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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 "왜 사랑에 주판 알을 튕기나"

안녕하세요. 희망플래너입니다. 어젯밤 지난주에 이어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조계사 불교역사박물관을 가득 채운 300여명의 청춘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법륜스님의 명쾌한 답변들이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주었답니다. 시작은 달콤하지만 점점 쓴맛을 내는 것이 결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법륜스님의 펜을 자청하고 계신 고재열 기자님은 법륜스님을 “결혼에 대해 우리에게 낯낯이 밝혀주실 가장 따뜻한 독설가” 라고 표현하시더군요. 결혼을 앞둔 청춘들의 이러저러한 고민들에 대한 법륜스님의 문답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질문1 : 사람을 만나면 처음에는 다 괜찮아 보이고 저만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나 몇 번 만나면 그 사람의 꼬투리만 찾게 됩니다. 삼십대 후반인데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편하게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지? 어떤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좋을까요?

법륜스님 : 욕심이 많다. 아직 나도 어떤 사람을 만나면 편안하지 못할 때가 있다. 몇 살인가?

질문자 : 서른여덟입니다.

법륜스님 : 결혼할까 싶다가 포기한 것은 몇 번인가?

질문자 : 한번이다

법륜스님 :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편안했는가? 갈등이 많았나?

질문자 : 갈등이 많았다

법륜스님 : 나는 커서 결혼안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질문자 : 결혼 안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법륜스님 : 심리적으로 엄마 아빠의 갈등을 보면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게 된다. 무의식 속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 생각, 두려움이 있다. 그래도 나이가 먹으면 결혼하고 싶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의식적으로 든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부모에게서 본 부정적 모습이 일어난다.

질문자 : 아버지는 완벽주의라서 화가 많으셨습니다. 엄마는 화를 받아주기 힘들어했습니다.

법륜스님 : 엄마가 받아주면 무슨 문제가 있었겠나. 왜 이만한 일로 화를 내냐고 받아치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혼 안한다는 쪽으로 정해 놓고 있다가, 안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지면 그때 결혼하면 된다. 누가 나에게 미쳐서 오든지, 내가 미쳐서 가든지... 이런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고 탁 놔버리면 결혼에 대해 아무 부담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은 결혼에 대한 고민이 없다.

스님은 결혼 안하겠다고 생각한 게 절대로 아니다. 혼자 사는 게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고 질문자가 마흔이 넘기 전에 결혼해야 된다고 집착하게 되면 상대의 단점이 보인다. 그것은 나의 무의식에 있는 부정성 때문이다. 아예 남자를 겁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남자들과 사귀는데 결혼은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알고 기도를 해야 한다.

어떤 기도를 해야 하겠는가? 부모에 대한 감사기도이다. 어른이 되니까 아버지에 대해 나쁜 기억이 없지만 어릴 때를 생각하면 아버지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것이 쌓여있다. 엄마도 아버지 성격 받느라 힘들었겠다. 그래도 나를 키워주셨다는 감사의 기도를 해서 부정성이 해소가 되면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적어진다. 백일 정도 감사기도를 해라. 그러면 자연스러운 변화가 온다.

질문2 : 저는 결혼이 굉장히 하고 싶은 나이가 많은 미혼입니다. 작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굉장히 결혼하고 싶었는데 저의 어머니가 그의 직업을 싫어해서 완강히 반대하셨습니다. 설득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설득을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여태까지 잘 키워주셨는데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해야 할지 포기를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사실 포기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굉장히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 이 정도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습니다.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법륜스님 : 몇 살인가

질무자 : 서른셋이다

법륜스님 : 스무살이 넘으면 부모가 반대해도 그냥 하면 된다. 내일이라도 둘이 조계사 법당에서 절하고 그냥 해버리면 된다. 무엇 때문에 눈치를 보는가.

질문자 : 다들 축복 속에 결혼하고 싶어하니까

법륜스님 : 결혼식장에서 화려하게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핑계를 대는 것은 사실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식으로는 결혼할 때는 꽃 일곱 송이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결혼하면 부처님이 주례를 선 것이다. (청중들 웃음) 나이 서른 넘어서 부모 반대를 핑계 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질문자 : 그래도 부모님이 반대하는데...

법륜스님 : 그것은 부모가 아니다. 결혼을 반대하는 사탄이다.(청중들 웃음) 부모의 찬성을 바라는 것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내 결혼이니까 내가 해버리면 된다. 대신 부모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

질문자 : 그 말씀은 <스님의 주례사> 책에서 봤다

법륜스님 : 책에 뭐라고 써 있던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 나면, ‘나중에 이래서 엄마가 반대했구나’ 하고 반대했던 엄마를 자기편으로 끌여 들여 결혼이 파토 날 가능성이 있다. 서로가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 각오가 있어야 한다. 부모는 반대하더라도 둘이 행복하게 살면 나중에는 지지해준다. 지지안해준들 어떤가. 행복하게 살면 되었지. 내가 보니 질문자가 마음이 약하다. 부모에게 떡고물이라도 얻으려는 마음이 있다.

