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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표정이 썩었다고 괴롭히는 군대 선임, 어떻게?

군대가면 가장 힘든 것이 선임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때입니다. 훈련도 견뎌 낼만 하고, 단체생활도 금방 적응이 되지만,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선임의 악의적인 괴롭힘입니다.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속된 말로 상급자가 까라면 까야 하는 곳이 군대이거든요. 저도 29살에 이등병 생활을 했는데 21살 병장들이 사소한 문제로 괴롭혀 마음고생이 컸습니다. 그래서 종종 이를 참지 못한 후임이 선임을 폭행하는 하극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군대는 자대 배치를 어디로 받느냐 보다, 어떤 선임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선임으로부터 집중적인 괴롭힘을 당해 온 한 병사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 이런 힘든 점을 하소연하며 질문했습니다. 단순한 위로와 격려로 얼버무리지 않는 법륜스님의 쿨한 해법이 정말 신선했습니다. 


▶ 병사질문 : 저는 군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유독 괴롭히는 선임이 있습니다. 제가 친해지려고 노력도 많이 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갈구고 있을 때나 갈구고 나서 표정이 안 좋으면 “표정이 썩었다”고 뭐라 하고, 심할 때는 때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화가 나고 스트레스 받고 짜증이 나도 속으로만 앓고 있습니다. 심할 때는 내가 저 사람을 때리던가, 저 사람이 이 세상에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답변 부탁 드립니다.  

▶ 법륜스님 : 본인 생각대로 그 사람이 나쁘다고 치자. 그렇게 한 대 치면 부하가 상사를 때렸으니까 “하극상”이 되지요. 그러면 감옥 가나 안가나? 감옥가지. 한 대 때려서 내가 감옥가면 나한테 좋을 것이 뭐가 있고, 그러다 총기 사고라도 일으켰다고 하면 본인이 한 10년은 감옥 가야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나쁜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뭐가 있나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본인이 희생해 볼만한데!

그럼 이렇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내가 만약 사회에 나가 회사에 취직해서 어떤 상사 아래에 있거나, 회사를 만들어서 종업원을 두거나 하면 이런 인간관계가 또 생길까? 안 생길까? 생기지요. 그런데 그때 가서 상사나 사장과 사이가 안 좋아서 사표 던지고 나와 버리면 물리적인 타격이 굉장히 크잖아요. 그렇지요? 그러니까 그런 것을 지금 연습으로 삼아 해보세요. ‘누군가가 나를 못살게 구는 이런 인간관계를 어떻게 좋은 관계로 바꿀까?’ 이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보세요. 1년이면 연습 충분하다. 한 달 남았으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데...

나보고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고, 때리면 맞고 이렇게 해서 그 사람이 어떻게 해도 내가 그 사람한테 화가 안나는 내가 한번 되어본다. 이것을 오늘 목표로 세우세요.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해도 내가 화가 안나는, 화를 안 내는 것이 아니고 화가 안 일어나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지금은 화가 날까? 안 날까? 나겠지요. 자신이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목표로 삼고 ‘어! 내가 화가 나네, 난 화가 안나는 사람이 목표야!’ 이렇게 연습을 자꾸 해보세요.

그래서 그 사람을, 예를 들어 본인이 운동선수라면 상대를 코치라고 생각하고, “어! 너 화 안낸다고? 좋아. 내가 너를 화내게 해주지!” 하는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본인은 그런 테스트에 안 말려들려고 연습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나를 화나게 만들려고 하는 사탄의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된다? 그 유혹에 안 넘어가야겠지, 난 거기에 안넘어간다. 뭐 그런 정도에 내가 넘어가나? 상사님께서 저를 어떻게 해도 제가 상사님 경계에 안 넘어갈꺼에요. 이렇게 자신의 수행 테스트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연습을 자꾸 해보세요.

처음에는 열 번 다 안 될 것이고, 스무번 다 안 될 것이에요. 어느 순간에 화가 탁 나다가 ‘어, 내가 또 말려들었다’ 이 생각이 나면 그 자리에서 화는 확 내려가버려. 그것을 한번 경험하면 ‘이야 이 마음이 진짜 이상하구나! 저 사람이 나빠서 화가 나는 줄 알았더니 이게 내가 짖는 것이구나, 일체 유심조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게 되죠. 경전에만 있던 이야기들을 본인이 확 경험하게 돼. 그럼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에요. 이것을 깨달음의 기회로 삼으라는 말이에요. 그는 나를 화나도록 테스트한다. 본인은 거기 안 말려들어야 돼.

그러니까 스승이 훌륭해서 스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공부로 삼으면 스승이 되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그 선임을 무엇으로 삼아라? 스승으로 삼아라, 그렇게 한번 공부해 보세요, 그러면 엄청난 은혜를 입을 것이에요. 한번 해볼래요? 죽어도 그것은 못하겠어요?

▶ 병사 : 해보겠습니다!

▶ 법륜스님 : 한다고 이야기 했어요. 이젠 다시는 그 사람에게 화내면 안돼. 그러면 ‘아! 또 내가 걸려서 넘어졌구나’ 하고 본인만 보세요.  

대답을 듣고 질문한 병사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괴롭히는 선임을 미워하고 원망하면 결국 싸우게 되고, 결론은 영창 가게 되고 징계를 받게 되겠지요. 조금만 크게 생각해보면 손해가 막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감정적인 대응에만 함몰되어 버립니다. 주어진 이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전환시키려면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하느냐. 법륜스님은 괴롭히는 선임을 나의 마음수행을 도와주는 스승으로 삼아보라고 하네요. 발상의 전환, 이것이 갖는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군생활을 했었는데, 군대만큼 마음수행하기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니, 모든 상황들이 제 인격을 성장시켜주는 계기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질문한 병사도 그렇게 행복한 군생활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건 그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스스로 한 생각 돌이켜서 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