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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제동 “한미FTA, 이 대통령 재선하시겠다?”

한미FTA 날치기 통과로 온 국민이 분노에 차올랐습니다. 청춘콘서트에서도 한미FTA 이야기가 뜨겁게 달아 올랐었는데요, 김제동 청춘콘서트2.0 부산편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부산대학교 산꼭대기에 위치한 경암체육관, 등산하다시피 겨우겨우 올라갔더니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2천5백여명의 청춘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입구에는 표를 구하지 못한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습니다. 친구들 여럿이서 함께 청춘콘서트를 보러 왔다는 여학생에게 “어떻게 오셨어요?” 물어봤더니 “제동 오빠는 항상 바른 소리를 해주잖아요. 시국이 암울하다 보니 제동오빠는 청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했어요.” 라고 합니다.

2년 전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 사회를 보며 했던 말들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에는 ‘김제동 어록’이라고 불릴 정도로 김제동이 쏟아내는 명언들이 참 많죠. 부산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쏟아낼까 정말 기대가 되었습니다.

△ 김제동의 입담과 재치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청춘콘서트. 부산대학교 경암체육관 2천5백석을 가득 메운 청춘들.  

김제동이 등장하자 청춘들의 뜨거운 환호에 귀가 멎는 듯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제동입니다” 인사에서부터 시작해서 장장 2시간 넘게 쉴틈을 주지 않고 감동과 풍자, 폭소를 동반하며 청중을 압도했네요. 역시 ‘최고의 토커, 김제동’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내었지만, 최근 사회 문제와 관련해서 들려준 이야기가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특히 어제는 한미FTA가 날치기 통과되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트위터에서는 탄핵이라는 단어가 폭풍 RT 될 정도로 그 물결이 거셌는데요. 저는 경제 쪽으로는 워낙 가방끈이 짧아서 다른 어떤 전문가가 해주는 설명보다 저랑 수준이 비슷한(ㅋ) 김제동이 청춘콘서트에서 들려준 한미FTA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이것도 김제동의 어록 중에 하나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식 아닌 것 보고는 웃기다고 해야... 20대 권리를 포기하지 마라
 


△ 사회적인 발언은 자제하겠다 하면서 결국 '한미FTA' 이야기를 쏟아낸 김제동. 정말 통쾌했네요.^^

김제동은 시작부터 “웃긴 걸 보고 웃기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웃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배꼽 잡고 의자에서 자빠질 뻔 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20대에게 정치의식을 가지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김제동은 정치 그런 건 잘 모른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이 부분도 저랑 수준이 정말 비슷해서 더욱 공감이 갔습니다.ㅋ 다만 상식이냐 비상식이냐를 보자고 말했습니다. 상식이 아닌 것에는 웃기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청춘들이 한미FTA에 대해 질문하자 "우리나라 대통령이 장사를 하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기립박수를 여러 차례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장사를 하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니요"라고 말해 청춘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습니다. 복잡한 정치·경제 문제도 다만 '상식'으로 접근해 주었는데 참 명쾌했습니다. 한미FTA에 대해서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자며, 절대 사회적 발언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우리 마을의 이씨와 오씨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ㅋㅋㅋ 

“우리 마을에 이씨와 저쪽 마을에 오씨가 장사를 했어요. 분명히 장사를 하면 밀당을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자기 이익을 챙기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박수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장사를 했는데 저쪽에 가서 박수를 되게 많이 받았어요. 훌륭하다고. 저는 장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건 좀 이상하다. 어떻게 저런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지?” 우리 노동자는 크레인 위에 매달아 놓고 미국 야구 모자를 쓰고 뽀뽀는 한국 야구장에서 했고 ㅋㅋㅋ

 과연 오씨가 우리 마을에 왔으면 그렇게 많은 박수를 받을 수 있겠느냐? 전 못 칠 것 같은데요. 경제적 논리를 따지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고 보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저기가 어디지?” 분명히 우리 마을 사람이신데, 장사를 했는데 저쪽 마을에서 수많은 박수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어머 훌륭하시다. 재선하시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미국 대통령으로!

(청중들 웃음 하하하)

△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어이없는 상황들로 인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답답하지만, 이렇게라도 마음껏 웃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하자 모두가 빵 터졌습니다. 재선하시겠다니요. 큭큭큭. 한미FTA 관련해서 가슴이 많이 답답했는데, 유쾌하게 웃으니까 그나마 꽉 막혔던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하셨다는 풍자와 해학이라는 것이 이런 맛이구나 느꼈네요.

