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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인천항에서 만난 김제동 "더 주지 못해 미안해"

얼마전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내부 촬영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의 3분1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발표했는데, 그 심각성에 국제사회에서는 많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어제 오후 인천항에서는 북한 전역 9개 시도의 고아원, 특수학교 등 53개 시설 12,000명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선적식이 있었습니다. 밀가루 300톤, 두유 36만개, 이유식 10톤, 탈지분유 2톤, 전지분유 30톤, 영양강화식품 33톤 등 20피트 컨테이너 50여대에 달하는 분량이었습니다. MB정부가 들어 선 이후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죠.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북한 전역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시작부터 깜짝 등장한 사람이 있어 열렬한 환호를 받았는데요. 김제동이었습니다. 함께 참석한 법륜스님이 앞에 앉은 어린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 이 아저씨 누군지 아니?"
"모르는데요"
"TV에 많이 나오는 아저씨인데..."
"몰라요. 아~ 아저씨 너무 더워요~"


가는 곳마다 소녀팬들에게 카메라 세례를 받는 김제동인데 이런 일도 있군요. ㅋㅋㅋ 김제동은 허탈하게 웃으며 동행한 유치원 선생님에게 위트를 날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제가 누구인지 똑바로 교육시켜 주시기 바랍니다.ㅋㅋㅋ"

아이들이 덥다고 하니까 종이로 부채를 부쳐주는 김제동의 모습에서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제동은 자신의 토크콘서트에서 "아이들을 따라 배워야 한다"며 아이 사랑을 늘 강조해 왔는데요, 그의 아이 사랑이 이제는 북한의 아이들에게로 확대된 것 같네요. 김제동은 "더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라는 현수막 앞에서 왜 북한 아이들을 도와야 하는지 말했습니다.

“오늘 지원물품은 북한 전역의 53개 고아원 12000명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겁니다. 어느 사회에도 나쁜 사람들이 뺏어 먹습니다. 그래서 지원할 때는 충분히 주어서 중간에 떼 먹고 나서도 아이들에게 넉넉히 돌아갈 만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 이유식까지 빼앗아 먹는 어른들이 과연 자신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최소한 이유식이나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밀가루, 두유, 분유는 지원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다’ 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김제동

북한어린이에게 영양식을 보낸다고 하면 중간에서 떼 먹는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은 중간에 떼 먹고도 아이들에게 넉넉히 돌아갈 만큼 충분히 주자고 합니다. 북한이라는 사회가 원래 그런 사회이잖아요. 그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퍼주기 논란이 많았는데요. 퍼주기라고 하지만 차관 형식으로 미약한 양을 지원했을 뿐입니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큼 대량의 인도적 지원은 이뤄진 적이 없지요. 김제동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갔습니다. 그리고 JTS와 같은 민간단체에서는 북한 전역의 고아원 취약계층에게 직접 지원하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줄 수가 있지요.

김제동은 얼마전 끝난 청춘콘서트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 밥 주자는 것이 빨갱이라면 나 빨갱이 할란다. 아이들 밥 주지 말자는 것이 빨갱이 아닌가?" 라고 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밥을 주자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법륜스님은 이번 선적식이 정부의 허가가 쉽게 나지 않아 어려운 가운데 열리게 되었다며, 이번 선적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북한은 식량난으로 90년대 중반 300만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협력해 주어서 10여년 동안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도 들어와서 또다시 식량난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희생되었고 현재는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른들도 심각한 상황인데, 아이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자식이 돌보지 못하는 노인정에 있는 노인들, 장애아들은 더 큰 위험에 처했습니다. 

 어른들의 갈등인 남북관계의 긴장이 아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귀중한 생명의 원천인 식량마저도 지원이 금지되어서 1년 가까이 지원을 못했습니다...
소중한 영양식품을 먹고 북한 아이들도 남한 아이들과 같이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고, 또 남한의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남북의 화해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합니다.” - 법륜스님  

그동안 MB정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영양식도 일체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허용이 된 품목들이 일부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도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생활용품, 학용품 등은 지원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선적식 행사장에는 남한의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참석했는데요. 전시된 바짝 마른 북한아이들 사진과 건강한 남한 아이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행사 끝무렵 박을 터뜨렸는데 사탕과 과자들이 우수수 쏟아지니까 아이들이 한 움큼씩 서로 가지려고 하더라구요. 잘 먹는 남한 아이들도 이렇게 먹고 싶어하는데, 아사 위기에 처한 북한 아이들은 얼마나 먹고 싶어할까 생각하니 속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 박에서 터져나온 과자들을 즐겁게 가져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보며 굶주리는 북한 아이들이 함께 생각났습니다.  

밀가루 지원에 참여한 영남제분 배비룡 사장은 “밀가루 300톤은 북한어린이 12000명이 하루 3끼씩 6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 이라고 했는데요. 정부 단위의 대규모 지원보다는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취약계층인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직접 지원되기 때문에 그 의미와 실효성은 굉장히 컸습니다.

