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광화문에서는 등록금 반값 실현을 위한 촛불 집회가 열렸습니다. 얼마 전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로 많은 이들이 마음아파 했지요. 높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징벌적 등록금제도 라고 해서 논란도 많이 일었죠. 진정으로 학문을 사랑하고 배우고 익혀야 할 젊은 청춘들이 돈에 억눌려서 경쟁하고 방황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또 취직이 잘 된다고 문과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가기도 하는데, 이로 인한 부적응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는 이런 대학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자식을 둔 엄마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사회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오늘 문답에서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이야기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질문 : 올해 대학 신입생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문과 공부를 했지만 취직이 잘되는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문과 출신이라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어렵고 교우관계도 원만치 않아서인지 대학생활을 힘들어합니다. 아들은 마음을 못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법륜스님 : 방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부는 하기 싫으니까 다 그만두고 취직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괴로워하면서 대학을 가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옛날에는 10명 중에 1~2명이 대학을 가니 대학 나오면 다 취직을 했지만 지금은 10명 중에 8명이 대학을 가니 대학 나왔다고 다 취직이 되는 게 아니죠. 10명 중에 9명이 대학 나오는 시대는 대학 안 가는 게 오히려 취업이 쉬울 수 있어요. 공부하기 싫으면 대학 자퇴하고 바로 직장에 취직하면 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구나, 이렇게 스스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이 생기면 그때 대학이나 학원에 가서 공부하면 됩니다. 음식점 주방에서 일해 보니까 이래 가지고는 안 되겠다 요리사 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 이렇게 자기 필요에 의해서 공부를 하면 그 공부 효과가 월등하게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하고 의논해서 학교 그만두고 바로 직장을 잡아서 경험 삼아 남들 4년 대학 다닐 동안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 게 뭔지를 찾아가며 열심히 일해 보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두 번째는 본인이 재수할 마음도 있고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더 공부할 기회를 주세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재수를 한다 해도 시험 점수가 좋지 않을 걸 각오하셔야 됩니다. 다만 아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겁니다. 안 그러면 아들이 이걸 두고두고 원망하는 계기가 되거든요. 아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하는 마음으로 그냥 한 번 더 공부를 권해 보세요.

세 번째는 휴학을 해서 공대 공부를 따라가는 데 부족한 이과 계열 공부를 1년이나 반 년 동안 하면 됩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아깝다 싶으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못 따라가는 과목이나 부족한 분야를 학원에 다니면서 따로 공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니 의견을 물어봐서 아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게 하세요.

그리고 질문자에게는 큰마음을 내는 게 필요합니다. 큰마음을 내서 남편에게 “여보, 애가 이렇게 죽고 싶다고까지 하니, 다 살라고 하는 짓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뭐하겠소. 학교 다닌다고 훌륭한 사람 되는 거 아니지 않소. 애가 못 견디겠다고 하니까 그냥 자퇴를 시키고, 군대 가게 되면 군대 갔다 와서 그때 다시 학교를 가도 되고 직장을 구해도 되니까, 애 원하는 대로 한번 해봅시다.” 이렇게 조마조마해하지 말고 크게 마음먹고 얘기를 해보세요. 이렇게 얘기해 보고 남편이 받아들이면 그렇게 하면 되고, 남편이 자퇴는 절대 안 된다고 하면 이번에는 아이에게 얘기해 보세요.

“지금 네가 학교를 자퇴하고 새로 공부해서 이 대학이라도 들어오려면 굉장히 어려우니까, 앞으로 1학년이 몇 달 안 남았으니까 그냥 놀기 삼아 출석이나 채우고 나서 다음해에 휴학을 하는 건 어떠냐?” 이런 식으로 아이와 얘기해 봐서 결정을 하세요. 질문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그렇게 큰마음을 내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엄마의 불안했던 표정이 조금 편안해진 듯 보였습니다. 대학 다니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방황한다면, 우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세요. 그리고 이래라 저래라 자꾸 부담을 주지 마시고, 스스로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실패할 기회를 선물해 주세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식들은 언젠가 기다려주신 부모님의 그 마음에 크나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답니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부모 입장에서 쉽지 않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네요.

신고
Posted by hopepla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tensidachi.tistory.com BlogIcon 이쁜때지 2011.06.03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습니다.
    그 길이 아니다싶으면 다시 기회를 주면 되지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지요~

    살다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하게 된 공부라면 정말 열심히 한다는 말씀...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서 깨달았던 사실입니다. ^^
    공부 싫어라 했던 친구들이 직장다니면서 필요하다 생각되어 정말 일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더군요~
    억지로 하던 시절에는 죽도록 안하던 그 공부를 말입니다. ㅎㅎㅎ

    성인이 된 자식의 앞길을 부모가 정해줘서는 안된다는 걸...
    본인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걸...
    자식기르는 부모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2. Favicon of http://wind-skyrain.tistory.com BlogIcon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1.06.03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으로의 입장으로써..많은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대학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학의 목적은 ... 학문에 대하여 심도있게 탐구하는 집단입니다.
    조금 흥미를 가지고 접한다면 학문에 빠질수 있는 사람이 바로 대학생입니다.
    어차피 이공계 공대로 가신거.. 조금더 적응할필요가 있으면 좋을거같아요
    나중에 공대생을 포기한걸 뒤늦게 후회할수도 있으니..
    정 학문에 흥미를 못느낀다면 그때 원하는걸 하게 하시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생이라 이런댓글밖에 달지를 못하겠네요..

  3. 고양이눈 2011.06.03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행을 하다 이 길이 아닌가 싶다 싶으면 온길이 아무리 멀어도 다시 돌아가잖아요. 인생이라고 다를것 있게씁니까.

  4. Favicon of http://sosolife.tistory.com BlogIcon 유쾌한상상 2011.06.03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좋은 말입니다.
    정답은 늘 가까이에 있는데...왜 사람들은 그것을 모를까요...

  5. Favicon of http://peter0317.tistory.com BlogIcon 제로드™ 2011.06.03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답은 항상 가까이에 있지만, 인간으로서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자신의 답을 제시간에 제대로 취하는 경우가 적은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한 것을 좀 더 배워나가는 과정이 바로 지금 우리가 가고있는 길이기도 하겠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6. 고양이눈 2011.06.03 2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행을 하다 이 길이 아닌가 싶다 싶으면 온길이 아무리 멀어도 다시 돌아가잖아요. 인생이라고 다를것 있게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