부모는 자식의 결혼에 대해 자기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것에 대해 지원을 끊을 권리가 있다. 그 떡고물이 갖고 싶으면 사랑해도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인지 점검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궁합이 안 좋으면 어떤가. 3일 살다가 죽으면 어떤가. 좋아하는 사람과 3일 산 것인데... 좋아하는 사람과도 살아봤고, 그 뒤에 덜 좋아하는 사람과도 살면 경험을 두 가지 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손해를 감수해야지 왜 피하려 드나. 여러분은 사랑에 주판 알을 튕긴다. 왜 사랑에 주판 알을 튕기나? 그냥 해라.

질문자 : 네, 그러겠습니다.
 
법륜스님 : 집에 가서 엄마핱네 스님이 그랬다고 하지 마라. 그것은 남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나의 선택으로 딱 결정해라. 엄마가 연을 끊겠다고 하면 삼배 올리고 나서 “내가 어린 아이가 아니고 내 인생을 살겠기에 독립하겠습니다” 해라.

그러나 내일 당장 이야기하면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준비를 딱하고 말씀을 드려라. 나가면 뒤돌아볼 생각도 하지 말고 나가라. 어머니가 다시 부를 때까지 집에 가지 마라. 부모에게 미움을 갖지 말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님들이 출가할 때 부모에게 삼배를 한다. 이제부터 출가 수행자이지 누구의 자식이 아니다 라고 하며 부모에 대한 정을 딱 끊는다. 안 그러면 부모에게 연연하고 집안에 끌려 다닌다. 여기에서 초연해야 한다.

이렇게 부모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고 내 인생을 살 것이며, 스무살이 넘으면 자기 인생을 살아라. 질문자는 좀 심약하다. 이렇게 결혼해서 어려움이 생기면 우울증이 올 수 있다. 부모 반대까지 무릎 쓰고 결혼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그 자책감과 실망감이 감당이 안 된다. 보통사람의 몇 배가 온다. 그러니 결혼하기 전에 깨달음의 장을 하고 수행생활을 해서, 앞으로 닥칠 문제들을 헤쳐나가야 된다. 내가 보니 혼자는 이기지 못할 것 같다. 결혼 파토가 나면 부모는 고소해한다. “내말 안 듣더니 그것봐라” 하니까 보란 듯이 잘 살아야 한다. 잘 살면 나중에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 자기가 인생관이 뚜렷치 않아서 그런 거다. 준비 좀 하고 부모한테 말해라. 덜렁 말하지 말고. (웃음)

질문3 : 34살의 미혼 남자입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법륜스님 :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불행하게 살면 불행한 결혼생활이다. 행복하려면 내가 상대에게 맞추면 된다. 산을 좋아하면 내가 좋고, 바다를 좋아하면 내가 좋다. 내가 그를 이해하면 내가 후련하고, 이해 못하면 내 가슴이 답답하다. 마음작용이 그렇다.

말만 사랑이지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같다. 열고 살아라.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그렇게 매달리고 사는가. 초라하고 불쌍하다. 이게 안 된다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자꾸 이렇게 할수록 내가 행복하고 내 가정이 행복해진다. 마음이란 좁히면 바늘 꽂을 자리도 없고, 넓히면 우주가 들어가고도 남는다.

요즘 조선시대도 아닌데 고르는 것 괜찮다. 고를 때 과보가 따르니까 책임을 지면된다. 노력해도 안되면 그만둬도 되는 시대인데 왜 미워하는가. 편하게 마음먹으면 한사람하고 끝까지 산다. 그런데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면 조금만 모자라도 끝난다.
 
내가 좋아하니까 너도 날 좋아해라. 내가 세 번 좋아했는데 왜 한번만 좋아하니... 이렇게 장사하니까 문제이다. 편하게 만나고 마음을 열고 살면 아무하고나 만나도 평생 살 수 있고 저절로 행복해진다. 결혼하면 행복해지는 것 절대 아니다.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내가 뭔가를 움켜쥐면 반드시 갈등이 생긴다. 내가 김치찌개 좋아하는데 상대는 된장찌개 좋아할 때 된장찌개 끓여서 같이 먹어라. 목구멍 넘어가면 똑같은데... 그래도 김치찌개 먹고 싶으면 해먹고 잔소리 들어라. 잔소리 듣기는 싫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서 문제없기를 바라나. 인류역사가 결혼이 좋고 효율적이니까 유지된 것 아닌가. 욕심을 부리니까 갈등이 온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라. 

  
문답이 끝났습니다. 젊은 청춘들의 박수갈채가 계속 터져나옵니다. 제 옆에 앉은 대학생 친구가 자리를 일어서며 한마디로 소감을 표현하더군요. “스님 졸라 쿨해!” 저도 하하하 웃으며 강연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저도 나이 서른 한 살에 아직 장가를 안가고 있는데요. 결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려면 갈등을 감수해야 하고, 갈등이 없을려면 서로 맞추며 살아야 하지요. 멋진 이성을 만나려고 주산알 튕기며 고르고 고르기 보다는 내가 상대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확연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