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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희망을

우석훈 "각자가 1인분 만큼의 인생은 살아야"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와 청년문제 해결에 앞장선 역할을 해온 청년당과 청년유니온이 함께 ‘청년문제’에 대해 서로 대화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제 저녁7시 카톨릭 문화회관에서 열린 우석훈 교수의 ‘1인분 인생’ 북콘서트 현장에서 이들의 대담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석훈 교수는 청년들과 대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어나”, “서른즈음에”를 열창하며 기타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마음은 그 누구보다 청춘인 우석훈 교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수성이 정말 사춘기 소년 같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님이 노래하는 능력은 안 주신 것 같다며 수줍어하며, 청년들에게 조심스럽게 첫마디를 건넸습니다.

“사는 게 힘들죠? 지금 행복해야 되요. 지금 행복해야 다음에도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21세기 들어오면서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강요하는 말은 참으라는 것이잖아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청춘에게 참으라고 하는 것은 제일 나쁜 놈들이예요.”

예전에 ‘88만원세대’라는 책에서는 청년들에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던지라고 했었는데, 오늘은 청년들이 스스로 지금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강조했습니다. 

“청춘 모두가 1인분 인생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러나 마흔살 넘어서 가끔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내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구요. 오늘 이 자리도 많은 스탭들이 움직여서 이루어진 강연이죠. 저도 남의 인생에 얹혀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각자가 1인분 만큼의 인생은 살아야 합니다. 1인분 값도 못하면 안 됩니다.”

청춘들이 1인분 만큼의 인생은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책에서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영웅은 정말 나오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20대가 좋아하는 20대 영웅이 나올까? 정말 그 날이 되면 한국 사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 같아요. 분위기는 되었는데 깃발을 꽂을 인물이 안 나오고 있어요. 이 자리도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이 말은 청년들을 대변하는 청년당이 창당을 했지만 20대들의 폭발적인 지지가 없음에 대한 한국사회 청년들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되어졌습니다. 그만큼 아직은 20대들의 사회적 기반이 미약하다는 것이겠지요. 

이어서 청년당 비례후보2번 오태양씨와 청년유니온 2기 위원장인 한지혜씨가 우석훈 교수와 청년문제에 대한 열띤 대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 한지혜 : 88만원세대 책을 절판하셨어요. 그 이유는 너무 궁금했어요.


- 우석훈 : FTA가 무관심으로 가지 않도록 하던 와중에 삭발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약발이 안 먹혔어요. 그러던 중에 절판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FTA를 가장 많이 찬성하는 세대가 20대였거든요. 제 책이 별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한지혜 : 88만원세대 출판 당시의 청년세대와 지금의 청년세대의 차이는?


- 우석훈 : 확실히 문제가 무엇인지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다가 청년당과 청년유니온이 생김으로 해서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생긴 것이죠. 투표를 넘어선 활동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바늘 하나 꽂는 정도의 상황인 것 같아요.

- 오태양 : 88만원세대 절판을 보며 여전히 20대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한편, 그래도 지쳐 있는 20대들이 요즘은 투표도 하러 나오고 청년당처럼 20대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당을 하나 만들고 이런 희망의 증거들이 있는데, 교수님께서 너무 20대들을 안타깝게만 보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어요. 


- 우석훈 : 안타깝다기 보다는 뭐라도 해야 시선이 올 것이 아닌가였어요. 일종의 자해성 공갈이었습니다. 책이 팔리면 돈이 나오는 건데 그렇게 나한테 좋은 것을 없앤 것이었죠. 환기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 한지혜 :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서 청년비레대표 제도로 청년들을 선출했어요. 선출과정과 선출된 후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 우석훈 : 심사위원 제안이 왔었어요. 하지만 제가 20대에게 너는 괜찮아 너는 안괜찮아 하는 자리를 도저히 못가겠더라구요.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제도는 정말 못된 것이죠. 지들이 청년들한테 와서 삼고초려를 해야 하는데... 삼고초려를 해서 청년들을 모셔가는 형태가 청년들한테 유리한 거잖아요. 삼국지를 헛 본 거예요. 전문용어로 하면 똥바가지를 청년들 쪽으로 던진 것입니다. 자기들의 문제를 저쪽으로 던진 겁니다. 그 짓을 한 것이니까 못된 거죠. 그걸 참고 그 길로 간 사람들은 잘 참고 잘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오태양 : 저도 왜 유독 청년들만 그런 경쟁 방식으로만 뽑아야 하고, 일반 국회의원들은 이걸 비켜가는가 이런 반감이 좀 있었습니다.

- 우석훈 : 청년당의 후보가 1명이라도 국회로 살아 들어가게 되면, 세상은 그 사람의 발걸음만큼 가는 것입니다. 나머지 95%가 그 한 사람의 한 걸음으로 가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사람입니다.

 청년당은 선거를 하고 있으니까, 지금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니네가 뭘 하겠다고 하며 무시할 겁니다. 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을 때 그 때 무너지지 않으면 그 때 한발자국 가게 되는 것입니다. 무너지면 안돼요.

- 한지혜 : 돈이 없어서 연애를 못할 때가 있었어요. 이런 청년들에 대해 한 마디를 해준다면?


