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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이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스님의 답변

누군가를 무척 좋아해 보신 경험, 다들 있으시겠지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가슴이 떨리고 흥분이 되지요.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무척 망설여지고요. 좋아하면 그만인데 왜 이렇게 흥분이 되고 가슴이 떨리고 주저하게 되는지 혹시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오늘 정토회에서열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서는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마음 속엔 늘 괴로움이 함께 있다는 어느 친구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경험했던 일이라 무척 기대하고 집중해서 스님의 답변을 들었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 제가 소개하는 이 글을 읽고 마음이 잠시나마 편해지면 좋겠네요.



‣질문 :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온 신경이 그에게 쏠립니다. 되뇌어 생각하며 상상을 더해 마음을 점점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커지면 괴로움도 같이 커지며 그의 사소한 행동에 감정이 휘둘리곤 합니다.

‣법륜스님 : 욕심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좋아한다는 건 누구에게나 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가수를, 어떤 배우를, 어떤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일도 많지 않습니까? 꽃 한 송이를 보고도 좋아서 웃음이 나오는데 하물며 사람을 보고 좋아하는 일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는 때를 생각해 봅시다. 지금 내가 장미 한 송이를 보며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 이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그 좋은 마음에는 아무런 부작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장미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고 바라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하면 장미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장미를 좋아하는 마음은 다만 기쁠 뿐이지 아무런 흥분도 없습니다. ‘아, 꽃이 참 예쁘구나’하는 이 마음이 전부입니다. 좋아하는 마음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을 좋아할 때 마음이 두근대는 것은 상대가 나를 좋아할까 아닐까를 분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듯이 너도 날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만들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아무리 몰두한다 해도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릅니다. 내가 좋아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하리라 생각하는 건 착각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과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지요. 내가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경우, 나는 그를 좋아하지만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는 나를 좋아하는 경우, 그도 나도 서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내 마음이고, 그가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그의 몫입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가슴이 뛸 때에는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나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꽃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마음이 일어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서 마음이 혼미해지는 것은 일종의 두려움에 속합니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입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과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상관없는 일이고, 내가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면 오히려 그의 눈에 귀찮게 보여서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좋으면 그뿐이지 저 사람도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남의 마음을 자꾸 내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그렇게 욕심을 내는 데서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좋으면 다만 좋은 줄 알아차리면 그만입니다. 좋은 마음에 흥분하고 있다면 ‘지금 내가 욕심을 부리는구나. 저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구나.’ 하고 자기를 알아차리면 됩니다. ‘내가 저 사람 인생에 간섭할 필요 없다. 저 사람이 날 좋아하고 아니고는 그의 인생이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을 차려야지.’ 이렇게 자기를 경책하면 됩니다. 

내가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도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기대 때문에 좋아하는 감정이 괴로움으로 바뀌어 버린다고 하시네요. 그동안 내가 왜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괴로울 수 밖에 없었는지 명쾌히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내 마음이고, 그가 나를 좋아하고 안 하고는 그의 몫이라는 말씀... 아하 바로 저것이었구나... 막혔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 ‘지금 나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면 된다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쉽게 이야기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