 여름휴가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 북한 주민들도 휴가를 즐기니?
 
"먹을 것을 찾아 헤메이기에도 힘든 북한 주민들에게 ‘여름휴가’가 있겠니?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피서’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느낄 뿐이야. 오히려 더위를 피해 여행을 간다고 하면 ‘기름 팔고, 발품 파는 미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걸.
 가장 최근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휴가 떠날 생각을 잘 하지 않아. 직장에서 휴가비까지 주면서 등 떠미는 것을 아주 감사히 생각하기까지 하지. 너무 생소하니까. 
 북한에서는 모범적인 근로자들을 1~2명 뽑아 평양과 묘향산 견학을 조직하는 것 외에는 시간을 따로 제공하지 않거든. 다만 삼복철이 되면 근무시간을 조정해 ‘조출 조퇴’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해. 삼복기간 동안 아침 6시에 출근해 낮 3시에 퇴근하는 “삼복 출퇴근제”가 실시된 적이 있다고 어느 탈북자분한테 들은 적이 있어."
 
- 그럼 북한에도 피서라는 단어가 있니?

 

“북한에는 '피서'라는 단어가 없어. 그저 휴가지. 휴양지로는 유원지와 야영소, 해수욕장, 물놀이장을 들 수 있어. 대표적으로 평양 대성산 유원지와 만경대유원지와 물놀이장,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과 남포 와우도 물놀이장이 있지. 평양시민들과 지방에서 방학을 맞아 놀러간 학생들은 대성산, 만경대 유원지에서 휴식을 즐겨. 송도원 해수욕장과 와우도 물놀이장은 수영과 보트놀이로 유명하지. 이곳 유명 피서지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피서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식량난으로 인해 사람들이 다 먹을 것 구하러 다니느라, 해수욕장도 텅텅 비어있을 거야...
  교통이 불편해 타지방 주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그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대부분이지.  방학동안 진행되는 소년단 야영소 활동에 참가한 학생들과 친척집에 놀러온 학생들이 바닷가에서 휴식의 한때를 보내지...“

 

 

▲ 중국에 고구려 발해 역사기행을 갔을 때, 압록강에서 만난 북한 아이들. 무더위를 잊기 위해 물가에 나왔다.

 

- 너는 북한에 있을 때, 여름 휴식(북한 표현^^)에 관한 추억이 없니? 

 

“대체로 주민들은 여름휴식을 자기 고장에서 보내. 휴식날을 택해 직장동료들과 친구끼리 강가나 계곡,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천엽을 즐기지...
  내 어릴 적 고향인 청진 이야기를 해줄께. 강에 나갈 때는 어구를 갖추고 쌀과 조미료만 준비해서 가. 즉석에서 잡아 즉석에서 끓여먹는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야... 미역도 감고, 노래와 춤도 곁들여. 강가에 천막을 치고, 나무그늘 밑에서 물고기죽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재미는 그래도 생활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오락이지.
  북한에 먹을 식량만 충분히 있으면, 지금이라도 나는 내 고향에서 살고 싶어. 단지, 그 먹을 것이 없어서 남한에 넘어 온 것이지. 남한은 내 고향 청진과 비할 바가 못 돼. 북한의 맑은 물, 맑은 공기는 남한의 부유한 경제력으로도 살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자원이야...
 영화 크로싱 봤지? 마지막 장면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추억들이 오버랩 되잖아.. 바로 그 풍경을 생각하면 될 거야...“
 
- 근로자들이 휴가를 받아도 멀리 떠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거지?

 

“일반 주민들이 휴가를 얻어 여행을 떠나려면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공무출장이나 관혼상제로 인한 여행 이외에는 통행증 발급 받기가 매우 어려워. 통행증은 사회안전부에서 발급해주는데 기준(자격요건, 당성...)이 엄격해. 외교관이나 대외부문 종사자, 북송교포, 고위간부 등 극소수 특권층은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이 사람들은 비교적 여유 있는 피서를 즐길거야..."
 
자료를 찾아보니 북한 당국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해마다 7월 말∼9월 중순까지 일요일에 한해 함경남도 마전 해수욕장, 강원도 원산, 남포시 와우도, 황해남도 진강포 등 유명해수욕장을 연결하는 특별 피서열차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요일 오전 4∼6시에 평양을 출발해 오후 9시께 평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또한 평양에는 창광원을 비롯해 만경대유희장, 문수야외물놀이장, 릉라도의 반월도수영장 등 유명 수영장이 문을 연다고 하네요.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북한 평양만경대 물놀이장에서 북한 주민과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우리민족끼리 캡쳐) 지금은 식량난으로 인해 해수욕장이 텅텅 비어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새터민 친구의 말입니다.

 

휴가를 갈 수 없는 사람들
 
그런데 새터민 친구 생각으로는, 지금은 식량 사정이 최악이기 때문에 전 계층에서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북한의 식량난이야 어디 최근의 일입니까. 벌써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지요. 뉴스에서 다들 보셨겟지만 특히 최근에는 홍수 피해도 엄청 심각하다고 합니다.

 

피서는 그림의 떡일 것이라고 하네요. 열차, 버스, 수영장 모두 운영이 중단되었을 것이 눈에 안 봐도 뻔할 것 같다고 합니다. WFP(세계식량기구)에서는 북한 현지 실태조사 결과를 오는 9월에 발표할 예정인데, 긴급식량지원이 이어지지 않으면 많은 아사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신속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호소했는데, MB 정부의 태도는 너무 적대적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프리카도 원조하면서 같은 동포임에도 인도적 지원마져 외면하다니... ㅠ 

 

비록 찜통같은 무더위에 남한처럼 즐거운 휴가도 가지 못하지만,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을 헤메이고 있을 북한주민들에게, 휴가보다 더 큰 희망을 선사해줄 남한의 식량지원 소식이 하루빨리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북한주민들도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기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무너졌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꼭 대량의 인도적인 식량지원을 통해 남북화해의 물결을 불러오기를 바래봅니다. 머지않아 남북이 한데 어울려 남북의 바닷가와 산을 오가며 피서를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금강산에서 피서를 보내는 날도 어서 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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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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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ㅁㄴㅇㄹ 2012.08.12 0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 아직도 북한에게 퍼주면 북한주민들 식량사정이 좀 나아진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나? 옛날에 그랬던것 같은데..

    이제 좀 생각을 바꾸지? 느그 같은 온정주의자들이 북한의버릇을 이상하게 들여서

    북한애들이 아프리카 애들마냥 "원조의 저주" 에 걸려서 굶어 죽는거야.

    "얻어만 먹이면 그지꼴을 못면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얘기다.

    온정주의자들도 냉철하게 생각해볼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