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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한미 FTA 이행법안, 명백한 주권훼손인 이유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오늘(30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현 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FTA 홍보광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용되었다며 항의 문구가 담긴 팻말을 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명박 대통령이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의 텔레비전 광고에 대해 중단과 사과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미FTA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당은 내일 강행처리할 방침을 정하고 있고, 독소조항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미FTA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봤습니다.

△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13년 만에 국빈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방미는 21세기 우리 외교전략과 관련하여 한․미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좌표를 세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방미 행사 가운데 백미는 역시 미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날 미 하원과 상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모두 통과되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연설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 것이지요. 이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이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와 한․미 FTA를 통한 양국관계의 발전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 저작권자ⓒ 중앙일보.

그동안 한․미 FTA 협정의 일부 내용이 우리에게 크게 불리한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고 해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한·미 FTA 이행법안은 한․미 간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어 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미 공화․민주 양당이 합의해 통과시킨 미국 측의 ‘한․미 FTA 이행법안’은 한․미 FTA 협정이 미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미 국내법을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국회에 상정된 한국의 한․미 FTA 이행법안은 한․미 FTA 협정이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같은 한․미 FTA 협정에 대해 한․미 간 법적 지위가 서로 다른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이를 바로 잡는 일이 역부족이었다면 우리도 똑같이 국내법을 우선하는 이행법안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것이며 우리 주권에 대한 훼손입니다.

이렇듯 미국에 유리한 한․미 FTA 협정의 법적 지위 때문인지, 한․미 FTA 협정의 미 의회 통과를 축하하는 이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45차례나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한․미 FTA를 재협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 일본과 이웃하고 있고 통상국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한․미 FTA가 불가피한 국가전략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추가 재정지출 없이 대외무역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는 수단으로 무역협정을 중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미국은 한․미 FTA 체결로 한국에 대한 수출을 증가시켜 경제성장을 추동하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미 FTA는 우리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가전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한․미동맹 강화라는 안보논리를 내세워 서둘러가면서 일방적으로 우리만 양보할 필요가 없는 사안입니다. 한·미 FTA로 경제적인 큰 수혜가 따른다고 해도, 냉전시대도 아닌 오늘날 우리의 주권을 제약당하면서까지 불평등협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래도 다시 생각해야 될 문제입니다. (이 글은 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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