- 우석훈 : 전쟁 때도 사람을 낳죠. 원래 전시에 베이비붐 세대가 생겨요. 전쟁 때도 사람은 사랑을 해요. 그러나 경제가 전쟁 같아지면 사랑도 안하게 되요. 그니까 지금이 가장 무서운 때죠. 사랑한다는 마음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가장 무서운 겁니다. 해법은 쉽지 않아요. 온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이런 건 없애야 할 것 같아요. 사랑을 하는데 너무 진입 비용이 높게 해요. 종이학 때까지가 유일한 낭만의 시대였어요. 연애를 하는데 돈이 들게 하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돈이 아닌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경제 문제를 풀면 사람들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오태양 : 1인분 인생이란 책에서 20살에는 독립시켜라 하는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던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대가 독립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요. 

- 우석훈 : 부모들한테 한 이야기였어요. 자녀들 독립시켜 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20대가 독립하는 순간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순간일 것 같아요. 결국 자기 스스로의 삶을 자기가 꾸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록금을 자기가 번다고 생각하면 등록금이 이렇게까지는 안 올라갔을 것 같거든요. 물론 청년들이 시민으로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정책하는 사람들이 또 풀어야 할 것 같아요.

- 한지혜 : FTA 때문에 삭발도 하셨어요. 앞으로 총선 대선을 앞두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청년들이 액션플랜을 짜야 할까요?

- 우석훈 : 한국은 20대가 20대를 지지하지는 않아요. 안철수, 김제동이 움직이면 지지하는데, 20대가 움직이면 ‘제는 안돼요’ 라고 해요. 이런 것을 깨야 합니다. 배워서 아는 건 진짜 아는 게 아닙니다. 삶에서 배워야 하죠. 지금 청년당을 지지하는 것은 청년들이 아니고 오히려 학자들이나 사회 지식층들이거든요.
 피자배달 30분 제도를 없앤 것은 정말 사람 목숨 몇 명 살린 겁니다. 이런 일을 더 했으면 좋겠어요. 골방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서 상담을 해서 자살하는 사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나와서 싸우는 사람은 차라리 더 행복할 수 있어요. 오히려 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는 사람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피자 배달제는 큰 승리입니다. 그런 승리의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오태양 : 청년당에 대한 중간 평가는 우리가 모르니까 했지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거다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해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구요. 가장 힘든 것은 3분의2가 서류 내는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정당을 만들었던 것은 2030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던지지 않으면 한국사회 변화가 어렵지 않느냐 였어요. 핵심은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2030이 대리자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반쪽자리 해결이라고 봤습니다. 2030의 목소리들이 정치적인 결사체나 정치적인 영역으로 힘이 모아질 때 청년세대의 사회적인 영향력과 변화가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단순히 투표 참여를 넘어서서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은데, 교수님이 청년들에게 주문하시는 것은?

- 우석훈 : 수없이 많은 운동들이 청년이라는 주제로 엮일 겁니다. 이명박 때 곪을 때로 곪아졌죠. 태풍의 눈이 곧 올 겁니다. 1,2년 내에 그런 순간이 올 겁니다. 딱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없어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요.
 다만 조금 더 재미있게 하면 좋겠어요. 지금은 빈티지 패션 비슷해요. 빈티가 나요. 빈티가 나도 그래도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많이 웃으면 안 지칩니다. 증오는 힘이 강한테 오래 못 가요. 아침부터 잘 때까지 이명박 미워하면 힘들어서 더 못해요. 어렵고 힘든 길에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슈퍼 태풍으로 오는 날이 올 겁니다.
 이제 청년 문제가 풀렸다고 생각될 때에... 그러니까 자력으로 청년당이 무엇을 했다 그 때에 88만원 세대 수정판을 낼께요. 

- 청중 : 청년당을 보면, 청년들이 정치의 대상에서 주체로 나선 엄청난 일인데... 저는 굉장히 언론의 주목을 받을 줄 알았아요. 그런데 왜 언론은 청년당에 주목하지 않을까요?

- 우석훈 : 언론은 강자에게 당연히 관심이 있어요. 그것을 뚫기 위해서는 매력이 필요해요. 청년당이 가질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무엇이냐 찾아내야 합니다. 잠재성은 충분히 있는데... 다트에 표적이 있는데 못 맞추고 있는 겁니다. 어떻게 그것을 찾느냐 문제죠.

앉아 있던 청년들의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훈훈했습니다. 88만원세대를 왜 절판했는지 궁금했는데 우석훈 교수의 진심도 들을 수 있었고, 청년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사회를 살아나가면 좋을지 새겨들을 수 있었던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좀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 는 말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사람이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예전에 ‘88만원세대’ 라는 책을 통해서는 청년들에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던지라고 했었는데, 이번 ‘1인분 인생’에서는 스스로가 지금 행복할 수 있어야 하고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가는 사람이라는 ‘개인의 삶의 성찰’ 쪽에 강조점을 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사회의 변화와 개인의 성찰이 분리된 것일 수는 없을 겁니다. 우선 스스로가 1인분 만큼의 인생은 살 수 있을 정도로 자기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자기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나갈 때 큰 파워가 굉장히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우석훈 교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응원해 주었습니다.

"저는 4월11일에 청년당을 찍을 겁니다. 외부에 널리 알리셔도 됩니다."

제가 외부에 널리 알리면 안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괜찮다 하시며 알리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청년당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청년당 친구들은 "한표 얻었다" 하며 기뻐했습니다. 88만원세대라는 책에서부터 한국사회에서 그 누구보다도 청년들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보여온 우석훈 교수가 보내준 정말 소중한 한 표를 얻은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해 보라고 제안도 해주었습니다.

"국민여러분, 청년당이 제발 정부보조금이라도 받아가며 활동할 수 있게 해주세요. 2%의 정당득표를 받아야만 정부보조금을 받고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활동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말이죠. 정말 저희들의 절박한 마음까지도 배려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 주는 말씀들 속에서 찐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훈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