김제동은 상식과 비상식의 기준으로 바라 본 세상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당당히 이야기하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저런 위치에 있었으면 아무래도 정부의 외압... 이런 것 눈치보면서 말을 참 아끼고 조심했을 것 같거든요. 요즘에는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에휴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은 가슴으로 느끼고 진정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번은 지난여름 구룡마을에서 수해 복구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기자가 찾아와서 “연예인이 왜 정치를 자꾸 하려고 하느냐?”고 물어서 곡괭이질을 하다가 참 당혹스러웠던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수해 복구하는 것 조차도 왜 정치로 자꾸 왜곡하는지 그 의도를 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쪽 입장에서는 무언가 김제동의 이런 소신 발언에 대해 많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좌빨, 빨갱이’이다는 악플도 많이 보이는데, 청춘콘서트에서 김제동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 무료급식 주자는 것이 빨갱이라면 내 빨갱이 할께! 학생들 등록금 비싸니까 좀 내려달라는 것이 빨갱이라면 내 빨갱이 할께! 수해복구 하는 것이 빨갱이라면 내 빨갱이 할께!” 라고 말이죠. 이 대목에서도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청춘들의 고민과 힘든 사연들도 무대 위에서 함께 교감이 되고 참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제동이 청춘들과 함께 나눈 사연 이야기는 현재 Daum 아고라 청춘콘서트 특별페이지(주소)에 동영상으로 많이 올라와 있으니 직접 들어가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무릎을 꿇고 청춘들에게 애틋한 이야기들을 쏟아놓는 김제동.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잘 대우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청춘콘서트가 끝나가자 마지막으로 애틋한 마음을 담아 “오빠생각” 이라는 노래를 함께 불러보자고 했습니다. 청춘들과 함께 다함께 따라 불렀는데, 동요가 가진 푸릇푸릇하고 포근함을 오랜만에 참 많이 느꼈네요.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경쟁 속에서만 내달려 오다가 오빠, 친구, 가족은 잘 되돌아보지 못했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한미FTA 날치기 통과도 결국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볼 여유 없이 오직 경쟁에 앞서고자 했던 우리들의 과잉된 욕심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에 이겨서 잘 살아보자는 과욕이 결국 현재의 대통령 선출과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마련해 준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죠. 잔잔한 노래가 끝나고 김제동은 마지막 멘트를 해주며 청춘들의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서울 가신 오빠가 돌아오지 않아도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건 자신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면 늘 하늘로만 가지 다시 개천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개천을 지키는 건 결국 빠가사리와 미꾸라지지요. 그런데 그것들이 과연 정말로 용보다 못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용을 누가 만들었는데요. 우리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그렇게 집을 지키고 해왔는데요. 우리가 함께 이뤄나갈 수 있는 꿈을 꾸며 나갈 수 있는 세상이 와야죠. 그렇게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 스스로를 아끼는 겁니다. 스스로에 대해 너무 모질게 말고요. 남에게 들이대지 않는 잣대를 본인에게도 들이대지 말고요. 본인에게 잘해줘도 돼요. 괜찮다. 괜찮다...”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갑자기 또 한미FTA 문제가 생각났습니다. 우리가 국회로 보낸 용들 말이죠. 다들 개천에서 용 났다고 어깨를 으쓱대며 국회로 들어가셨을텐데, 국민을 위한다고 용처럼 행세해 오셨는데... 그렇게 개천에서 용 난 정치인들이 한미FTA를 통해 나라를 팔아먹었네요. 아휴 ㅠㅠ;; 분노가 치솟지만 그래도 다시  이 나라를 원상 회복시키고 굳건히 지켜낼 사람은 바로 우리네 빠가사리와 미꾸라지들입니다. 일제시대 때 친일세력들이 나라를 팔아넘겼을 때도 무지랭이 의병들이 일어나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임금과 탐관오리의 부패와 횡포가 극에 달해 결국 임진왜란으로 나라를 잃게 될 위기에도 나라를 구한 건 의병들이었죠. 한미FTA라는 이름으로 경제 주권을 미국에 팔아넘기는 사람들이 있어도, 결국 우리 국민 의병들이 다시 이를 지켜낼 것입니다. 두고 보시라고요. 청춘콘서트에서 김제동과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낸 수 만명의 청춘들도 함께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