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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부모의 이혼으로 당당하지 못한 아이가 걱정돼요

부모의 이혼으로 당당하지 못한 아이가 걱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100회 강연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혼한 부모의 아이 키우는 방법에 대한 질문과 대답입니다.^^ 스님의 아이 키우는 법 하니까 좀 생소하고 이상하기도 하네요.ㅎㅎㅎ 저는 군대 있을 때 부모가 이혼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었고,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인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과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정서적인 불안정이 아주 심합니다. 이혼은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가능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구요. 이혼은 단순히 부부의 문제만이 아니더라구요. 서로 물고 차고 싸우다가 어렵게 이혼을 선택하게 되지만, 아이들에겐 굉장한 심리적 위축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늘은 부모의 이혼으로 당당하지 못하게 살아갈 아이가 걱정된다는 어머니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혼을 했지만 어떻게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스님의 답변입니다.

- 질문자 : 이혼 후 7세 남자아이와 살고 있는 엄마입니다. 친하지 않은 이웃이라도 몇 마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남편을 물어 올 때가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그냥 늦게 들어온다든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는데, 아이가 옆에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 당황스럽습니다. 스스로는 담담한 것 같은데, 남들에게는 헤어졌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고 그러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극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저를 보고 아들이 엄마와 둘이 사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 같고,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처지에 당당하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 법륜스님 : 먼저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아이를 위해서 이혼했나,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 이혼했나? 아이가 좀 희생이 되더라도 엄마인 내가 일단 못 견디겠다 싶으니까 이혼을 한 거지요. 그러면 아이한테는 참회하는 마음이 들어야 될 거 아닙니까.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가 죽어도 좋다’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엄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밥만 먹이고 옷만 입힌다고 해서 엄마가 아닙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좋으면 자기를 희생하고, 필요하다면 자기가 죽겠다는 마음까지도 내는 게 엄마입니다. 어미닭이 병아리를 보호하는 걸 한번 보세요. 사람이 병아리를 건드리면 어미닭은 자기가 못 이길 게 분명하지만 죽을 각오로 덤빕니다. 근데 요즘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이런 지극한 희생정신이 부족합니다. 부모가 희생정신 없이 아이를 기르니까 아이도 부모에게 깊은 은혜를 못 느끼는 게 당연합니다.

첫째, 아이를 생각할 때 이혼한 건 잘못된 겁니다. 이혼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잘못됐다는 얘깁니다. 내가 못 견디고 나 살려고 남편과 헤어졌으니 아이한테는 큰 빚을 진 거지요. 그러니 지금이라도 내 입장은 생각하지 말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내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엄마하고 둘이 사는 게 떳떳하도록 하는 데에만 마음을 써야 해요.

그러자면 우선 이혼한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남편은 훌륭하고 내가 부족하다.’ 늘 이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부부란 내가 좋을 때만 같이 살고 내가 미워지면 헤어지는 게 부부가 아닙니다. 서로 마음에 안 들어도 아이를 위해서 같이 살아야 되면 같이 살고, 아무리 좋아도 인연이 떨어져 있어야 될 인연이면 못 사는 거지요.

이렇듯 아이를 위해 이혼은 피했어야 하지만 이왕 내가 이혼했다면 떳떳해야 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혼자 사는 것에 떳떳해야지 왜 움츠립니까. 엄마가 떳떳하지 못한데 자식이 어떻게 떳떳해지겠어요? 그러니 첫째 일단은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할 것, 그리고 다음은 혼자 사는 것에 대해서 떳떳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분의 태도는 이불 밑에서 만세 부르기와 같아요. 남한테는 숨기고 혼자는 떳떳하다고 하잖아요. 정말 떳떳하면 누가 ‘결혼했습니까?’하고 물으면 ‘네’하고 대답하고, ‘남편 뭐해요?’하고 물으면 ‘혼자 살아요.’ 이러면 되지 숨길 게 뭐가 있어요? 엄마가 자꾸 이혼한 걸 숨기면 애도 학교 가서 숨겨야 되잖아요.

엄마가 떳떳하면 아이는 지금 부모님이 헤어져 있는 상태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다. 그게 뭐 나쁜 것도 아니데 왜 숨깁니까? 그래야 아이도 자기 존재에 대해서 떳떳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보든 만천하에 드러내 놓고 당당하게 살아야 해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아빠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희 아빠가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내 인생관이나 성격이 달라서 내가 혼자 사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하세요.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내 삶에 대해서 떳떳해라. 내가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참회하고 삶을 떳떳하게 받아들이세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떳떳하지 않거든 떳떳한 쪽으로 가면 됩니다. 혼자 있는 걸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재결합을 하면 됩니다. 반대로 ‘나는 세상이 뭐라고 하든지 혼자 갈 수밖에 없겠다’하면 내 선택에 대해서 떳떳하면 됩니다. 요즘처럼 자유롭고 좋은 시대에 이혼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무겁게 살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자식 키우는 어머니 입장에서 참 고민이 되겠다 싶었던 질문이었는데, 스님의 대답은 더욱 명쾌했네요. 이혼을 한 것은 아이한테 큰 빚을 진 것이고 그 빚을 갚기 위해서는 남편에 대한 원망심을 거두어내고 엄마부터 혼자 사는 것이 떳떳해져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아빠는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대목이 참 감동적이었네요. 정말 남편이 미워서 이혼을 했겠지만 아이를 위한다면 남편에게 참회를 하고 아이에게는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가 정말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단순한 답변이었지만 깊이 있는 삶의 지혜를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