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비행사 또는 우주비행 참가자(SFP)로 선정되었던 청년 ‘고산’을 기억하시나요? 어제(28일) 평화재단 청년열린포럼에서 청년들과 대화하는 고산을 직접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평화재단(이사장 법륜스님)에서는 청년들에게 희망과 도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강좌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정되었던 청년 ‘고산’을 초청하여 청년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 것입니다. 3년전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람, 당시 기억으로 무척 강인해 보이고 잘 생긴 남자였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직접 가까이서 보니 정말 훈남이었습니다.^^ 고산씨가 강당에 등장하자 여성분들의 환호가 터집니다. 부럽더군요.ㅎㅎㅎ
△ 고산, 2008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람. 어제(29일) 평화재단 청년열린포럼에서 그를 직접 만났습니다.
△ 고산씨 옆에 이소연씨가 보이죠. 러시아에서 같이 훈련받을 때 모습입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이소연씨가 되었고, 고산씨는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아야 했지요. 그런 그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알려졌죠? 우주인으로 알려졌죠. 그러나 저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에게 창업을 지원해주는 판을 벌리는 일입니다. 우주인과 창업, 서로 가까워 보이나요?”
시작부터 이번 대화의 주제는 ‘우주인’과 ‘창업’ 두 가지 임을 넌지시 암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문장을 보여줍니다.
“달을 향해 쏴라. Shoot for the Moon”
처음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는데, 대화가 끝나갈 무렵 ‘아하!’ 하는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전 한 번도 우주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우주인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연히 우주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신청을 했어요. 붙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이 그냥 신청했어요.”
오래 전부터 우주인을 꿈 꿔 왔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이 한번의 도전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습니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회상하며 무엇이든 일단 도전해볼 것을 강조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능력있고 훌륭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우주인으로 안 뽑혔을까요? 지원을 안했기 때문입니다. 한발작 내딛느냐 그냥 흘러보내느냐 그건 각자에게 달린 것입니다.”
그가 러시아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는 참으로 다채로웠고 배울 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러시아에 우주인 되려고 갔다가 한국인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의 우주인 훈련 경험은 단 한 줄로 요약되었습니다. 해외에서의 고된 생활은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한없는 감사함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지역의 ‘얄타’라는 지역의 훈련을 갔다가 얄타회담이 열렸던 장소를 방문했어요. 러시아 우주인, 미국 우주인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이곳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논의를 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던 데 반해 저는 그 회담이 우리나라를 분단으로 이끈 순간이었다는 사실에 약소국의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밤에 우주에서 바라 본 지구의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낮보다 국경선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충격적이었던 건 남한에는 불빛이 환하게 밝은데, 북한에는 아무런 불빛조차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분단의 아픔, 약소국의 아픔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언젠가 통일에 작은 기여를 해보고 싶다는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 불을 밝히는데 우리 세대가 과연 기여를 했을까요? 아닙니다. 이 불은 우리 부모 세대들이 다 일군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것이라곤 사람과 기술력 밖에 없는데…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우리 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하자고 꿈꾸게 되었습니다.”
△ 고산씨 뒷 배경에 우주가 보이네요. 우주인이 되려했던 한 번의 도전이 그의 인생 전체를 변하게 했습니다.
우주인의 문턱에서 좌절한 34세 청년 고산. 그의 이야기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비록 우주에 가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케네디 스쿨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저한테는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 안의 나사(NASA)가 운영하는 싱귤래리티대의 10주 간의 섬머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첨단과학 기술분야의 트렌드를 쭈욱 보여주고 그 기술로 창업한 회사를 찾아가서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팀별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게 하고 끝나는 날 투자자를 불러서 발표회를 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회사가 3개가 생겼습니다. 한국은 지금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곳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를 해도 “나는 이런 창업을 구상하고 있어”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합니다. 미국도 한국처럼 심각한 실업난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위기는 엄청 달랐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청춘콘서트에서 하는 이야기들 중 많은 부분이 ‘청년들의 창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들을 때는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창업을 하려고 하면 깝깝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걸음 내딛기가 정말 망설여집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앞을 내다보며 이런 기술을 갖고 이런 곳에서 도전해 봐야겠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TIED 라는 기술기반 창업지원 비영리 법인을 설립합니다. 참 용기있고 멋있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그건 알겠는데, 결국 우주는 갈 것인가?” 라고 물었더니 “YES” 라고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가능성도 언급해 줍니다. “미국에서는 민간우주항공이 이미 성공해서 예약자도 받고 있어요. 단 티켓이 2억원.ㅋㅋㅋ 민간에서 우주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니까 우주는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며 활짝 웃음을 보입니다. 우주에 가지 못한 것이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하고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청했습니다.