북한어린이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하자고 말하면 격한 반대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군대에 가지 않느냐, 중간에 간부들이 빼앗아 가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김정일 배 불리는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느냐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북한 지원을 담당하는 실무자에게 어떻게 배분되는지 물어봤습니다.

-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지원 직접 모니터링을 하고 가능한 모든 부분을 촬영해서 자료를 남깁니다. 물건을 어디서 얼마나 받았는 수량과 직위 이름을 적고 사인합니다. 아이들의 지원전후를 비교하여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식량지원이 되어 영양보충을 받았는 지를 확인합니다."

북한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이렇게 제대로 전달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도 식량 사정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과거의 북한과는 달리 모니터링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 지원 결과 1년 사이 북한어린이들의 발육 상태가 월등히 좋아졌음을 피드백 받았습니다.
 
굶주리는 북한아이를 표현한 퍼포먼스가 있었는데요. 김제동은 이 퍼포먼스를 보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가수 신궁의 "우리는 하나"라는 뜻을 지낸 노래 가사에 맞추어 표현하는 애절한 눈빛과 맨발로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은 북한의 꽃제비 아이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 김제동을 울린 감동 퍼포먼스 "오늘 아침 북한어린이들도 밥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적식 행사가 이뤄지는 뒷편에서 보이지 않게 열심히 자원봉사하고 있는 인도인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인도인 친구가 왜 북한어린이를 돕는 일에 봉사를 하고 있을까 의아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금새 눈에 눈물이 고이며 말을 잇더군요.

“저는 인도에서 한국에 유학을 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인도에서도 가난으로 유명한 비하르주입니다. 인도에도 불가촉 천민들을 비롯하여 굶주림에 처한 사람이 많습니다. 어릴 적 우리집에도 명절이 되면 구걸을 하러 오는 천민들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인도에는 북한처럼 굶어서 죽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 구걸을 해서라도 생명은 연명합니다. 그런데 북한어린이들은 굶어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사에 동참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같은 민족인데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쁘리앙카 (JTS 자원봉사자)

가슴이 찡 하면서 제 모습도 많은 반성이 되었습니다. 외국인도 이렇게 생명을 살리려는 마음을 내는데, WFP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생명을 살리자고 호소하는데, 저를 비롯하여 왜 우리 남한 국민들은 외면하고 있을까. 저 멀리 아프리카 아이들도 도와주면서 정작 가까이에서 같은 민족이 아사 위기에 처해있다는데 왜 외면 하는가. 분단의 장벽, 마음의 장벽이 이를 막고 있구나. 순간 머릿 속이 멍해졌습니다.

북한관련 언론 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군인들도 굶주리고 간부들도 굶주리고 그래서 군인 간부들이 민간인을 약탈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김제동씨 말처럼 식량을 넘쳐 흐리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생명부터 살려놓고 정치는 그 다음에 이야기했으면 싶습니다. 아이들은 정치를 모르니까요.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직접 전달하고 모니터링까지 확실하게 하는 민간단체도 있으니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아니더라도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아사 위기에 놓인 북한어린이들을 살리는데 작은 관심과 정성이라도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김제동, 법륜스님과 참석한 시민들, 봉사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언론 기자들이 거의 오지 않아 아쉽기도 했네요. 그만큼 아직은 우리사회가 북한어린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거겠죠. 그래서 이 행사가 더욱 뜻깊은 거구요.

△ 북한 고아원 12000명 어린이들에게 보낼 두유입니다.^^

지원하는 두유를 직접 시식해 봤는데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냥 두유 같지만 주문 제작으로 각종 영양이 가득 담겨있는 실속 제품이었습니다. 지원하는 밀가루 300톤도 1등급 양질의 밀가루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단체가 양을 많이 보냈다고 홍보하기 위해 3등급 사료 수준의 싼 밀가루를 보낸다고 하는데, 이곳은 북한어린이들에게 최대한의 정성을 보내려 한다고 합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 참가자의 소감을 듣고 또 눈물이 났습니다.
 
"내 아이와 같은 아이들인데 그 아픔을 몰랐구나 싶었어요. 나는 가진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늘 불평하고 살았구나. 북녘 아이들아, 작은 정성이라도 보낼테니 통일되는 그날까지 살아만 있어다오..." 

아이들이 굶어서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념의 잣대를 내세우며 도와주지 말자고 합니다. 군대에 들어갈까봐 불안해서 도와주지 말자는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구체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 전달이 되고 있으니까 그런 우려는 더이상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을 찾는 쪽으로 마음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먼 훗날 오늘을 돌아봤을 때 '나는 굶주리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아사 위기에 놓인 북한어린이들을 돕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한국JTS는 1차, 2차 지원에 이어 이후에도 북한 전역 9개 시도 고아원 12000명에게 구호물품 지원을 계속합니다.
- 한국JTS 북한어린이돕기 후원하기 : [클릭] (문의 : 02-587-8995)
- 홈페이지 : http://www.jt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