“우주인의 모습은 꽃과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이 쌓아놓은 탑 위에서 빛을 내는 것이 우주인입니다. 이런 토대 없이 우주인만 있으면 꽃의 줄기를 싹둑 짤라 놓은 것과 같아요. 꽃이 살아있으려면 줄기가 내려와야 하고 뿌리가 땅에 깊이 박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이공계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청년들의 창업은 이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이라는 길이 이공계에 있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잘 해내고 싶어요.”
△ 다양한 자료화면들이 무척 흥미로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몰입할 수 밖에 없었던 명강의.
참석한 청춘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주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정말 신기한 공간입니다. 이 우주 속에서 우리 개개인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딱 한번 뿐인 인생, 단 한번 주어진 인생. 생명이 이렇게 주어진 것도 커다란 선물인데, 더 좋은 것은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산은 “인생이라는 하얀 도화지 위에 오롯이 내 자유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며 멋진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기 바란다며 청춘들에게 힘을 북돋워주었습니다.
2시간의 강연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입니다.
“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it, You will land among the stars. 달을 향해 쏴라. 설사 달을 빗겨 가더라도 우주의 어느 별에 도달할 것이다.”
이 말 뜻은 도전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청년이라면 도전을 우선 해보라는 메시지입니다. 고산이 우주인에 도전했던 것처럼 말이죠. 또 TIED라는 청년창업지원 법인을 만들 때도 고산은 단지 한걸음 내딛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일단 한 걸음 내딛으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더라는 것이죠. 청년들이여, 마음껏 도전해 봅시다. 왜냐하면 우린 청춘이니까.
△ 고산씨에게 질문하는 청년들. 고산씨의 간명하고 진정성 깃든 답변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다음은 고산과 청년들이 주고 받은 일문일답입니다.
- 뛰어난 한국의 청년 개발자들이 미국에 가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에는 연구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게 안타깝다. 전세계에 한인 창업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좋겠다.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작정 해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베이스캠프와 조력자가 먼저 구축되어 있다면 후일에 연착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국에서 청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미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이공계로 취업할 자리가 거의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공계 직업이 다변화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저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재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어서 창업을 활성화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 우주인이 된 다음에 삶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우주인이 되고 나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전에는 의식과 행동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인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광장에 나온 기분이다.”
-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가장 큰 문제가 금전적인 문제다. 실패의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럴 때 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는지?
“라면만 먹고도 1년 살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 경제적인 이유가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고, 사회적인 체면을 의식하는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나왔는데 이런 일을 해서 되겠나 이런 생각들… 그런 것들을 다 흘려버릴 만큼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는 물론이고 상대편도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신념이 있어야 한다. 창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념과 열정이다. 무모한 열정은 안 되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빨리 실패를 하고 다른 도전을 더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이렇게 프레임을 바꿔주면 더 열정적으로 젊은이들이 참여할 것 같다.”
-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 경진대회를 진행하셨다고 하는데, 심사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
“가장 많이 보는 건 아이템보다 팀의 성공여부다. 아이템은 계속 바뀌지만 팀은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팀웤이 얼마나 강력한지, 과정이 어떠했는지,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많이 본다. 사회적 기업을 하더라도 정말 제대로 살아남으려면, 영리를 추구하지 않을수록 일반기업보다 더 강력한 성공요인이 있어야 한다.”
- 러시아에 가서 더 한국인이 되었다고 했다. 한국인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느꼈는지?
“경제성장은 부모님 세대들이 해냈고, 민주화는 선배 세대들이 해냈고, 그럼 우리는 어떤 일을 해내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 얄타회담이 열린 장소에 가서 분단의 아픔을 느꼈고, 우주에서 바라본 북한을 보고 안타까웠다고하셨다. 청년들이 이공계도 기피하지만 통일문제도 기피하는 것 같다. 과학기술 창업 외에도 통일에 기여하고 싶은 그런 꿈은 없으신지?
“케네디스쿨에서 북한 세미나가 만들어져서 참여했었다. 탈북한 북한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한 친구가 질문했다. 북한에 인도적 쌀을 보내면 군량미로 가지 않느냐 물었는데, 그 교수님 대답이 북한에서는 군인들도 빼짝 말라서 굶고 있다고 했다. 개네들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셨다. 강연이 끝나고 “아직도 북한에 대한 애정이 많이 갖고 계신 것 같다” 고 말했더니, 교수님이 펑펑 우시더라. 그런 경험을 하면서 북한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제가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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